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된 뒤 '주범' 北 김영철은 환대, 유가족은 홀대… MB "이런 세상 올 줄 몰랐다"
  •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리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리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정치보복 하명수사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 일어났던 천안함 폭침 만행 8주기를 맞이해, 마음으로나마 천안함 46용사를 참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고문과 류우익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은 천안함 폭침 만행 8주기인 2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측근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명의의 화환을 헌화하고 묘석 앞에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또,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김효재 적는다"고 밝히며, 현충원 방명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심경을 담았다.

    김효재 전 수석을 통해 대리작성된 방명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통일이 되는 날까지 매해 들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몸은 같이 하지 못해도 여러분의 나라를 위한 희생을 기리는 마음은 언제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절절한 안타까움을 드러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재오 고문은 참배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 꼭 참배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당부를 전하며 "이번에 못 오시게 돼 대신해서 유족을 위로하고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었던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으로 폭침됐다. 이 폭침 만행으로 46명의 해군 장병이 순국했다.

    직후 중립국 스웨덴을 포함한 국제조사단의 진상조사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수중폭발로 선체가 절단되며 일어난 만행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같은해 5월 24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만행의 주범 북한에 엄중 경고하는 한편 5·24 조치로 남북 교역의 전면 중단 및 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진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대리작성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천안함 46용사 참배 방명록.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제공
    ▲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대리작성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천안함 46용사 참배 방명록.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제공

    이같은 조치는 문재인정권이 들어서면서 점차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정권은 지난달 6일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방한을 핑계삼아 만경봉호의 묵호항 입항을 허용함으로써 천안함 폭침 만행에 따른 대응 조치였던 5·24 조치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또, 같은 달에는 천안함 폭침 만행 당시 북한 정찰총국장으로, 사실상 만행의 주범이나 다름없는 김영철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이 통일부차관의 영접 하에 성대히 이뤄지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천안함 46용사 유가족들에 대한 홀대는 도를 더해가고 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정권교체 직후 첫 현충일이었던 지난해 현충일 행사에서 자리를 배정받지 못했으며, 헌화 대표 명단에서도 배제됐다.

    심지어 지난해 평택 2함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행사에서는 마땅히 유가족들이 주인공이어야 했으나, 정작 주빈석에 앉지조차 못하게 됐다. 이는 이명박정부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던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국면이 정치·사회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는 것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개인적인 인신의 구속과 관계없이 씁쓸한 심경이 깊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같은 심경이 이날 천안함 46용사 참배 과정에서 방명록 대리작성을 통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밤 "이런 세상이 올 줄은 몰랐다"고 개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