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기자 80여명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파업 참여하지 않아 업무 배제"MBC 사측 "불법행위자들이 블랙리스트 운운하는 것이 오히려 적반하장"
  •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신사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신사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MBC 뉴스데스크 최장수 앵커였던 배현진 씨를 비롯한 현직 MBC 직원들이 좌파정권의 방송장악 사태를 고발, 그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이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김세의 기자 등 'MBC 언론인 불법사찰 피해자 모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주최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본인들이 당한 사찰 및 피해의 참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배현진 전 앵커는 "초등학생들도 하지 않을 만한 '이지메와 린치'를 당하면서도 제가 속한 회사에 침을 뱉고 싶지 않았다"며 "저는 현 정권의 블랙리스트다. 그러나 이제는 각오하고 나온 만큼 하나 하나 실상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MBC 언론인 불법사찰 피해자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세의 기자 역시 "미디어센터 6층에 있는 조명UPS실에 얼마 전까지 배 전 앵커와 있었다"며 "물론 저는 지금도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의 기자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려 80여명의 기자들이 마이크를 뺏겼다"며 "우리는 경영진도, 인사권자도 아니었으며 언론노조를 탄압하지도 않았는데 부역자라는 비난을 받으며 취재업무에서 완전 배제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적폐청산이란 포장 아래 이메일 사찰 등 무차별 감사가 진행 중이다. 본인들만 정의롭다는 교만함 속에서 직원들의 이메일을 함부로 열어볼 수 있다는 감사국의 행태는 정말로 끔찍하기만 하다"며 "사찰에 착한 사찰, 정의로운 사찰은 없다"고 꼬집었다.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방송국 내부에는 '정상화 위원회'가 설치됐다. 이들의 역할은 과거 보도 내용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상법상 주식회사인 사기업에서 이러한 임의기구를 설치해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보기드문 일이라는 것이 방송계 종사자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MBC 언론인 불법사찰 피해자 모임' 기자회견 직후 MBC 사측이 직후 입장문을 내고 "김세의 등은 불법사찰의 피해자가 아니라 불법행위자들이며 공정방송 파괴에 가담한 가해자"라고 반박했다는 사실이다.

    MBC 사측은 "그들은 MBC 내부 감사대상자들"이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친 감사를 '불법 사찰'로 왜곡하고 사건의 본질을 흩트리며 조사에 불응하고 방해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행위자들이 스스로를 피해자라 주장하는 어이없는 상황이며 배현진은 지난 7년 간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며 MBC 뉴스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장본인인데 그가 블랙리스트를 운운하는 것이 적반하장"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메일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했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고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대법원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진행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MBC 사측이 일부 전-현직 직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법 행위자'라는 낙인을 찍어내면서, 현재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파업에 불참한 또다른 직원들의 현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세의 기자 등과 함께 MBC 미디어센터 6층 조명UPS실에 이른바 '유폐'된 것으로 알려진 박상후 전 MBC 부국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조명(UPS)실 팻말을 '보도본부'라고 적힌 복사용지로 바꿔 붙인 MBC 사측은 해당 공간이 엄연한 사무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해당 공간에는 중앙난방장치도 없는 곳"이라며 "사람이 상주하는 공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엔 수시로 인사부장이 동태를 파악한다며 전화로 괴롭히고 있다. 화장실에 가서도, 담배를 피우러 나가서도 안 되고 하루 종일 벽만 쳐다봐야 하는가. 이는 심각한 인권탄압"이라고 호소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비정규직 직원들 역시 감사국에 의해 '특정 영상물을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으며, 퇴사를 종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회 과방위는 28일 'MBC 이메일 불법 사찰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소집했으나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회의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29일 성명을 내고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하는 게 국회의 의무이자 방송소관 상임위인 과방위 소임"이라며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개인의 이메일을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은 수사기관이 법원 영장을 진행하거나,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두 가지 형식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대출 의원은 "민주당 측은 직원 이메일을 훔쳐본 것이 합법적이라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국회에서 따져보면 될 일"이라며 "집권여당이 범법행위에 대해 방조자가 되어선 안된다"고 민주당을 향해 협조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