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로 연주는 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독백 연기와 같다면, 듀오 연주는 2명 이상의 캐릭터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드라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0)이 2012년 발매한 '솔로'(Solo)를 잇는 9번째 정규 앨범 'DUO(듀오)'를 발매했다.

    앨범에는 요한 할보르센의 '파사칼리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2중주, 베토벤의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2중주곡, 힌데미트의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2중주곡, 브리지의 두 대의 비올라를 위한 '애가', 벤자민의 비올라 2중주곡 등이 담겼다. 

    앨범의 주제는 현과 현의 만남이자 대결을 담은 '듀오'다. 바이올린·비올라, 비올라·비올라, 비올라·첼로 세 팀의 듀오로 구성돼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비올리스트 이수민, 첼리스트 문태국이 참여하고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매개 역할을 맡았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19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악기는 '스트링 패밀리'라고 불릴 정도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비올라는 현악기 중에서도 중간 위치의 음색을 지닌다. 낮은 음색의 첼로나 음색이 높은 바이올린과 잘 어울리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곡 면에서 난이도가 높은 곡들이 이중주이다. 하모니와 멜로디, 리듬적인 부분에서 충분한 음악적 깊이가 있어야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앨범은 다양한 듀오 조합을 통해 소통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 첼리스트 문태국(왼쪽부터), 비올리스트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 첼리스트 문태국(왼쪽부터), 비올리스트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라는 단어에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파생됐을 정도로 악기의 중심이다. 실내악이나 교향곡에 있어서 중간지점에 놓인 비올라는 중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음역이 중간인데다가 음색도 따뜻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언제나 이웃하는 악기들과 잘 어울린다.

    비올라가 20세기에 들어 인기 있는 악기로 자리매김했지만 비올라 레퍼토리의 앨범은 상대적으로 다른 악기를 다룬 앨범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DUO'는 비올라의 많은 곡들을 고르게 배치하며 듣는 이들이 풍성한 2중주 곡들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용재 오닐은 "그 어느 때보다 비올라의 미래가 밝다. 로렌스 파워, 앙트완 타메스티 같은 기량이 뛰어난 비올리스트들이 많아졌고, 비올라를 위한 새로운 곡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놀림을 당하거나 조롱을 받는 악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올라로 음악세계를 지배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칭송받거나 인정받기 위해 연주하지 않는다. 사람은 언젠가 죽어 없어져도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히 남을 음악으로 사람들과 계속해서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
  • ▲ 첼리스트 문태국(왼쪽부터), 비올리스트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용재 오닐은 2004년 KBS 1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소개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어머니는 6.25 때 미국으로 입양된 전쟁고아로 어릴 적 열병에 인해 뇌손상을 입어 언어장애가 있으며, 미국인 조부모가 대신 오닐을 키웠다. 

    비올리스트로는 최초로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에 입학한 용재 오닐은 이 학교의 한국인 강효 교수로부터 '용재(勇材)'라는 한국 이름을 얻었다. 용기이 '용'(courageous)과 재능을 뜻하는 '재'(talented)를 합친 것이다.

    "음악가로서의 삶은 제게 선물과도 같다. 아름답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요즘,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올라를 연주하지만 비올리스트보다는 음악가로 불리고 싶다."

    용재 오닐은 23일 경남 김해시 김해문화의전당을 시작으로 '듀오'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이어 24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9일 경북 안동시 문화예술의 전당, 30일 인천 문화예술회관,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