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호' 영어표현 여성 성인기구 연상케 해…본토보다 느리고 홍콩에서 중국이 출입국 심사
  • 오는 9월부터 운행하게 될 홍콩-중국 간 고속철도의 열차 명칭과 함께 홍콩 지역 종착역 출입국 심사를 중국 측에서 맡은 것이 홍콩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3월 23일 홍콩-중국 간 고속철의 홍콩 측 종착역인 웨스트 카우룬(西九龍)역에서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차 명명식을 가졌다. 열차 이름은 1만 6,000여 명의 공모를 거쳐 선정된 ‘동감호(動感號)'였다. 역동성을 뜻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콩의 정치권은 당장 발끈했다. 웨스트 카우룬 역의 중국 측 출입국 심사 치외법권지대(일명 일지양검, 一地兩檢, 한 구역에서 홍콩 및 중국 출입국 심사 실시)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범민주파 계열 공민당 타냐 찬(陳淑莊)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 본토보다 성능이 느린 고속철을 투입하고, 폭언을 일삼는 중국 승무원이 탑승할 열차가 무슨 동감호냐? 이건 ‘둔감호’이자 ‘한탄호’다” 라고 비난했다. 다른 민주파 의원들도 타냐 찬 의원의 페이스북을 인용하며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또한 홍콩의 인터넷 매체 ‘ezone’은 이와 관련해 수많은 네티즌의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일본의 인기만화 ‘짱구는 못말려 17’의 캐릭터 ‘액션가면’(홍콩명 動感超人)이 연상 된다. 공모 당선자는 ‘짱구는 못말려 17’에 너무 빠져든 거 아니냐”고 말한 한 네티즌의 조롱을 소개했다.

  • 한편 홍콩의 한 외국인은 고속철의 영어 명칭 ‘Vibrant Express’를 두고 “이름을 듣자마자 여성용 성인 용품이 바로 떠올랐다. 황당하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Vibrant'가 영어로는 '활기찬, 강렬한' 등의 뜻이지만 프랑스어로는 '진동'이라는 뜻도 돼 ‘Vibrant Express’라고 하면 '진동 특급'이 연상된다는 말이었다.

    홍콩 당국이 2017년 7월 기습적으로 ‘일지양검’ 실시를 발표한 이래 홍콩 범민주파는 ‘주권침해’ ‘할지양검’(割地兩檢, 중국에 영토를 내주어 출입국 심사 실시)이라고 반발하는 등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돼 왔다.

    일지양검 실시안은 2017년 12월 홍콩입법회(국회)에서 범민주파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저지를 뚫고 표결 통과 된 직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전격적으로 승인됐다. 그러나 범민주파 의원들은 법정 소송을 준비하며 지난주 입법회에서 공청회를 여는 등 일지양검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지난 3월 16일 영국 의회에 매년 2회 제출해야 하는 영중공동성명(홍콩의 일국양제 합의 조약) 이행 보고서에서 일지양검을 거론하며 일국양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토록 중국 정부의 일지양검은  홍콩 내외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지만 중국의 지원을 업은 홍콩 당국은 효율성을 내세우며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