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18일 출마 공식 선언 "프레시안 허위보도와 온갖 음해 뚫고 제 길 가겠다"진중권, 17일 프레시안 기고 "피해자가 거짓말 하면서 그 꼴 당해야 할 이유 없어"
  • ▲ 정봉주 전 의원이 6·13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정봉주 전 의원이 6·13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미투(#Me Too)' 폭로를 놓고 프레시안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정봉주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요지의 글을 게재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트럴파크(경의선 숲길 공원)에서 "온갖 음해를 뚫고 제 길을 가겠다"며 한 차례 연기했던 서울시장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을 읽기에 앞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정치권에서 밀려나 광야를 헤맨지 10년 됐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BBK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1년 감옥생활을 했고 10년 간 피선거권을 잃었다. 그때 MB는 주가조작 주범이고,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는 MB이며 김경준과 함께 처벌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주장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고, MB는 곧 구속될 운명이다. MB가 구속되면 저는 사면복권되는 게 아니라 무죄가 되는 것이다. 민주당원 자격은 MB BBK 실소유주설로 잃은 것이니만큼 당연히 복원돼야 한다. 민주당 복당 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이날 출마선언 행사에는 정봉주 전 의원 지지자들이 주로 참석했다. 사회는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카페지기인 '오모가리'가 맡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7일 이곳에서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려고 했지만 프레시안의 악의에 가득찬 허위보도는 저를 가장 추악한 덫으로 옭아맸고 온몸을 휘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철조망을 뚫고 나오는데 11일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지난 7일 같은 장소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려 했지만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오면서 관련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저는 온갖 모함과 음해를 뚫고 재기할 것이며 어떤 시련과 난관도 정봉주를 막지 못할 것이고 천만 서울시민과 손잡고 미래를 향해 출발할 것"이라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여권 내 경쟁자인 박원순 시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출마선언문에는 박원순 시정을 비판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서울이 늙어간다. 서울의 새로운 변화 어디서 시작해야 하겠는가. 단지 관리만 하고 현상유지만 하는 시정, 이제는 안 된다. 우리 기억 속에 서울은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삶에 지친 젊은 세대가 탈출하고 있는 서울, 가정을 위해서 중장년층은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서울, '잿빛 서울, 서울 탈출' 이제는 멈춰야 한다. 서울특별시는 작은 대한민국이자 대한민국의 축소판인데 서울에는 대한민국의 문제가 집약돼 있다. 수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집중돼 있다. 이제는 보다 확실한 변화, 확 다른 미래로 바꿔야 한다."

    "미세먼지, 주택 문제, 고질적인 교통난, 청년 일자리, 교육 투자 확대, 강남과 비강남권의 격차해소 등 서울의 난제는 미세먼지처럼 켜켜이 쌓여 익숙한 일상이 돼 버렸다. 서울의 새로운 변화는 단지 관리만 하고 현상유지만 하는 시정, 이제는 안 된다. 관리형 리더십이 아닌 정면돌파형 리더십, 머무르는 리더가 아닌 해결하는 리더, 서울시민은 새로운 서울시장을 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박원순 시장 1기, 그 당시 서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원순 시장 2기, 그 4년은 뭔가 부족하고 허전하다는 느낀다.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생각일 것이다. 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 누가 나와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정봉주다. 안철수와 가장 대척점에 서는 후보도 저 정봉주다. 확실한 승리 카드를 선택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시정을 이끈 몇년 간 서울은 온갖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고, 만약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할 경우 야권의 후보에게 패배할 수 있다는 비난으로 해석된다. 

    정봉주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후보가 누구인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 정봉주는 자기 정치하지 않고 오로지 대의만 바라보고 가겠다"며 자신의 친문(親文) 색채를 드러내기도 했다.

  • ▲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 ⓒ뉴시스 DB
    ▲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정봉주 전 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 ⓒ뉴시스 DB

    하지만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정봉주 전 의원의 출마선언 하루 전인 17일 진중권 교수는 프레시안 기고를 통해 "머리를 액세서리로 달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대강은 짐작할 것"이라며 정봉주 전 의원을 정면 겨냥했다.

    진중권 교수는 기고문에서 "(정봉주와 피해자 중) 어느 쪽도 확증의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하기에 간접적 증명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여성 피해자가 거짓말까지 하면서 그 꼴을 당해야 할 이유가 없고 그 폭로가 거짓이라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의 기고문 핵심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정봉주와 김어준은 피해 여성의 폭로를 각각 허위라고, 공작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그 여성은 왜 거짓 폭로를 했을까? 정봉주 전 의원이 창작해낸 이유는, 피해여성과 프레시안의 보도가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황당하지 않은가. 생각해 보라. 대체 피해여성과 프레시안이 그의 서울시장 출마를 방해함으로써 얻을 게 뭐가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시장선거를 좌초시키는 게 피해여성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란 딱 하나, 그녀가 실제로 정봉주에게 성추행을 당했을 때뿐이다." 

    "결국 피해여성과 프레시안에 정봉주의 서울시장 출마를 막아야 할 '내적' 동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동기는 '외적'인 것, 즉 밖에서 주어진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누군가가 그들에게 금전적, 혹은 그 밖의 대가를 주기로 약속하고 거짓폭로와 허위보도를 하도록 뒤에서 사주했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에게 폭로와 보도를 할 동기가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그 사주를 누가 했을까? 당연히 정봉주의 출마 여부에 이해관계가 걸린 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용의자들은 곧 있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정봉주와 경쟁하게 될 후보들이리라. 이들 중에서 누가 그런 못된 짓을 꾸몄을까? 박원순 시장? 박영선 의원? 우원식 의원? 아니면 이미 사퇴한 민병두?"

    "물론 그의 낙마를 원하는 세력이 당의 안이 아니라 밖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참 하기에 민망한 가정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정봉주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에서 가장 유력한 여당후보(박원순)를 제쳐두고 하필 최하위 후보를 낙마시키려 공작을 꾸민다? 이게 얼마나 합리적 가정일까.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가정해 주자. 그럼 당장 이런 물음이 떠오른다. 야당의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 불행히도 자유한국당에는 아직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없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자가 정봉주를 낙마시키려 여성과 언론을 사주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진중권 교수는 정봉주 전 의원의 언행에 대해 "사소한 디테일을 과도하게 부각시켜 사람들의 논리적 주의력을 흩트려놓는 것으로, 사실 이건 뭐 새로운 술수도 아니고 옛날부터 길바닥 야바위꾼들이 즐겨 사용해 온 고전적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와 정봉주 전 의원의 친분은 두텁기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채널A의 시사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진중권 교수는 미투 폭로가 나오기 전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축하하는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그런 진중권 교수가 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게 된 배경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측과 정봉주 전 의원 간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프레시안은 지난 16일 "정봉주 전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보도의 본질은 정치인 정봉주와의 진실공방이 아니고 피해자의 외침이 사실로 입증돼 가는 과정이며 고소는 전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 야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프레시안은 정봉주 전 의원이 2011년 12월 기자 지망생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13일 프레시안이 A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해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면서 관련 기자들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 내려보내 수사지휘를 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