북 노동신문 “친미보수정권이 사건 조작”...정부 “특별한 입장 없다”
  • ▲ 천안함 46용사 추모제.ⓒ뉴데일리DB
    ▲ 천안함 46용사 추모제.ⓒ뉴데일리DB
    남북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북한이 당 기관지를 동원해 ‘천안함 폭침’ 사실을 전면 부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천안함 폭침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 우리 정부의 ‘북한 눈치 보기’ 행보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을 깨선 안 된다”며,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부인한 사실 자체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앞으로 있을 북핵협상이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3일 노동신문은 “천안함 폭침은 친미보수 정권이 북남 관계 갈등 증폭을 위해 조작한 특대형 모략 사건”이며, “(친미보수 정권이) 천안함 침몰 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 의식을 고취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정상회담 성공에 사활을 건 우리 정부의 상황을 악용해, 천안함 폭침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계산된 도발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 보수정권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루머를 퍼트려, 남남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앞서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 주범인 김영철을 고위급 회담 대표로 내려 보낼 때도,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천안함 공격을 주도했는지 특정되지 않았다”며, 마치 김영철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 천안함 유족의 공분을 초래했다. 지난 2일 김영철은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취재차 방북 중인 우리 취재진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바로 저 김영철”이라며, 농담조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성우 천안함 46용사 유족회 회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영철의 발언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는 뻔뻔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얼마나 대한민국을 우습게 봤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혀를 찼다. 이성우 회장은 “지난 2일 청와대에 ‘천안함 피격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고, 북한의 사과와 유감을 받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던 지난 3일, 국방부가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한 사실을 전해 듣고, “이러다 (천안함 폭침 자체를) 없던 걸로 하자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천안함 생존장병들도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전준영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이 조작극이면 숨진 용사들은 누가 죽였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킨 용사들의 희생을 가지고 김영철이 농담하고 북한 매체가 연이어 부인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참담하고 모욕감을 느낀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대변인은 3일 VOA(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2010년 5월19일 국제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은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된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며,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