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주체 국민→사람으로 확대… 살인마도 주적도 천부인권 따라 보호 받아야 하나
  • ▲ 지난 2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지난 20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오는 26일 발의 예정인 대통령 개헌안에서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것을 명시했다. 모든 법률과 시행령의 근간이 되는 헌법에 국민 보다 사람을 먼저 내세우면서 여러가지 정치적·사회적 변화도 예상된다. 청와대는 천부인권적 측면에서 사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생명권, 자유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포괄적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 속에 굳이 UN인권헌장을 연상시키는 모호한 단어를 넣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지난 20일부터 대통령 개헌안의 일부 요지를 공개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헌법개정안 중 전문·기본권·국민주권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하여는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며 "다만, 직업의 자유·재산권 보장·교육권·일할 권리·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한다"고 했다.

    조 수석은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 시대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려했다"며 "외국 헌법 입법례를 봐도 '위 피플(We the People)'이라고 돼 있다. 국민과 사람을 구별하는 것들은 민주주의 헌법의 기본 틀"이라고 덧붙였다.

    조 수석이 이날 밝힌 개헌안에서 '사람'은 기본적으로 내국인에게만 적용하던 기본권의 영역을 외국인에게도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조 수석은 "우리나라 국적이 아니더라도 무수한 외국인, 무국적자, 망명자를 포함한다"며 "그분이 어느 나라 사람이건 사람으로서 존중돼야 할 천부인권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형평성 측면에서 다소 논란이 있다. 현행 헌법상 국민은 권리도 있지만 의무와 책임도 명기돼 있는데, 그렇지 않은 외국인이나 무국적자를 우리 국민과 동등한 선상에서 놓고 볼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만약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우리 국민과 외국인과 갈등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가와 정부는 제3자라는 객관적 입장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저버린 희대의 살인마까지 '사람'이기 때문에 천부인권을 보장해줘야 하느냐는 해묵은 논쟁도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희대의 살인마로 이름을 떨친 유영철, 강호순 등 사형이 확정된 사람이 현재 57명이다. 4차례에 걸쳐 사람을 납치하고 토막 살해한 지존파, 부녀자 13명을 연쇄 살해한 정남규 등도 이에 해당한다.

    법률적으로 해석은 분분하지만, '사형'이란 사법적 판결을 집행한다는 뜻은 대한민국 국민이란 자격을 박탈한다는 사회적 합의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헌법 개정안에 따라 국민이란 단어가 사람으로 확대된다면 또다른 논쟁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국민 자격은 사법적 판결과 사회적 합의로 박탈 가능할 지 모르지만, 사람이란 천부인권적 지위는 그 어떤 판결로도 침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존재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것을 끝으로 20년이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사형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6.25를 일으켜 수백만 동족을 죽이는 참삼을 저지른 김일성이나, 수백만 북한 동표를 굶겨죽인 김정일 같은 대한민국의 주적도 사람으로 대우해야 하느냐는 이념적 논쟁도 예상된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와 관련해서는 국민을 주체로 한정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남북한 문제에 평화와 대화 이 외의 경우의 수는 상정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쟁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분단 휴전국인 우리나라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도 여러 차원의 논란이 있었음을 내부적으로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정무기획 비서관은 지난 20일 기본권 확대 개헌안 결정 배경에 대해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문제에도 상당한 반대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천부인권적 기본권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