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순항미사일 JASSM-ER 개량해 해군·공군 모두 사용 가능하게 개발
  • ▲ 2015년 미국의 한 행사장에 등장한 '스텔스 순항미사일'LRASM'. 스텔스 성을 지니고 있어 레이더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2015년 미국의 한 행사장에 등장한 '스텔스 순항미사일'LRASM'. 스텔스 성을 지니고 있어 레이더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지난 22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은 미군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소개했다. ‘스텔스 순항미사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거리 800km의 미사일이었다.

    ‘연합뉴스’는 이날 美군사전문지 ‘에어포스 테크놀러지’를 인용해 “美공군이 최근 캘리포니아州 무구 해상사격장 상공에서 B-1B 폭격기를 통해 신형 LRASM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의 보도 이후 국내 언론들은 ‘스텔스 순항미사일’이라며 마치 처음 등장한 무기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은 ‘연합뉴스’의 보도처럼 이미 개발하던 무기의 실전배치가 앞당겨진 것이다.

    이 미사일의 정식 명칭은 장사정 대함 미사일(Long Range Anti-Ship Missil, LRASM)으로 록히드 마틴社가 美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만든 무기다. 이 무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JASSM’이라는 미사일에 대해 알아야 한다.

    JASSM과 JASSM-ER

    JASSM은 ‘통합 공대지 자립형 미사일(Joint Air-to-Surface Standoff Missile)’의 약자다. 미군은 냉전이 끝난 뒤 모든 전력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이때 수십 년 동안 써왔던 ‘토마호크’ 미사일을 보다 개량해 폭격기와 잠수함, 순양함뿐만 아니라 전투기에도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1995년 ‘AGM-137 TASSM(Tri-Service Standoff Attack Missile, 삼군용 자립형 공격 미사일)’ 개발 계획을 세웠다.

    AGM-137 TASSM은 육군과 해군, 공군이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미사일이 스스로 GPS 등으로 위치와 지형을 인식하며 날아가 표적 공격할 수 있어야 하며, ‘토마호크’ 정도는 아니어도 긴 사거리를 갖고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 F-16이나 F/A-18과 같은 전투기와 MLRS를 통해서도 발사할 수 있어야 했다.

    이 계획은 그러나 높은 개발비용과 프로젝트 관리 미비로 곧 폐지됐다. 미군은 1996년 이를 대체할 JASSM 개발 계획을 세웠다. 록히드 마틴社의 AGM-158A와 맥도넬 더글라스社의 AGM-159A가 경쟁했다. 실제 미사일 발사 시험과 평가는 1999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록히드 마틴社의 AGM-158A가 차세대 다목적 순항미사일로 선정돼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했다.

    AGM-158 JASSM은 2001년 12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2002년에는 실제 사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시험 실패와 개량, 다시 문제점 발견 등 우여곡절을 거쳐 2009년부터 미군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 ▲ 美공군 F-15E에서 JASSM-ER을 발사하는 모습. LRASM은 JASSM-ER을 보다 개량한 미사일이다. ⓒ美공군-록히드 마틴 공개사진.
    ▲ 美공군 F-15E에서 JASSM-ER을 발사하는 모습. LRASM은 JASSM-ER을 보다 개량한 미사일이다. ⓒ美공군-록히드 마틴 공개사진.
    AGM-158 JASSM은 길이 4.25m, 폭 2.4m의 크기에 450kg(1,000파운드) 탄두를 달고 370km 떨어진 목표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탄두는 관통형 고폭탄을 장착해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도 있다.

    미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JASS-ER 개발을 요청한다. 록히드 마틴社는 AGM-158B라는 이름으로 JASSM-ER을 개발해 낸다. 2014년부터 실전배치 된 JASSM-ER은 기존의 JASSM과 크기는 거의 같지만 사거리가 무려 1,000km에 달한다. 탄두 또한 2,000파운드 급으로 훨씬 커졌다.

