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30일 자로 1987년 외교문서 공개…“나고야 건설업자 ‘하야시 데츠’ 초청”
  • 1990년 3월 강원도 양구에서 발견된 북한 제4땅굴. 북한은 대남공격용 땅굴 20여 개 이상을 파놓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견된 것은 4개뿐이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사진.
    ▲ 1990년 3월 강원도 양구에서 발견된 북한 제4땅굴. 북한은 대남공격용 땅굴 20여 개 이상을 파놓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견된 것은 4개뿐이다. ⓒ한국관광공사 홍보사진.
    외교부가 1987년 외교문서를 30일자로 공개했다. 해당 문서는 1,420권, 23만 페이지 분량으로 ‘외교사료관’ 홈페이지나 자료실에서 열람할 수 있게 했다.

    한국 언론들은 이 가운데서도 1987년 김일성이 소련을 통해 ‘한반도 연방제 통일’과 ‘영세중립국’으로의 국제적 지위를 변화시키자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연방제 통일로 영세중립국이 되자’는 제안은 6.25전쟁이 끝난지 10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학자들이 내놓았던 주장과 별 차이가 없다.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내용은 따로 있었다. 북한이 80년대 초반 일본의 건설업체 관계자를 초청해 휴전선 일대의 땅굴이 제대로 지어졌는지 자문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문서 가운데 ‘북한방문자 특이진술 내용보고’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 문서에는 북한이 1983년 일본 토목 기술자를 초청한 내용이 서술돼 있다고 한다.

    해당 문서는 日나고야 총영사관이 1987년 12월 외무부 장관에게 보낸 보고서로, ‘하야시 데츠(林哲)’라는 일본 건설업자가 당시 한국 방문 비자를 신청했는데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가 1983년 7월 日건설부 요청으로 토목건축기술 심포지엄에 참석한다며 북한을 방문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하야시 덴츠’ 씨는 당시 “1983년 7월 10일 오전 4시 무렵 다른 사람들과 함께 日해상보안청 소속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타고 출발, 당일 오후 6시 무렵에 북한 원산항에 도착했다”고 나고야 총영사관 측에 진술했다고 한다.

    ‘하야시 덴츠’ 씨를 포함한 일본인들은 1983년 7월 11일 승용차를 타고 평양으로 가서 ‘토목적인 특수기술 및 특수기계의 소개’라는 주제로 열린 토목건축기술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한다. 당시 심포지엄 참석자는 일본 8명, 북한 25명이었다고 한다.
  • 2014년 12월 경기 양주시 일대에서 민간단체와의 논란 끝에 땅굴 검증작업을 하는 군 당국. 이곳에는 땅굴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뉴데일리 DB.
    ▲ 2014년 12월 경기 양주시 일대에서 민간단체와의 논란 끝에 땅굴 검증작업을 하는 군 당국. 이곳에는 땅굴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뉴데일리 DB.
    ‘하야시 덴츠’ 씨 등은 1983년 7월 12일 북한 당국의 요청을 받고 판문점 부근에 있는 땅굴을 둘러봤다고 한다. 당시 북한 당국은 하야시 씨 일행에게 “땅굴 매몰 작업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점과 주변 지반 변화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자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야시 덴츠’ 씨는 땅굴을 둘러본 뒤 바로 원산항을 출발, 1983년 7월 13일 오전 日니가타 항에 도착했다고 한다.

    당시 日나고야 총영사관 측은 “하야시 씨는 당시 심포지엄 내용과 북한 땅굴 시찰에서 자문해 준 내용이 무엇인지 묻자 ‘일본 건설부’에 문의하라‘며 진술을 거부했다”고 외교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북한이 1970년대 스웨덴에서 지하 굴착용 TBM을 몰래 도입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일본 건설업자가 직접 땅굴을 둘러보며 자문까지 해줬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건축업계로부터 땅굴 굴착 기술을 자문 받았다면 지금까지 논쟁이 많은 ‘미확인 땅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같은 내용은 30일 오전 현재는 외교사료관 홈페이지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고 있다.

    한편 외교부가 30년 만에 기밀해제 후 공개한 문서는 주요 문서철마다 700자 내외로 요약 정리했으며,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미국의 對이란 무기 판매, 슐츠 美국무장관 방한, 유산유 버마(미얀마) 대통령 방한, 남남협력에 관한 비동맹 특별각료회의,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 기념사업, 한-EC(現EU의 전신) 간 섬유무역 쿼터 협상, 미국의 종합통상법안 대책 등이 주요 주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