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음모론' 김어준 저격하는 좌파 진영 지식인들

진중권 교수, 박훈 변호사, 김당 前 오마이뉴스 편집국장까지... 김어준 작심 비판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3.21 14:25:51
▲ 지난 17일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정봉주 미투 사건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공개했다. ⓒ프레시안 페이스북 캡쳐

최근 '나꼼수' 멤버 김어준씨가 "미투 운동이 진보 진영의 분열 기회로 이용될 것"이라는 식의 음모론을 제기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미투 공작설'이나 김씨가 진행하고 있는 공중파 방송의 진행 행태에 대해 좌파 진영의 대표 지식인들이 마치 약속한 것처럼 비판적 시각을 잇따라 내비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김어준씨를 겨냥한 좌파 진영 지식인들은 진중권(55) 동양대 교수, 박훈(52·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 김당(58)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등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세간에 잘 알려진 좌파 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며,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박훈 변호사 역시 민노총 금속노조 상근변호사 활동경력이 있을 만큼 성향이 뚜렷하다. 대북·안보 분야 전문기자로 1998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도 좌파 진영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지식인이다.

최근 진 교수는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정봉주 미투 사건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진 교수는 지난 17일 출고된 이 기고문을 통해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해명이 황당하다"면서 "음모론 좋아하는 김어준의 공작적 사고에 따르면 익명의 폭로 여성은 보수진영에서 '미투' 운동을 틈타 진보 진영의 도덕성을 공격하기 위해 마련한 폭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미투 폭로가) 정봉주의 서울시장 출마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피해 여성이 7년 전에 먼 훗날 정봉주의 출마를 예상하고 남자친구에게 있지도 않은 성추행 사실을 기록한 허위메일을 보내고, 주위 친구들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고백하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내가 아는한 대한민국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놀라운 예언의 은사를 가진 분은 오직 김어준과 허경영 뿐"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지난 7일 프레시안은 2001년 12월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현직 여기자 A씨의 폭로를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프레시안에 대해 "성추행한 사실이 없으며, (프레시안 보도는) 국민과 언론을 속이기 위한 사기극"이라고 해명했음에도 프레시안은 추가적으로 반박 보도를 내는 등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 박훈 변호사가 17일, 21일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박훈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박 변호사 역시 정 전 의원의 해명과 관련,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정봉주 측은 승산 없는 싸움판을 벌였는데, 그 판이 X난장판"이라며 "정치 공작 음모론을 깨기 위해 남겨진 흔적을 찾아 검색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어 "정봉주 측이 당시 알리바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 제시한 780장의 사진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한다면 손해배상액으로 1억을 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어준씨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혁명이라 평가했지만, 이 혁명에 가장 강력한 반혁명 세력이 있다"며 "준동하고 있는 반혁명 세력은 김어준류의 '공작음모론'이며, 이들과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첨예한 '미투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정 전 의원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런 그를 '음모론'으로 보위(保衛)하고 있는 김어준씨를 '반(反)혁명세력'으로 규정하며 정면 비판에 나선 것이다.

박 변호사는 21일 오후 1시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어준씨가 진행하고 있는 공중파 프로그램(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 정 전 의원 성추행 의혹 알리바이를 입증할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는 스포츠투데이의 보도를 태그하고 "김어준이 약간의 이성이라도 있다면, 이 방송을 계기로 정봉주와 결별할 것이라 본다. 결자해지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지난달 26일과 이달 18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페이스북 캡쳐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도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최근 어중이(김어준을 지칭)가 떠중이들 데리고 하는 팟캐스트에서 미투 운동 부작용을 예언하며 누군가의 공작과 음모라고 하고 있다"며 "이것은 올림픽 이후에도 미투 운동이 전 사회로 확산돼 자신에게까지 미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얍삽한 물타기 수법"이라는 장문의 게시물을 올렸다.

김 전 편집국장은 "항상 음모론의 시각으로 사건을 재단하는 어중이는 우리하고 사고방식 회로가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미투 운동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 것을 예견하고 '미투는 우파 공작' '내가 예언하지 않았느냐'며 빠져나가려고 선수를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도 예언 하나 하겠다"며 "음모공작적 시각으로 보면, 어중이가 팟캐스터에서 공중파로 진출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차기 공중파 사장 시킬 것까지 염두해 두고 밑밥을 깔아놓은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처럼 김어준씨의 행태에 대한 좌파 진영의 지식인들의 공개적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과거 좌파 진영 내부에 깔려 있던 김어준씨에 대한 불편함이 미투를 비롯한 일련의 사태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8일 김 전 편집국장은 김어준씨가 지난 1월 중순부터 진행을 맡은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대해 "아무리 MB가 죽일 X이라 해도 명색이 공중파에서 진행자(김어준)와 국회의원(박지원)이 진영 논리에 기대어 '아무말 대잔치'나 하면 안 된다"며 "진영 논리와 '도덕적 이중성'에 사로잡혀 '우리는 안 그랬다'고 과거를 윤색하면 과오를 되풀이할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지난 15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8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및 검찰조사와 관련한 내용이 방송됐다. 방송에서 "(MB가 받은) 당선 축하금이 관행이냐"는 김어준씨의 질문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김영삼까지는 관행이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때 (당선 축하금이) 한 푼도 없었다"는 발언을 놓고 김 전 편집국장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전 편집국장은 "깜짝 놀랐다"며 "불과 10여년 전 일인데 마치 딴 세상 일인 듯 진행자와 출연자가 '아무말 대잔치'를 하며 맞장구를 친다"며 "요즘 종편도 출연자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오류를 자막으로 걸러주는데, 공중파에서 팩트 검증이나 게이트 키핑(Gate keeping·뉴스결정권자가 어떤 뉴스를 보도할지 취사선택하는 과정)도 전무했다"고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방송을 내보낸 제작진도 함께 비판했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