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협상' 긴급 좌담회 "처음부터 끝까지 끌려다닌 협상…정부는 성과 알리기에 급급"
  •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과연 실리 얻었나'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고 있다. 좌측부터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병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공학과 교수 겸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과연 실리 얻었나'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고 있다. 좌측부터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병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공학과 교수 겸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최근 정부가 한미 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철강 관세를 면제받아 선방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취약한 협상력으로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실익(實益)은 사실상 저조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 과연 실리 얻었나'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고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결과 평가 및 환율 합의가 일으킬 경제적 파장과 부작용을 진단했다.

    이날 좌담회는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자를 맡았고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공학과 특임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는 지난주 한미 FTA 합의 결과를 발표하며 실리를 취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끌려다닌 협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강 관세 면제는 74% 물량에 한정돼 완전한 면제를 약속받은 것도 아니고, 이미 80% 이상의 철강수출에 적용되고 있던 미국의 반덤핑조치 등도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일 교수는 지난 2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는 '환율 이면합의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미국 측이 이를 협상 성과로 발표하면서 정부가 중대 합의 사실을 숨겼다는 비판이다.

    최병일 교수는 "환율 관련 합의가 있다는 미국 측 주장에 정부는 완강히 부인하다 나중엔 소관부처가 다르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며 "제대로 된 통상외교를 이끌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패널들은 양국의 '환율개입금지 협의'를 별개 문제로 안일하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향후 파장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산업부 및 통상교섭본부가 국제 환율 관리 방안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듣고 과연 산업과 통상을 담당하는 부처인지 의심스러웠다"며 "FTA 관세 철폐보다 더 몇배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도 "전세계적으로 신(新)환율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환율개입금지 협의는 자칫 한국이 잃어버린 20년 일본을 답습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원화가치 절상으로 한국 수출은 초토화되고 금융위기가 재연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한미 FTA 개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철강 관세 면제' 합의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양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을 면제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다만 양국은 2015~2017년 철강재 평균수출량 383만톤의 의 70%인 268만톤으로 줄이는 '쿼터제'를 적용했다. 이는 지난해 수출량의 74%가량이다.

    정인교 교수는 "철강 수출을 막는 쿼터제가 향후 자동차, 반도체 등으로 이어지면 한미 FTA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존 반덤핑, 상계관세(타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을 때, 수입국이 국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가하는 관세) 등에 대한 언급이 없고, 미국의 무리한 무역구제 제도 남용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도 전혀 없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협상이 된 원인을 양국의 정치구조적 특성에서 분석한 의견도 나왔다. 양국의 외교 협상력을 결정짓는 '협상결렬시의 이익(Disagreement Payoff)' 측면에서 협상 우위를 점한 미국에 한국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한미 FTA 폐기'를 카드로 양국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반면, 한국은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폐기'만은 피해야 한다는 협상 목표 때문에 결과는 미국에 유리하게 종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을) 북한과의 거래(deal)가 이뤄진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경제와 북미 회담과 관련한 안보 연계 전략의 뜻을 사실상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관련 방위비 분담 협상과 같은 문제도 FTA와 같은 상업적 의제와 연계시키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비용을 한국이 지불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도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한미 FTA 제약 분야 협상에 있어서도 미국은 "다국적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한국 측에 요구했다. 지난 2016년 7월 발표된 '글로벌 혁신신약 우대방안'이 미국 등 다국적기업에 대한 차별이므로 개선돼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글로벌 혁신신약 우대방안'은 신약 중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됐거나, 임상 실험을 국내에서 하는 등 사회적 기여가 클 경우 가격 우대나 신약 심사기간 단축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이는 미국이 자국 의약품의 독점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며 "건강보험의 실거래가상한제로 인해 한국 의약품 가격이 사실상 단일가격이므로, 잘만 압박하면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혁신신약 우대방안'은 다국적사도 적용되기 때문에, 규제 완화 등으로 외국사들이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는 청년고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