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권력구조·권력기관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을 패키지로 합의하자" 전격 제안
  •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국민개헌대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개회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권력구조·권력기관 개편과
 패키지로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국민개헌대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개회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권력구조·권력기관 개편과 패키지로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뉴시스 사진DB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안 직접 발의를 국회에서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가장 큰 '기득권' 중 하나로 꼽히던 현행 선거구제를 과감히 내려놓을 뜻을 내비쳤다.

    국무총리를 선출하지 않고 여전히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향을 고집하며, 권력기관도 대부분 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남겨놓는 등 제왕적 권력 분산에 미온적이면서도, 오로지 '지방분권'만을 내세워 개헌을 호도하는 집권세력의 선전·선동에 맞서, 선거구제 기득권을 내려놓는 한국당의 모습은 신선한 대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은 14일 오후 대구시당·경북도당 강당에서 국민개헌대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성태 원내대표·함진규 정책위의장·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대구 지역 의원들이 대거 출동해 무게를 실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당은 오는 21일로 예고된 문재인 대통령 직접 발의의 개헌안이 마치 지방분권을 위한 것인양 선전하는 집권세력의 여론전을 진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앞서 이번 대통령개헌안을 자문한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이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에서도 특히 지방분권 문제는 영남에서 상당히 요구가 크다"며, '지방분권'을 지렛대로 대통령개헌에 반대하는 야당의 전열을 흐트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이러한 시도를 차단하려 나선 것이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헌법학 교수로 법과대학장까지 지내 국내 헌법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구조 문제는 합의가 안될테니, 빼놓고 지방분권을 하자고 바람을 일으킨다"며 "지방분권은 개헌사항이 아니고, 법률을 고치거나 대통령령을 고치면 내일 당장이라도 된다"고 못박았다.

    구체적으로 지방분권의 핵심 내용인 △자치입법 △자치재정 △자치조직과 관련해, 정종섭 의원은 "지방세를 늘릴 수 있게 한다고 해서 대구시장과 대구시의원들이 대구시민들 상대로 지방세를 늘리려고 하겠는가, 다음 선거에서 다 떨어질텐데?"라며 "중앙에서 거둔 것을 지방에 많이 내려보내면 되는데, 이것은 헌법을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지방교부세법만 고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구에서 뭔가 해보려고 하는데 부시장이 2명(정무부시장·행정부시장)으로 부족하니 중앙정부가 간섭하지 말고 4명으로 늘릴 수 있도록 풀어달라고 하면 이걸 푸는 방법이 개헌인가"라며 "이것은 대통령령만 바꾸면 내일이라도 당장 된다"고 덧붙였다.

    집권세력의 선전·선동과는 달리 지방분권이 개헌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직접 발의가 현실화될 것에 대비해, 선거구제 개편에서 유연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국민개헌대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개회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권력구조·권력기관 개편과 패키지로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대구에서 열린 국민개헌대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개회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권력구조·권력기관 개편과 패키지로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사진DB

    한국당의 선거구제 개편 시사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제(諸)야당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국이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꾀하는 집권세력 대 국민개헌을 관철하려는 선명야당의 구도로 재편되는 셈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개회사에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도 관제개헌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물론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라며 "야4당이 대통령개헌을 강력하게 반대하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대통령개헌 발의를 하겠다는 것은 지방분권으로 국민들을 현혹하면서 결론은 개헌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편을 패키지로 합의하기를 희망한다"며 "합의된 것을 가지고 헌정특위에서 국민개헌안으로 도출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개헌안을 앞으로 정치권이 합의한 시기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뜻을 받들고자 한다"고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가 패키지 협상 대상으로 제안한 △권력구조 개편 △권력기관 개편 △선거구제 개편 중에 권력구조 개편과 권력기관 개편은 진정한 분권을 이루기 위한 핵심 헌법사항으로 지적된다.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 총리의 국회선출을 관철함으로써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하고 내각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국무위원들도 소신껏 목소리를 내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동시에 경찰·검찰·감사원·국정원·공정위의 5대 권력기관을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끔 함으로써 분권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만 5년에서 최대 8년으로 연장하는 대통령개헌안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안이다. 이 안에 추동력을 더하기 위해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간절히 원하는 '선거구제 개편'을 더해 '패키지 딜'을 모색한다는 그림이다.

    현행 소선거구·폐쇄형 명부식 비례대표 병립제는 기존 양당제의 주축인 한국당의 입장에서는 가장 큰 정치적 기득권 중의 하나로 거론된다. 그러나 개헌 협상테이블에서 이를 과감히 내려놓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털끝만큼도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과 선명한 대조를 이룰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기 위해 한국당은 기존의 국회의원 선출 방식에 결코 안주하지 않겠다"며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국회가 다시 한 번 국민이 바라는 선출기관이 될 수 있도록 큰 변화를 가져가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