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60분', 8년 전 방송..'앵무새'처럼 되풀이北소행으로 결론 난 천안함폭침사건, 다시 수면 위로스크래치 흔적 거론..허위로 판명된 좌초설 재차 제기
  •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 천안함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천안함 내부를 살펴보며 긴박했던 피격 당시를 느끼고 있다. ⓒ 뉴시스
    ▲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 천안함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천안함 내부를 살펴보며 긴박했던 피격 당시를 느끼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해묵은 '음모론'에 다시 불을 지피는 편파적인 방송을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8일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은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는 국방부 발표에 몇가지 오류가 있다"며 CCTV·TOD(열상감시장비)영상과 인양업체 관계자의 주장 등을 유의미한 '반대 증거'로 내세웠다. ▲국방부가 공개한 CCTV 영상이 원본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TOD 영상 속 미상물체의 정체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선체에 좌초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스크래치가 나 있는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많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무려 8년 전에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난 사건을 뒤집기엔 역부족인 내용들이었다. CCTV 영상에서 '격자무늬'가 발견된 점에 대해선 이미 2012년 국방부가 자세한 연유를 밝힌 바 있다. 전체 11개 영상 중 6개를 복원했으나 원본 영상을 캡처하거나 복사하는 게 불가능해 모니터를 촬영했었다고 해명한 것.

    선저에서 발견된 스크래치는 선체 인양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고로 인해 생긴 게 아니라는 해군 측 설명이 보도된 바 있고, TOD에 포착된 '검은 점' 역시, 폭파 당시 함미와 함수가 분리되면서 발생한 유실물로 추정된다는 국방부 측 입장이 공개된지 오래다.

    사건 당일 파도 높이가 2.5m로 알려졌는데 영상 속 물병이 잔잔하다는 지적도, 배가 파도 움직임에 맞춰 운항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추적60분'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과는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일부 의혹들을 갖고, 새삼 천안함 폭침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송을 내보낸 셈이다. 게다가 CCTV 영상을 제보한 당사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군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였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제보자로부터 일방적인 주장을 전해 듣고, 이를 새롭게 불거진 사실인 양 부풀려 방송한 '추적60분'은,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하지도 못한 채, 천안함이 어뢰 폭발로 침몰한 게 아니라는 해묵은 의혹만 가중시켰다.

    8년 전 인터뷰한 사람 또 내세워 '음모론' 제기


    이처럼 다른 방송도 아닌 공영방송에서 거꾸로 '음모론'을 제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자, 내부에서도 "전파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KBS공영노동조합(성창경 위원장)은 방송 직후 배포한 공식 성명을 통해 "'추적 60분'이 아니라 '편파 60분' 같았다"며 "천안함 폭침 8년이 지난 시점인 지금 다시 '천안함은 북한에 의한 침몰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우리가 이해한 프로그램의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KBS공영노조는 "8년 전에 '추적 60분'은,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내용으로 방송을 했다가 '편파 왜곡보도'라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는데, 그 때 징계를 받은 당사자가 이번 프로그램을 또 만들었다"며 "(그때와 비교해)달라진 내용이 거의 없다"고 일침을 놨다.

    "하다못해 인터뷰한 대상자들도 8년 전에 인터뷰했던 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같은 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의혹이 있다, 의혹이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이것이 '추적 60분' 내내 흐른 기조로 보였다."

    KBS공영노조는 "프로그램 방송 중에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제작진에 연락을 해 달라'는 자막을 내보냈다는 건, 8년 인터뷰했던 사람들 말고는 의혹을 새로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한마디로 '방송 불가' 프로그램을 송출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KBS공영노조는 "KBS 예산을, 이처럼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는 특정 이념이나 정파적 이해를 도와주는 방송에 사용해도 되는 것이냐"고 물으며 "'추적60분'이 제작비와 전파를 낭비한 것에 대해 사측은 책임을 지라"고 꾸짖었다.

    "KBS가 전임 사장을 내쫓고 언론노조 출신을 사장 후보자로 세운 뒤, 노골적으로 친북한 방송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에 이어 '천안함'마저 그렇게 이용한단 말인가. 밤낮없이 우리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천안함 용사들이 억울해서 편안히 잠들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전파 낭비이다. 차라리 'MBC 직원들에 대한 이메일 사찰'이나 '임종석 비서실장의 북한 커넥션 의혹' 등을 보도하는 게 어떤가. 문재인 정권에게 유리한 것만 '추적'하고 불리한 것은 '침묵'하는 것이 '추적 60분'인가.

    우리는 '친북 몰이하는 프로그램'을 모니터 하는 것이 이제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마저 든다. 제발 '언론의 역할은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반성과 성찰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