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블룸버그 “트럼프, 러시아 외교관 추방 준비…유럽 국가들도 러 외교관 추방 예정”
  • ▲ 하원에 나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테레사 메이 英총리. ⓒ英인디펜던트 관련보도 화면캡쳐.
    ▲ 하원에 나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테레사 메이 英총리. ⓒ英인디펜던트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4일(현지시간) 잉글랜드의 한 소도시 벤치에서 전직 러시아 간첩 출신 영국인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신경가스 공격을 받았다. 영국 정부는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를 공격한 신경가스가 ‘노비촉’이라는 舊소련제 화학무기라며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간주했다. 이 사건으로 일어난 영국과 러시아의 외교관 맞추방 사태가 이제는 ‘서방 對 러시아’ 구도로 점차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美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간첩을 신경가스로 공격해 암살하려한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10여 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추방하려는 러시아 외교관들은 대사관 직원으로 위장한 정보기관 요원 ‘화이트’가 주로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NSC)로부터 “영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제안을 받은 뒤 23일(현지시간) 맥마스터 NSC보좌관, 존 헌츠먼 駐러시아 대사, 존 설리반 美국무부 부장관, 크리스 레이 美연방수사국(FBI) 국장, 스티븐 므누신 美재무장관, 로드 로젠스타인 美법무부 부장관,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 댄 코츠 美국가정보장(DNI) 등과 함께 회의를 열고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보도 시점에서는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대한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전에 유럽의 동맹국들도 자신과 비슷한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라즈 샤 美백악관 부대변인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은 러시아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영국의 비난을 강력히 지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악의적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 궁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 ▲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시도 사건에 대한 설명. 이 사건의 진범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英인디펜던트 관련보도 화면캡쳐.
    ▲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시도 사건에 대한 설명. 이 사건의 진범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英인디펜던트 관련보도 화면캡쳐.
    美블룸버그 통신은 美정부 관계자들의 우려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우호적인 편이어서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제재나 압박을 주저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美정부 관계자들은 그에 대한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의 재선에 대해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와 함께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게 아니다”라고 밝힌 점 등을 예로 들었다고 전했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美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테레사 메이 英총리가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 뒤 26일(현지시간)을 전후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체코 공화국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할 것으로 보이며, 프랑스와 독일은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지만 메이 英총리의 강경한 대응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영국과 러시아가 서로 외교관 추방을 한 뒤 유럽 국가들에 이어 미국까지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준비하면서,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기도는 국제적인 분쟁으로 번져가고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노비촉’을 누가 사용했는지 아직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英‘텔레그라프’의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가 쓰러져 있던 벤치에서는 ‘노비촉’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딸 ‘율리아 스크리팔’의 짐과 방에서 ‘노비촉’이 발견됐다고 한다. ‘노비촉’에 노출돼 치료 중인 경찰관 또한 사건 현장이 아니라 스크리팔 부녀의 집에서 중독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親러시아 성향인 사람들은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를 살해하려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다른 세력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영국 정부와 反러시아 진영은 “러시아 정보요원들이라면 율리아 스크리팔의 짐과 방에 ‘노비촉’을 뿌려놓을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노비촉’이 인체에 무해한 두 가지의 물질로 나눠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면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스크리팔 부녀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공격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