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협 통일정책포럼, 美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인 핵 폐기’, 김정은 동의 여부가 열쇠
  •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민화협 통일정책포럼이 개최됐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민화협 통일정책포럼이 개최됐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남북정상회담은 확실히 예정대로 개최될 전망이지만, 북미정상회담은 불투명성이 존재합니다. 
    북한과 미국이 핵무기 폐기에 합의해도 현실적으로 폐기에 대한 검증이라는 난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북미관계 전망이 꼭 낙관적이지도 않습니다. 
    관건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핵 폐기’에 합의할 것인가 입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통일정책포럼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북한이 ‘검증 가능한 핵 폐기’에 동의하고, 이를 실천할 의지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중시하는 민화협 주최 통일정책포럼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돼 ‘신중론’이 제기됐다는 점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현 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속도 조절’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합의해도 현실적으로 폐기에 대한 검증이라는 난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북미관계 전망이 꼭 낙관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해, 금방이라도 북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될 것처럼 생각하는 우리 사회 내부의 ‘맹목적 낙관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민화협 통일정책포럼은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로드맵’을 주제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기조발제와 토론에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김창수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 이정철 숭실대 교수, 조남훈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사회는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맡았다.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개회사에서 "정부가 북미대화와 북핵문제 해결의 중재자를 넘어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인 1998년 출범한 민화협은, 시민단체 차원의 남북교류와 인도적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햇볕정책’의 실천적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DJ의 3남인 김홍걸씨다.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19일 열린 취임식 겸 민화협 창립 19주년 기념행사에서 “6 ·15공동선언과 10 ·4선언의 소중한 정신을 이어받아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의 밑거름이 되겠다"며 ”햇볕정책의 기본정신 계승“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화협은 최근 폐막한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반도 배지 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요구, 北이 수용할지 여부가 열쇠

    포럼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는 최우선으로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만약 김정은이 이 문제와 관련해 타협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 정상회담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북미정상회담을 제안조차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미국의 요구를 김정은이 수용하지 못할 경우, 북미정상회담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회담 성공 여부는 김정은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실천할 의사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 배경으로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 제재, 정부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 김정은의 결단"을 꼽았다. 그는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뒤 이어 6자회담까지 개최되면 북핵 폐기는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며, ‘남-북-중 3자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 실장은 김정은에 대해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경제를 중요시하고 실용주의적이며 개혁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우리 정부가 김정은의 실용주의적 측면을 파악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美北정상회담 실패한다면, 서울은 워싱턴과 평양으로부터 동시에 공격 받는 상황에 처할 것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남북·미북 정상회담을 ‘복수의 출발점’으로 정의하고, ‘잠복하는 변수들’에 의해 회담의 향배가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 교수는 ‘잠복 변수’를 ‘한국의 변수, 북한의 변수, 미국의 변수’로 나눠 분석했다.

    먼저 ‘한국의 변수’로는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정부 내 갈등 노출, 대북 보상 규모 등이 제시됐다. 서 교수는 정부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할 때 다른 변수는 크지 않다고 전망하면서, ‘북한에 대한 물질적 유인책의 성격과 규모’ 즉 우리 정부가 북한에 건넬 ‘선물보따리’의 내용과 크기가 남남갈등을 촉발, 정상회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 교수는 북한 변수로 내부 강경세력의 정상회담 반발과 과도한 협상전략을, 미국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한미 갈등 가능성을 각각 꼽았다.

    북한 변수와 관련해 그는 “강경세력의 정상회담 반발은 북한 수령체제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핵 무력 강화를 제도적으로 확립한 상태에서 비핵화를 겨냥한 남한과 미국전략에 반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낸다면, 대북해법에 있어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서 교수 역시 미북정상회담 성공 여부는,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와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조치를 병행 추진한다’는 미국의 ‘비가역적 이중조치’를, 김정은이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서 교수는 김정은이 ‘비가역적 이중조치’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막다른 길로 들어설 것이고, 한국은 워싱턴과 평양으로부터 역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