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직후 전당대회' 시사, 당권과도 결부… 내홍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듯
  • 6·13 지방선거를 80여 일 남겨둔 가운데, 자유한국당 내의 친홍(친홍준표)계와 비홍(비홍준표)계 사이에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의 정면 대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대표의 공천 전단(專斷)을 무력화하기 위한 험지출마론과 권역별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조기 전환 요구를 비롯해, 중장기적으로는 지방선거 이후의 차기 당권 경쟁에까지 이어져 있어,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서 "당을 위한 노력 없이 선수만 쌓아온 극소수의 중진들 몇몇이 모여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며 "한줌도 안 되는 그들이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주영·정우택·유기준·나경원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22일 자체적으로 중진의원연석회의를 열어 홍준표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려는 것에 선제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홍준표 대표가 '직격탄'으로 이들의 움직임을 잠재우기에는 중진의원들도 이미 어느 정도 정면충돌을 작심했다는 관측이다. 이날 홍준표 대표의 '연탄가스' 운운의 공세는 오히려 중진연석회의에서 홍준표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정진석 전 원내대표, 김성태 원내대표가 같은 석상에서 회의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정진석 전 원내대표, 김성태 원내대표가 같은 석상에서 회의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홍준표, 6선 김무성·4선 정진석 끌어들여 리더십 강화 '박차'

    6·13 지방선거를 불과 80여 일 앞두고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격화되고 있는 한국당 내홍과 관련해, 친홍계와 비홍계 양 진영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홍준표 대표는 최근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북핵폐기대책특별위원장으로,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를 두고 공석(空席)이 늘어나고 공개 회의도 열리지 않아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최고위원회의를 대신해, 각각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내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6선의 김무성, 4선의 정진석 전 대표를 끌어들여 일종의 삼두(三頭) 체제를 구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무성·정진석 전 대표는 이날 친홍 체제의 또다른 일각인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재한 원내전략중진연석회의에 몸소 참석해 힘을 실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당무와 거리를 둬왔고,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한때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가 열리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는 등 당내에서 유동적인 포지션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원내전략중진연석회의 참석으로 홍준표 대표의 확실한 원군(援軍)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관측이다.

    이날 원내전략중진연석회의는 논의의 내용보다도 얼마나 많은 중진의원들이 참석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김무성·정진석 전 대표가 힘을 실으면서 예상보다 많은 중진의원들이 모였다.

    강길부·김재경·이군현 중진의원을 포함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권성동·김용태·김학용·황영철·홍문표 의원 등 김무성 전 대표와 대체로 뜻을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복당파' 의원들은 '홍준표 체제'를 지탱하는 번병(番兵)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날 원내전략중진연석회의 직후 김성태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원내대표로서 중진의원이 참석하고 안하고의 당내 문제에 치중하지 않는다"며 "언제든지 중진의원들은 따로 모임을 가질 수 있고 개의치 않는다"고 '쿨'한 모습을 보였는데,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중진의원들의 힘싣기에 고무됐다는 분석이다.

    정무에 밝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당 의원은 "김무성계야말로 지난해 연말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의 1차 과반 승리를 이끌어냈던 친홍계의 핵심 코어"라며 "당내 경선에서는 코어가 강한 쪽이 이기는데, 이들 의원들이 향후 올해 하반기의 국회부의장 경선과 전당대회 등에서도 계속해서 든든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자유한국당 유기준·나경원·정우택 의원 등 비홍계 중진의원들이 지난 8일 의원회관에서 보수의 미래 포럼 창립식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유기준·나경원·정우택 의원 등 비홍계 중진의원들이 지난 8일 의원회관에서 보수의 미래 포럼 창립식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비홍계, '스노볼' 전략… "움직임 보이면 초·재선 의원들 가담"

    이에 맞서 22일 자체 중진의원연석회의를 예고한 비홍계 중진의원들은 초·재선 의원들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홍준표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어, 문제제기를 시작할 경우 충분히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는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고 '스노볼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중진의원연석회의의 날짜를 애초 예고했던 이날에서 22일로 하루 늦춘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굳이 처음부터 같은날 중진연석회의를 열어 맞대결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석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당 중진의원은 "처음에 참석하는 중진의원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며 "눈덩이를 굴려나가듯 계속해서 밀고나가면 초·재선 의원들이 사당화(私黨化) 방지와 당 혁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연히 세력이 불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진의원들은 홍준표 대표가 인재난을 겪고 있는 서울특별시장 선거나 서울 노원병 등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직접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한다지만, 막상 출마자들은 당대표의 지원유세를 바라는 눈치가 아니더라"며 "대표가 지방에 지원유세를 가도 딱히 긍정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직접 선거에 나가도 무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표는 험지(險地)에 출마해 자신의 선거에 전념하고 지방선거는 당을 권역별 선대위 체제로 조기 전환해 치러내면, 지방선거 이후 당권경쟁 과정에서는 구심점과 존재감을 잃은 친홍계가 자연 무력화돼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월 29일 경기도 고양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월 29일 경기도 고양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끝나도 홍준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일갈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홍계는 코어가 강력… 비홍계는 뭉쳤지만 아직 동상이몽"

    이러한 친홍계~비홍계 양측의 전략과 계산에 따른 대결의 추이는 어떻게 될까.

