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난·내홍과 경찰과의 '개싸움' 서로 얽히면서 상호작용에 우려 점증
  • ▲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지난 2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구당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기준 의원은 27일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지난 2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구당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기준 의원은 27일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당내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홍준표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6·13 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16석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인재난·내홍·막말 파문에 타개책을 고심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특별시장 후보 영입을 두고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알려진 것만 해도 홍정욱 헤럴드회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접촉하다가 잇단 불출마 선언에 직면한데 이어, 뒤늦게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에게 러브콜을 던졌으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는 완곡한 거절의 의사와 마주쳤다.

    한국당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수면 아래에서 접촉하다가 거절당한, 언론에 공개적으로 보도되지 않은 인사까지 포함하면 서울시장 후보 영입 과정에서만 고사한 인사가 한 다스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카드가 돌고돌다가 손에서 털어내는 모습만 반복되다보니, 국민이 보기에 모양새가 점점 우스워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외부 수혈'이 원활치 않은 와중에 당 내홍의 불씨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한 홍준표 대표의 '영입 실패 책임론'이라는 기름까지 끼얹어지면서, 내홍의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오를 조짐마저 보인다는 관측이다.

    이른바 구당(求黨)중진연석회의를 구성하는 4대 중진의원 중 한 명인 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오세훈 전 시장, 홍정욱 헤럴드회장, 이석연 법제처장 마지막으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까지 출마를 고사했는데, 한국당에서 리더십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은 우리 당의 간판으로 어디를 나가더라도 다 어려운 사정이기 때문에 (홍준표 대표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될 때"라고 압박했다.

    이처럼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 '홍준표 체제' 때문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말씀드리기가 그렇다"면서도 "당내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문재인정부가 안보·경제정책에서 실망감이 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의 지지세로 연결이 안 되고 있어 전의 문전옥답은 자갈밭이 된 것이고, 그 자갈밭도 바위투성이의 노지로 변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구당중진연석회의의 좌장인 5선의 이주영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매사마골(買死馬骨)과 선시어외(先始於隗)의 고사를 인용해 "훌륭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가까이에 있는 인재부터 보살펴야, 소문을 듣고 천하의 인재가 모이는 법"이라며 "당대표 말에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내면 제명 등으로 협박하는 불통의 정당에 인재가 모일 수는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주영·정우택·유기준·나경원 등 중진의원 4인방은 오는 2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재차 모여 '홍준표 체제'의 문제점을 재점검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방침이라, 내홍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 ▲ 자유한국당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된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홍준표 대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등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당과 경찰의 '개싸움'이 벌어지던 와중인 26일 확대원내대책회의에 불참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된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홍준표 대표,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등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당과 경찰의 '개싸움'이 벌어지던 와중인 26일 확대원내대책회의에 불참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홍준표 대표와 가까운 당내 친홍(친홍준표) 진영에서는 이들 비홍(비홍준표) 중진의원들의 움직임에 대해 "개혁적이지도 않고, 모인 분들의 공통된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며 "'스노볼 전략'을 펼친다지만, 세(勢)가 붙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내홍 국면 속에서, 한때 홍준표 체제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졌던 일부 중진의원들이 관망파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분석이다.

    북핵폐기추진대책특별위원장을 맡은 6선의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함께 홍준표 체제를 지탱하는 기둥으로 보여졌던 4선의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전날 홍준표 대표가 직접 참석한 확대원내대책회의에 불참했다.

    불참의 명분은 해외 일정이었으나, 한국당 일각에서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최근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경찰을 향한 '개(犬)' 지칭 공격에 불만을 품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부친인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이 다름아닌 경찰 출신이기 때문이다. 정석모 전 장관은 부산·경남·전남경찰국장과 내무부 치안국장을 역임한 뒤, 정계에 입문해 6선 의원을 지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 본인도 전투경찰로 병역을 필해 전국전·의경회 명예회장을 지내는 등 경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작년 원내대표를 지내던 시절에는 중부경찰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버지는 순경에서부터, 작은아버지도 순경에서, 당숙도 순경에서, 나도 전투경찰 118기로 만기제대했고 전국전·의경회 명예회장도 맡고 있다"며 "누구보다도 경찰가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경찰관 여러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진석 전 원내대표의 입장에서 볼 때, 당 지도부에서 경찰을 향해 "사냥개" "미친개" 등의 발언이 쏟아지는 상황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나아가 이러한 국면에서는 당의 공개 회의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지도부에 힘을 실을 수 없다는, 간접적인 불만 의사를 피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예비후보와 수 차례 만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우리 당이 김기현 시장을 후보로 공천한 당일에 시장부속실을 압수수색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관권선거 논란이 핵심인데, 괜히 '미친개' 등의 자극적인 용어를 썼다가 '개싸움'에 사안의 본질이 묻혀버렸다"며 "이러한 국면에서 인재가 찾아오고 내홍이 잦아들겠느냐. 인재난·내홍과 당 지도부의 '막말' 논란은 서로 밀접해 연관돼 있는 삼중고"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