    미군은 JASSM과 JASSM-ER을 B-1B, B-2, B-52H 등의 전략 폭격기는 물론 F-16C, F/A-18, F-15E에서도 발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美공군은 2016년 9월까지 2,000여 발의 JASSM과 JASSM-ER을 인수했다고 한다. 미군에게 인정받은 JASSM과 JASSM-ER은 곧 해외에서도 수입하기 시작했다. 호주, 핀란드, 폴란드 공군이 현재 이 미사일을 도입해 사용 중이라고 한다.

    한국군의 타우러스 KEPD-350, 그리고 AGM-158C LRASM

    한국군은 이 같은 JASSM과 JASSM-ER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美정부는 ‘전략상의 이유’로 수출을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결국 한국군은 유럽으로 눈을 돌려 2013년 ‘타우러스’의 도입을 결정했다.

    타우러스 KEPD-350은 EADS 계열사인 MBDA 독일과 스웨덴 사브 보포스가 합작 설립한 ‘타우러스 시스템스’가 생산한다.

    길이 5.1m, 폭 1m, 무게 1.4톤이며 사거리는 500km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토네이도, 유로파이터 타이푼, F/A-18, F-15K에서 운용할 수 있으며 450kg급 탄두를 2개 장착해 지하 시설 파괴에도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군은 2013년 11월 타우러스 KEPD-350을 170기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2016년 10월에 90기를 추가로 발주했다. 한국군이 주문한 미사일은 2016년 12월 40기를 시작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 ▲ 한국군은 JASSM 시리즈를 구매하려 했으나 美정부가 거절한 뒤 유럽제 '타우러스 KEPD-350' 260기를 도입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한국군은 JASSM 시리즈를 구매하려 했으나 美정부가 거절한 뒤 유럽제 '타우러스 KEPD-350' 260기를 도입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한국군은 美정부의 거절로 JASSM과 JASSM-ER의 도입에는 실패했지만 AGM-158C LRASM 도입은 한 번 노려볼만할 것으로 보인다. ‘스텔스 순항미사일’로 불리는 AGM-158C LRASM은 이름처럼 JASSM의 두 번째 개량형이다.

    LRASM은 JASSM-ER을 베이스로 해서 항법장치와 목표추적장치 등을 개량하고, 디자인과 소재에 스텔스성을 가미한 공대함 미사일이다. 탄두는 450kg짜리를 탑재한다. 美군사전문가들은 LRASM의 사거리가 560km 가량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가 1,600km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탄두 중량도 기존 모델보다 작고 사거리도 짧은 LRASM이 중요한 이유는 스텔스성과 함께 여러 플랫폼에서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1일 美공군이 B-1B 폭격기에서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DARPA와 록히드 마틴社는 LRASM을 공군뿐만 아니라 해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위키피디아 등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LRASM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F/A-18 E/F 슈퍼 호넷, B-1B 폭격기와 함께 Mk41 수직발사기(VLS), F-35 전폭기 등을 들고 있다.

    이 말은 한국군이 만약 LRASM을 도입한다면 공군이 올해부터 인수하는 F-35A와 함께 해군의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美군사전문매체 등에서 추정하는 LRASM의 1기 당 가격은 70~100만 달러 수준. 이는 140만 달러 내외로 알려진 JASSM-ER이나 117만 달러 안팎인 ‘타우러스 KEPD-350’, 심지어 한국군도 많이 사용하는 120만 달러 짜리 ‘하푼’ 대함미사일보다 저렴하다는 의미다.

    LRASM이 미군이 범용 장거리 타격 미사일로 개발해 사용하려는 무기이고, 웬만한 미군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동유럽 국가와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이미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일본은 아예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버렸다.

    미군이 LRASM을 공군용과 해군용으로 2,000기 이상 도입할 경우 단가는 더욱 싸질 것이다. 올해 3월부터 F-35A를 인수해 F-15K, KF-16과 함께 운용하려는 한국 공군,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해 VLS를 장착한 구축함 9척을 보유한 한국 해군에게 갖고 싶어도 갖지 못했던 ‘JASSM-ER’의 개량형인 LRASM은 상당히 매력적인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