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권한 더 강해질 가능성…野 "군사독재 시대를 빼놓고는 대통령 발의 개헌 없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국회 추천 총리' 제도를 거부한채 4년 연임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헌법 전문을 공개, 이로써 3일 간의 개헌 발표를 마치고 26일 발의 절차를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국회의 권력구조 분산 요구를 거부,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대통령제가 더 강화된 개헌안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국회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오전 춘추간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수석은 "지난 13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형태와 관련해 4년 연임제 또는 중임 대통령제가 다른 어떤 정부 형태보다 압도적으로 높더"며 "권력구조개편은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는 국민의 뜻" 이라며 "1987년 개헌 당시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장기간 군사독재의 경험 때문이었지만 촛불혁명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었다"고 했다.

    조 수석은 같은자리에서 "권력구조의 경우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회의 권력을 강화했다"며 "국회의 정부 통제권도 더욱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이 밝힌 대통령 권력분산은 총 8가지로 ▲대통령의 국가원수로 지위 삭제 ▲대통령의 특별사면 행사시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한 조항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것으로 개정하여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 국무총리 권한 강화 ▲현재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 ▲국회의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하여 예산법률주의를 도입 ▲법률로 정하는 조약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여 대통령의 조약 체결 및 비준권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 등이 있다.

    이로써 청와대는 3일간의 개헌 발표를 마쳤다. 이 개헌안은 오는 26일 베트남-UAE(아랍에미리트)를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전자결재를 통해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데,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받기는 어려운 내용등으로 구성돼서다.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116석으로 단독으로 개헌안을 저지할 수 있다. 그간 청와대는 지난 20일부터 세 차례로 개헌안을 나눠 설명하면서 지방자치 강화, 토지공개념, 경제민주화 등의 개념을 헌법에 포함하고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을 삽입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군사독재 시대를 빼놓고는 대통령 발의 개헌은 없었다"며 "제왕적 권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연임제까지 주장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 전문에는 정권이 역사까지 평가하겠다는 오만이 스며들어있다"며 "토지공개념을 주장할 때는 소름 돋는 사회주의로의 변혁을 꿈꾸는 좌파들의 야욕이 드러났으며, 지방분권을 주장하면서도 중앙권력은 제왕적 대통령을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율배반적 모순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이토록 개헌이슈에 집착하는 이유가 야당을 반개헌세력이자 반개혁세력, 반분권세력으로 몰아 선거에서 이익을 보려는 정략임을 이제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은 지금이라도 안보파탄, 경제파탄을 비롯한 총체적 국정파탄에 대해 성찰하며 민생을 위한 정상적인 국정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실제 이날 조국 수석이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조 수석의 설명과 달리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예를들어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한 대목은 현재 국회의원이 3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발의를 쉽게 만드는 것으로 볼수도 있다.

    이에 대해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국회법이 경우에 따라 구체적으로 그 범위와 한계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일정 수 이상은 해당 소관 상임위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등 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민정수석이 청와대 개헌안을 발표하는 것이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지난 20일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아무리 대통령 지시라도 민정수석이 개헌안을 설명할 수는 없다"며 "개헌안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국 민정 수석은 "이 절차는 발의가 아니라 설명일 뿐, 발의는 국무회의에서 심의해 발의한다"며 "대통령의 소신과 의지, 국정 철학을 보좌관이나 비서관들이 실현하기 위해 발표하는 것은 권리 이전에 의무이자 책무다. 정식 발의전에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히 합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