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사와 목포, 무안·영암·신안 '패키지 연합공천' 구상에 '난항'
  • ▲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전남도지사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도전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영록 장관이 이개호 농해수위원장직무대행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전남도지사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장관직을 내려놓고 도전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영록 장관이 이개호 농해수위원장직무대행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전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공직사퇴시한 마지막날에 결국 장관직을 사퇴했다.

    김영록 장관의 사퇴와 전남지사 출마에 따라, 민주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가 그간 물밑에서 공을 들여온 민주~민평 선거연대에 이은 단일후보 전남지사 도전 구상은 헝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김영록 장관은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사퇴시한(90일 전) 마지막날인 15일 이임식을 갖고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 직후 김영록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따로 독대해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사의를 표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장관 사직서는 전날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록 장관의 전남지사 도전은 당 안팎에서 상당한 동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남지사를 노리다 결국 불출마 선언을 하며 주저앉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과, 지방선거와 같은날 치러지는 광주 서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노리는 박혜자 전 의원이 김영록 장관의 든든한 응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장관과 이개호 의원, 박혜자 전 의원은 지난 2004년부터 전남도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연으로 각별한 사이다. 김영록 장관과 이개호 의원은 전남도 행정부지사, 박혜자 전 의원은 복지여성국장까지 역임했다. 2015~2016년 연말연초 구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分黨) 과정에서 정치적 거취를 함께 하기로 결의했던 관계이기도 하다.

    박혜자 전 의원은 앞서 이개호 의원의 전남지사 불출마 소식에 "당을 위한 쉽지 않은 결정에 존경심을 느낀다"며 "어려운 시절, 당을 함께 지켰던 동지로서 마음 속 깊이 흐르는 동지애로 함께 하겠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이로 비춰볼 때, 김영록 장관의 전남지사 도전에 박혜자 전 의원이 힘을 실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론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개호 의원이 전남지사를 최종 불출마 결심함에 따라, 조만간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 및 최고위원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김영록 장관의 전남지사 도전 가도에 '청신호'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김영록 장관의 가도에 '청신호'가 켜지자, 반대로 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의 전남지사 도전 가도에는 '황신호'가 들어오게 됐다.

  • ▲ 민주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민주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간 박지원 전 대표는 6·13 국회의원 재선거가 확정된 전남 무안·영암·신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부채 의식을 갖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씨를 연합공천하고, 자신이 전남지사에 출마함에 따라 공석이 되는 전남 목포에는 이윤석 전 의원을 연합공천하며, 자신은 호남의 3개 광역자치단체를 민주당과 평화당이 연합공천하는 과정에서 평화당 몫이 될 전남에 단일후보로 출마한다는 그림을 그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민주당과 평화당이 호남에서 연합공천을 단행하면 정치적 경쟁 구도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일부 지역민의 반발 여론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하는 인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장만채 전남교육감 정도는 인지도와 경륜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누를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지원 전 대표도 이개호 의원의 전남지사 불출마에 은연중 힘을 보탰을 것"이라며 "현직 의원이 사퇴하고 (전남지사에) 출마하면 일종의 배수진(背水陣)이 되기 때문에, 도중에 주저앉힐 수가 없어 선거연대가 안 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개호 의원이 불출마하는 것까지는 뜻을 이뤘으나, 김영록 장관이 결국 장관직 사퇴 후 출마를 단행하게 됐다. 장관직을 내려놓고 출마하는 셈이라 '밑질 경우의 본전'이 상당하게 돼, 박지원 전 대표가 단일화 구상을 현실로 옮기는 데에는 상당한 난항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간 박지원 전 대표는 전남 일대의 각종 지역 행사를 빠짐없이 훑고 다니면서도 "아직 전남지사 출마에 대해서 확정적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며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이를 가리켜 정치권 관계자는 "퇴로를 열어둔 셈"이라며 "김영록 장관의 출마 의지가 굳건할 경우, 적당한 시점에서 출마 의사를 정리하고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다만 박지원 전 대표의 '밑그림'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값어치 있는 직책을 내려놓고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전날 충남지사 예비후보를 사퇴한 것처럼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향후 6·13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 동안 민주~민평 선거연대의 불길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대표는 "(무안·영암·신안에 김홍걸 씨를 연합공천하고 전남지사는 박지원 전 대표를 연합공천한다는) 그러한 말씀을 내게도 하는 분들이 있지만, 이제는 국민이 지도자이기 때문에 밀실에서 흥정하듯이 정치를 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설사 그러한 일을 추진하더라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선거연대론'이 수면 위로 부상할 때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