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지원 조례안, 교복업체 의견만 수렴해"학부모단체 "도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정작 수혜자 의견은 무시"
  • ▲ 경기도청.ⓒ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경기도청.ⓒ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경기도의회가 추진 중인 ‘무상 교복’ 사업이 학부모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해 발의한 이 조례안은, 내년부터 도내 중학교 신입생에게 교복을 무상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학부모들의 반응은 생각만큼 뜨겁지 않다. 해당 조례안이 교복업체의 배만 불릴 뿐, 교육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이하 학사모)은 20일 성명을 내고, "도민의 세금으로 만드는 경기도 무상교복 조례안에 학생·학부모 의견수렴 과정이 하나도 없고 교복업체 목소리만 있다"고 비판했다.

    2006년부터 교복 값 현실화 운동을 벌여온 학사모는 "경기지역 학생, 학부모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가 무상교복에는 찬성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조례안과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경기도 교복 지원 조례안'은 내년부터 도내 중학교 신입생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례안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민경선 도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경기도교육감은 무상 교복 지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야 한다. 무상 교복 지원 사업을 교육감의 책무로 규정한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한다는 내용도 조례안에 포함됐다.

    무상 교복 지원 대상은 도내 중학교 입학생, 다른 시·도 및 국외에서 도내 중학교로 전입하는 1학년생이다. 

    교복구입비를 지원받은 학교는 업체를 선정하고 학생에게 현물(교복)을 제공한 뒤 업체에 대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교복사업자들이 조례안에 이견을 보여 도의회 심의가 다음 달로 미뤄졌다. 

    경기도는 무상 교복 지원 사업이 정부 정책과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보건복지부 협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부대조건을 달아, 사실상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교복업체의 목소리만 반영되고 정작 수혜자인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는 것. 학사모가 이달 초 경기지역 학생·학부모·교사 2,78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785명 중 91%가 무상 교복 정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다만 방식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현재 조례안처럼 현물 지급방식에 찬성한 응답률은 불과 8%, 반대한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 교복 디자인과 관련해서도 ‘표준디자인’이 좋다는 응답은 4%에 그친 반면, 절대 다수인 96%는 ‘자율 디자인’을 선호했다. 

    학사모는 "교복이 갖는 의미와 수혜자인 학생·학부모의 자율성, 권리, 다양한 욕구와 구매과정의 즐거움을 무시하고, 효율성만 강조해 획일적으로 추진한다면 무상 교복 조례안이 갖는 의미는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사모는 "무상 교복을 통한 경제적 지원이 학생·학부모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무기가 돼선 안 된다"며, 학생과 학부모 의견 반영을 도의회에 요구했다. 

    최미숙 학사모 대표는 2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조례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학생의 권리나 선택권·자율권 등이 모두 무시돼 있다”며, “반강제적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사모는 이날 오후 2시30분 경기도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무상 교복 조례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안 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