    결속력으로 보면 홍준표 대표 측, 즉 친홍계가 탄탄하다는 분석이다.

    비홍계 중진의원들은 '홍준표 체제에 반대한다'는 공통의 목적으로 일단 뭉쳤을 뿐, 그간의 정치역정을 살펴볼 때 결속지점이 없다. 친홍계로 분류되는 중진의원이 "그 모임(비홍계 중진의원 모임을 지칭)은 중심을 잃고 있다"고 쓴소리를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비홍계의 조직화 움직임으로 관심을 모았던 '보수의 미래' 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유기준 의원과 나경원 의원도 최근에야 움직임을 함께 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8일 '보수의 미래' 포럼 창립식에서 유기준 의원이 이를 의식한 듯 "공동대표를 맡은 나경원 의원은 밖에서 볼 때는 나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데, 2006년에 대변인을 같이 맡았고 당과 나라의 상황에 대해서 공통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원내대표 경선 국면을 포함해 그간에는 줄곧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정치색을 달리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중진의원들이 앞장서 목소리를 내다보면 초·재선 의원들이 눈덩이 구르듯 합류할 것이라는 것도 일단은 기대 단계에 머물러 있다.

    초·재선 의원들이 금명간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조짐조차 없다보니, 연석회의를 준비하는 비홍계 중진의원이 "초·재선 의원들이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할 정도다.

    이와 관련해, 한 재선 의원은 "지금의 초·재선 의원들은 당권을 장악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박계가 각각 친이(친이명박)계와 비박계를 여지없이 학살하던 2012년과 2016년의 계파공천을 지켜본 세대"라며 "당권의 추이와 공천 문제에 민감하고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어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선의 김진태 의원이 이날 "6·13 지방선거 때까지 모든 선거 일정을 당 공식기구에 맡기고 대표는 일체의 발언을 자제해주길 당부한다"며 비홍 전선에 공개적으로 합류했지만, 김진태 의원과 기존 비홍계 중진의원들 사이에도 공감대나 접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 ▲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홍준표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가 지난 5일 경제파탄대책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홍준표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지방선거 직후 전당대회" 첫 시사… 양측 내놓을 '카드'는?

    결속력이 떨어지는 비홍계는 자연히 지방선거 이후의 비전에 대해서도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6·13 지방선거 직후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지난 1월 29일 의원연찬회에서 "극히 일부에서는 지방선거를 패배하면 홍준표가 물러나고 우리가 당권을 쥔다는 사람도 있더라"며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홍준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일갈했었지만, 정치현실로 보면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를 다시 한 번 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당연한 시사다.

    이와 관련해, 비홍계 중진의원들의 생각은 아직 조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중진의원은 '홍준표 체제' 이후의 대안으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또다른 중진의원은 자신이 직접 전당대회에 나서 당권을 경쟁하는 것에 뜻을 두고 있다는 말이 있다.

    또, 이날 공개적으로 비홍 전선에 합류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 김진태 의원이 당권에 뜻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은 "조율이 아직 안 된 것이 아니라 (비홍계 중진의원들이 홍준표 대표 이후에 당권을 누가 잡아야 할지) 논의를 시작하면 결코 의견이 통일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조율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일단은 목전의 '홍준표 무너뜨리기'부터 하자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진단했다.

    반면 친홍계를 살펴보면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이미 당대표를 했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에는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당권 경쟁에 내세운다는 관측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여의도에서 가진 충청권 언론사 간담회에서 당권 경쟁과 관련해 "그 때 가봐서 이야기하자"며 말을 아꼈지만, 여의도와 지역구 안팎에서는 계속해서 당권도전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표가 (비홍계 일부가 '포스트 홍준표'의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의 충남 천안갑 공천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같은 의도가 사실이라면, 앞으로 공천이 진척되면서 친홍계와 비홍계의 갈등이 격화되는 것은 물론 탈당과 무소속 출마 사태가 추가적으로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