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BBC “메이 총리, 24시간 동안 러시아 해명 없자 對러시아 제재 발동”
  • ▲ 지난 13일(현지시간) 英하원에서 러시아 정부를 향해
    ▲ 지난 13일(현지시간) 英하원에서 러시아 정부를 향해 "24시간 내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암살 시도에 대해 설명하라"고 통첩하는 테레사 메이 英총리.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부녀 암살 시도에 열 받은 영국 정부가 결국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놨다.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영국 왕실 및 내각 관계자들의 보이콧 등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英BBC에 따르면, 테레사 메이 英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전직 러시아 스파이에 대한 암살 시도에 러시아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정부는 24시간 내에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으라”고 하원에서 공개 통첩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이를 무시하자 테레사 메이 英총리는 14일(현지시간)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 러시아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화물, 운송, 항공 검역 강화, 영국 국민과 거주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러시아의 모든 자산 동결, 영국 왕실 및 내각 인사의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 러시아와 예정했던 모든 고위급 회담 중단, ‘위협적인 국가’의 행동에 대비해 새로운 보안법 규정 제정 등의 對러시아 제재를 취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英BBC에 따르면, 테레사 메이 英총리는 이날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들은 외교관으로 위장한 러시아 비밀첩보요원들”이라며 “일주일 내에 영국을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테레사 메이 英총리는 “러시아 정부는 신경작용제 사용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면서 “국제법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남의 나라 영토에서 사용한 것은 직접적인 무력 침공”이라고 러시아를 맹비난했다고 한다.

    英BBC는 “같은 날 유엔 주재 英대사는 긴급히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가 사용금지된 신경작용제 화학무기를 사용, 영국 도시의 평화를 위협했다’고 밝혔다”면서 “영국 정부는 이번 사안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간주, 화학무기금지기구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英BBC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부녀 암살 시도에 대해 발뺌했다고 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불러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노비톡’에 대해 24시간 이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 ▲ 지난 11일(현지시간) 英샐리스버리의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정부 관계자들. ⓒ호주 뉴스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11일(현지시간) 英샐리스버리의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정부 관계자들. ⓒ호주 뉴스닷컴 관련보도 화면캡쳐.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공식 해명을 하지 않았으며,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가 저질렀다는 물증을 제시하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메이 英총리가 對러시아 제재 조치를 발표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영국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고 한 마디 했고, 이어 러시아 외무부는 메이 총리를 가리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원색적인 도발로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악화시켰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英BBC는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은 단일 사건으로는 지난 30년 이래 최대 규모”라면서 영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메이 英총리와 영국 정부가 이처럼 러시아에 강경한 대응을 하는 것은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에 대한 암살 시도와 유사한 사건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직후 영국에 거주하는 러시아 재벌이 숨진 채 발견됐고, 2006년 11월에는 전직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레트비넨코’가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 210’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특히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시도에 사용된 화학무기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舊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이라는 신경작용제로, 러시아 외에는 이를 사용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