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州 연설에서 “중동에 7조 달러 지원했지만 얻은 게 없다”
  • ▲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州 연설에서
    ▲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州 연설에서 "시리아 주둔 미군을 곧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美공영 PBS 관련보도 화면캡쳐-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이익 중심 외교정책’이 중동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걸까. 최근 트럼프 美대통령이 ‘시리아 철수’를 언급한 뒤 러시아와 시리아, 터키 등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일각에서는 트럼프 美대통령이 시리아에서처럼 한국에서도 미군을 철수시키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AP통신과 ‘폴리티코’, CNN,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美주요 언론들은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美대통령이 오하이오州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언급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금까지 중동 지역에 7조 달러(한화 약 7,408조 1,000억 원)을 썼는데 우리가 받은 것은 무엇이냐? 아무 것도 없다”며 “우리는 곧 시리아에서 나올 것이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그 지역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자”고 말했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美대통령이 시리아 재건 예산 2억 달러의 집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시리아 내전 개입에 회의적인 트럼프 美대통령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월 중순 “미국은 시리아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당시 정부 공식 발표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실제 실행될 것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2017년 11월 英‘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시리아 국경 일대에 2,0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해 놓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 인근에서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는 ‘자유시리아군(FSA)’과 쿠르드 민병대를 교육하거나 작전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英‘인디펜던트’는 당시 보도에서 “당초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미군 병력은 503명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美국방부 소식통이 전한 2,000여 명이라는 숫자가 더 정확하다”면서 “미군이 고용한 계약업자(민간군사기업을 지칭) 소속 인원은 이들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英‘인디펜던트’는 오바마 정부 시절 테러조직 ISIS에 맞서는 ‘자유시리아군’과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 병력이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 파병됐고, 이후 美국방부는 이라크 국경 지역에 5,262명, 시리아 국경 지역에 503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한다.
  • ▲ 테러조직 ISIS에 맞서는 쿠르드 민병대와 자유시리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 북부에 파견돼 있는 美특수부대원들. ⓒ'미국의 소리(VOA)' 방송 유튜브 채널.
    ▲ 테러조직 ISIS에 맞서는 쿠르드 민병대와 자유시리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 북부에 파견돼 있는 美특수부대원들. ⓒ'미국의 소리(VOA)' 방송 유튜브 채널.
    美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2017년 말부터 “테러조직 ISIS 소탕 작전이 마무리되면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힌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트럼프 美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발언을 환영하고 나섰다.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美대통령은 조만간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말을 꼭 지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美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미국이 ISIS에게 승리를 거두면 시리아를 떠나겠다’던 약속을 지키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추켜세우는 한편 “미국은 유엔 회원국의 주권과 영토적 존엄을 존중해야 한다는 유엔 헌장을 어기며 시리아에 공군과 특수부대를 파견하고 연합군을 구성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미군의 빠른 철수를 촉구했다고 한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시리아 정부가 국토의 95%를 되찾은 뒤 이 지역에 영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커스 인근 동구타 지역에 화학무기와 공군 공습을 벌이며 민간인을 학살해도 알 아사드 정권의 편을 들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반발해 왔다. 러시아는 또한 시리아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들과 가까운 이란, 레바논의 헤즈볼라까지 내전에 끌어 들였다. 북한은 알 아사드 정권의 요청으로 이미 참전한 상태였다.

    터키 정부는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면 쿠르드 민병대를 소탕할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터키 정부는 미군이 ‘자유시리아군’과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할 때부터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미군과 쿠르드 민병대를 공격하는 사건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트럼프 美대통령의 오하이오州 연설과 관련해 한국 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당시 연설에서 “2001년 이후 중동 지역에 7조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미국이 얻은 것은 전혀 없다”며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언급하는 한편 “주한미군 또한 주둔의 대가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 내에서는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 美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을 곧 철수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주한미군 또한 쉽게 빼내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