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美국무부는 장관 대행 만나고, 美하원의장·상무장관 만나 통상 문제 논의”
  • ▲ 2017년 6월 취임 후 처음 만난 강경화 외교장관과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 이제 한 명은 떠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6월 취임 후 처음 만난 강경화 외교장관과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 이제 한 명은 떠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5일(현지시간)부터 방미 일정을 시작할 강경화 외교장관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두고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의 갑작스러운 경질과 차기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오 美중앙정보국(CIA) 국장과는 만날 수가 없는 현지 상황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강경화 외교장관이 카운터 파트인 틸러슨 장관이 경질되었음에도 방미 일정을 그대로 강행한다는 것은 미국과 사전에 교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며 외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美백악관에서 느닷없이 결정해서 틸러슨 본인도 모르던 일을 한국 외교부가 어떻게 사전에 알겠느냐”며 강경화 외교장관을 옹호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시중의 분위기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이번 방미가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무부는 장관과 부장관, 차관급 고위직 가운데 존 설리번 부장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정책 담당 차관은 헤더 노어트 美국무부 대변인이 대행을 맡고 있고, 톰 섀넌 정무차관은 이미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6개 차관직은 아직도 임명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한국 외교부의 카운터 파트인 美국무부의 담당 관계자들이 대부분 공석이 된 상황에서 강경화 장관이 존 설리번 부장관을 만난다고 해서 제대로 대화가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강경화 외교장관이 해야 할 일은 서 훈 국가정보원장이 사실상 대신해서 다 해왔지 않느냐는 냉소적인 지적도 나온다.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서 훈 국정원장과 폼페오 美CIA 국장이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므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업무 공백은 없다”고  해명한 것이 오히려 외교부의 힘을 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여러가지 여론때문에 강경화 외교장관의 이번 방미가 남북정상회담과 美-北 간 대화를 앞둔 상황에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나 15일 외교부가 정례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강경화 외교장관의 방미는 북한 문제보다는 한미 간의 통상 문제에서 오히려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 ▲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에서 함께 응원하며 셀피를 찍는 이방카 트럼프 美백악관 고문, 김정숙 여사, 강경화 외교장관. ⓒ뉴데일리 DB-청와대 제공.
    ▲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에서 함께 응원하며 셀피를 찍는 이방카 트럼프 美백악관 고문, 김정숙 여사, 강경화 외교장관. ⓒ뉴데일리 DB-청와대 제공.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강경화 외교장관이 15일부터 17일까지의 방미 일정 동안 폴 라이언 美하원의장, 윌버 로스 美상무장관, 이방카 트럼프 美백악관 고문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설명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윌버 로스 美상무장관과 만나 美정부가 한국 철강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문제를 비롯해 통상 문제를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폴 라이언 美하원의장과 코리 가드너 美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원장, 에드 로이스 美하원 외교위원장, 테드 요호 美하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 등을 만나 북한 문제 대응에 있어 한미 간의 정책 공조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강경화 장관의 이번 방미 일정은 이미 美백악관에서 브리핑까지 한 대북특사단의 뒷북을 치는 것이 아니라 美상무부와 美의회를 찾아 한국 기업들이 현재 처한 통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강경화 장관의 美국무부 방문은 장관 경질 이후 불가피하게 일어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문제는 강경화 장관이 윌버 로스 美상무장관과 美의회 중진 의원들을 만나 통상 분야의 갈등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美하원을 이끄는 폴 라이언 의장, 미국의 동아시아 태평양 외교를 좌지우지하는 정치인들을 만나서  “한국은 미국의 안보에 필수적으로 중요한 동맹”이라고 설득해야 하고, 외환위기 직후 英로스차일드 뱅크  CEO로 한국의 산업구조조정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던 윌버 로스 장관을 설득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강경화 장관이 이번 방미를 통해 통상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면 북한 문제 해결에서 소외된 데 따른 비판 여론을 되돌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외교부 스킵'이라는 조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계속 나오면 오는 6월 지방 선거 이후 장관 경질설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