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개헌안 급 공개... 국무회의 패싱에 “오만한 정권” 비난 쏟아져
  • ▲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20일 대통령 개헌안의 주요 요지를 설명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20일 대통령 개헌안의 주요 요지를 설명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위해 오는 26일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대통령 개헌안이 국무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부랴부랴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임시국무회의 개최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26일 통상적으로 개최되는 오전 10시에 임시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헌법학계 안팎에서 청와대 주도의 개헌안 마련이 헌법 제89조에 배치된다는 지적에 따라 나온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89조 3항은 "헌법개정안·국민투표안·조약안·법률안 및 대통령령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 89조는 선출직 국회의원들로부터 인사 청문 절차를 밟은 국무위원과 개헌안을 논의하라는 취지"라며 "선출되지 않은 청와대 참모진이 개헌안 작성을 주도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제기됐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위 회의에서 "막가파식 제왕적 대통령이 따로 없다"며 "헌법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을 배제한 채 대통령 개인 비서에 불과한 민정수석 주도로 이벤트 하듯 (개헌안을) 발표하고 있다"며 "여당을 침묵의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야당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자문위원회의 안을 토대로 개헌안을 먼저 완성한 뒤, 지난 20일부터 조국 민정수석이 세 차례에 걸쳐 주요 요지를 언론에 발표했다. 또 '깜깜이 지적'을 의식한 듯 언론발표 마지막날인 22일 전문을 국회 및 언론에 공개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개헌안 관련 논의가 없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청와대는 "국무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밟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발의는 국무회의에서 심의하는 것인데, 설명을 발의로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며 "정무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논의해왔고, 조문안 작업을 법무비서관실에서 해왔던 바, 정식 발의를 하기 전에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한 합헌"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3일 절차에 대해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이 현장에 설치된 컴퓨터 단말기로 서명(부서)한 뒤, 대통령이 전자 결재 재가를 하게 된다. 그러면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같은 논란이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안으로 기사가 나오는데, 대통령 안이 맞다. 발의권이 대통령과 국회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 조국 민정수석도 지난 20일 "헌법개정안은 국무총리도 아니고 대통령의 개헌안"이라고 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발의권이 대통령에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형식적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다.

    개헌안 발의 주체가 대통령이란 의미는 정부를 대표해서 대통령이 발의 가능하다는 얘기지, 대통령 혼자 독단으로 헌법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제처를 통해 헌법으로 발의 가능한지 법리적 검토도 거쳐야 하며, 국무회의를 통해 내각 의결이란 절차적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번 개헌안은 사실상 법제처와 법무부, 또 국무총리까지 사실상 패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런 일방적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도 의문이지만,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 대통령이 결재만 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며 "태양왕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라고 하지만 무서운 생각"이라며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라면 북한과 다를 바가 없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