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명 철학자로 ‘진보’의 큰 스승 추앙…크리스테바 측 “악의적 모함” 주장
  • 냉전 때 불가리아 공산당 정보국의 간첩이었다는 설이 제기된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연합뉴스-EP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냉전 때 불가리아 공산당 정보국의 간첩이었다는 설이 제기된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연합뉴스-EP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헤겔, 마르크스, 프로이트, 자크 라캉 등의 사상을 통해 페미니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던 여성 철학자가 과거 공산당 간첩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英로이터 통신 등 유럽 언론들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냉전 시절 불가리아 첩보국 소속 간첩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크리스테바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공산당 소속 간첩이었다는 사실은 불가리아 정부 과거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했다고 한다. 프랑스 주간지 ‘르 누벨 옵세바튀르’는 해당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 등 英주요 언론은 불가리아 정부의 발표와 크리스테바 측의 공식 발표를 인용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불가리아 정부에 따르면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공산당 시절 비밀정보국인 ‘국가안전국(SSS)’ 제1국 소속 비밀간첩으로 일했으며 당시 암호명은 ‘사비나’였다고 한다”면서 “불가리아 국가안전국 제1국은 해외 첩보 수집, 특히 예술과 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했던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불가리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1965년 프랑스 정부의 장학금을 받아 파리로 이주했고, 1971년 6월 19일부터 불가리아 국가안전국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해당 문서에는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언제까지 국가안전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으며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는 적혀있지 않았다”면서 “불가리아 과거사위 측은 2권의 기밀 문서를 바탕으로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과거 공산당 비밀 간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1965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살면서 철학과 정신분석학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쳤는지도 설명했다. 그가 30권이 넘는 책을 써내면서 자크 데리다,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와 함께 현대 프랑스 최고의 지성인으로 인정 받았다고 설명했다.

    英로이터 통신은 “美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페미니즘 사상과 문학적 능력을 높이 사서 20세기 최고의 지성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에 대한 설명이나 칭송글은 한국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헤겔, 마르크스의 철학에 심취했고 정신분석학의 영역에 모성을 집어넣어 새로운 해석을 해냄으로써 정신분석학과 페미니즘 분야에도 커다란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英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불가리아 정부의 발표와 이를 인용한 보도 내용을 부인하면서 “누군가 나를 모함하려고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英로이터 통신 측의 질의에 “내가 ‘사비나’라는 암호명으로 불가리아 비밀정보국을 위해 일했다는 보고서는 진실이 아닐뿐더러 기괴하다”면서 “이런 주장은 내 명예와 명성, 그리고 내가 하는 연구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반박문을 보내왔다고 한다.

    英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불가리아 정부의 보고서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되는 것에 법적 대응을 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관련 보도를 내놓은 언론들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고 한다.

    英로이터 통신은 “과거 공산 치하의 불가리아의 비밀정보국은 10만 명의 요원과 정보원으로 소련 KGB처럼 국민들을 치밀하게 감시했으며, 1989년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 함께 해체됐다”고 설명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이 진짜 간첩이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불가리아 정부 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므로 세계 주요 언론들도 이를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크리스테바의 공산당 간첩설은 본인뿐만 아니라 그를 추종하던 소위 ‘진보 지식인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