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웅은 대단한 게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여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

    지난 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창작 뮤지컬 '존 도우'가 사회에 던지는 위로의 메시지다.

    작품은 할리우드 거장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1941년 영화 '존 도우를 찾아서'가 원작이다. 1934년 대공황 이후의 뉴욕, 신문기자 앤 미첼은 새로운 경영진에 의해 해고통지를 받자 '존 도우'라는 이름으로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기사로 게재한다. 

    사회에 항거하는 의미로 시청 옥상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가짜 기사의 내용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앤은 해고를 모면한다. 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존 도우가 필요했던 앤은 전직 야구선수 월러비를 대역으로 발탁하게 된다.

    실제로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주가는 하루아침에 40% 이상 폭락했고, 많은 사업가들이 뉴욕 맨하탄의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렸다. 뮤지컬 '존 도우'는 거짓말이 낳은 가짜 영웅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꿈꾸는 민주주의 이상에 대한 신념과 여정을 통쾌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제작사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예술만이 유일하게 인간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다는 모토를 가진 우리 회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평범한 사람이 하루를 살아가며 버틴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엄청난 승리인지,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존 도우의 인간승리를 보며 개인적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 어깨부상으로 마운드에 설 수 없는 전직 야구선수 '윌러비' 역은 정동화가 원캐스트로 무대에 선다. 기자이자 존 도우 사기극을 시작한 '앤 미첼' 역에 김금나·유주혜, 블레틴 신문사의 신인 편집장 '캐시' 역은 신의정·김선희가 맡는다. 

    정동화는 "연습하면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과거 미국의 이야기지만 단순히 지난 이야기를 구현하는 게 아니라, 오늘날 한국에도 필요한 신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관객들이 충분히 좋아하고 공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뮤지컬 '존 도우'는 라이브 재즈 클럽에 온 것 같은 무대가 돋보인다. 스트링, 브라스,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등으로 이뤄진 16인조 재즈 빅밴드는 무대 위에서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연주를 시작해 재즈풍의 넘버 22곡을 들려준다.

    이진욱 음악감독은 "스윙재즈는 경제공황 시기 우울하고 혼란스러운 정서에서 국민들에게 힘을 준 돌파구였다. 흥겹고 신나게 들릴 수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미국인들의 감정을 담은 소재"라고 설명했다.

    4월 2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 [사진=HJ컬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