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인 경찰원들이여! 반미구국투쟁에 호응 궐기하라!"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남로당 입장' 대변하는 전시물 등장 파문남로당 일으킨 4.3무장반란을 민중항쟁으로 호도하는 유인물 전시
  • ▲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주 4.3 평화공원 전시물 수정과 남로당 폭도 위패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제주 4.3 평화공원 전시물 수정과 남로당 폭도 위패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치와 이념을 떠나 '제주 4.3사건'으로 희생된 제주도민의 아픈 역사를 조명하고자 마련된 '제주 4.3사건 70주년 특별전'에서 무장반란을 일으킨 남로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반란의 정당성을 서술하는 전시가 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해 실시되는 5.10 총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남로당 제주도당이 무장대를 조직, 반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바 있다. 문제는 '4.3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주진오) 3층 전시관 입구에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350여명의 남로당 인민유격대가 12개 지서와 우익단체들을 습격하면서 뿌린 유인물(무장대의 호소문)이 전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것.

    "탄압이면 항쟁이다. 제주도 유격대는 인민들을 수호하며 동시에 인민과 같이 서고 있다 … 양심적인 경찰원들이여! 항쟁을 원치 않거든 인민의 편에 서라 … 조선사람이면 우리 강토를 짓밟은 외적을 물리쳐야 한다 … 양심적인 경찰원, 청년, 민주인사들이여! 어서 빨리 인민의 편에 서라. 반미구국투쟁에 호응 궐기하라."

    작성된 전시 해설도 남로당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반란세력의 정당성을 서술함으로써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무장투쟁을 결행했다'는 식의 문구는 무장반란을 정당화하는 표현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반(反)대한민국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매우 모순(矛盾)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역사를 왜곡한 전시물도 있었다. 1947년 3.1절 시위 전시물에는 "당시 3·1절 행사는 전국적으로 좌익과 우익 시위대가 충돌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경찰이 가해를 하고 도민이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에 민심을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에 따르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압수된 남로당 자료를 통해 제주 3·1절 기념행사와 시가행진이 남로당에 의해 준비됐고, 외곽 단체들이 주도했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1층 영상실에 전시된 강요배 화가의 '동백꽃 지다' 영상 공간은, 제주 4.3사건을 반란세력인 남로당과 연결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미군에 맞서 싸운 제주민중의 항쟁으로 묘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펴낸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근거했다고 밝히면서, "전시 중이라도 사실과 어긋나는 잘못이 발견되면 바로 잡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