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검토 중…교육부·학교와 협의해야"자사고 "추첨제 도입 시 법적 대응 불사"
  • ▲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는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령안 입법 예고에 대해 '반헌법적인 자사고 말살정책'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는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령안 입법 예고에 대해 '반헌법적인 자사고 말살정책'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019학년도 고교입학전형 기본계획 발표 시한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자립형사립고 완전추첨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사고 완전추첨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21일 예정된 고교입학전형위원회 회의에 해당 기본계획을 제출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늦어도 내주 안으로 도입 여부가 결론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조희연 교육감은 신년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사고·일반고 동시선발만으로는 자사고 특권을 완화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동시전형과 선지원후추첨제를 결합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건의한 상태로 교육청의 자율 권한에 속하는지 제도적 검토를 하는 단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14일 시교육청 특목고 담당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현재 (일반고와 자사고) 동시전형 관련해서는 협의 및 수정 중에 있고, 완전추첨제에 대해서는 최근 특별한 지시가 내려 온 것은 없다"면서 "다만 예전에 교육감께서 법률적으로 검토하라는 말씀이 있었기 때문에 내부에서 관련 문건을 다루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부분이 없어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2018학년도까지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지역 자사고는 지원자가 입학 정원의 일정 배수를 넘으면 추첨으로 지원자를 추리고 면접으로 합격자를 선발해 왔다. 현재 서울지역 자사고는 경쟁률이 1.2~3대1에 미치지 못할 때 면접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다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7조는 입학전형방법 등 입학전형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학교장이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 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조 교육감이 완전추첨제를 도입할 경우, 자사고의 학생 선발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자사고는 올해부터 일반고와 동시선발을 하게 됐는데, 완전추첨제까지 도입할 경우 사실상 학생선발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특히 자사고 교장들의 반발이 거세다. 오세목 자사고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완전추첨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부도 지난번 시행령 개정안 발표할 때, Q&A에 '면접은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법에 명시된 것을 조 교육감이 밀어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행령 77조에 대해서도 오 회장은 "우리가 입학전형 만드는 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는 것이지, 넘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 하던 것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이런 식으로 매년 교육부와 학생 선발해 왔는데, 갑자기 완전추첨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조 교육감이 직접 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자사고는 전기에 학생 뽑는 것을 전제로 국가가 유도한 것이다. 독지가들이 돈을 투자하고 교육시켜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간 공이 큰데, 이제와서 학생선발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반헌법적인 국가폭력"이라면서 "오히려 모든 사학을 자율형으로 만들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상생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도로 평준화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역주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각 사학이 설립이념에 따라 다양성을 가지고 교육하겠다는 것이 자사고 설치의 배경이었는데, 실제 입시와 진학률만 강조되고 있는 데다 서열화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며 "일반고와 똑같이 학생 선발해서 자사고 교육이 우수하다는 점을 입증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명문고라고 존경받을 만하다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완전추첨제에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완전)추첨제는 현재로서는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자사고)가 협의해야 한다. 학교가 모집요강을 제시하면 청이 승인하게 돼 있지, 청이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부가 추첨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시행령을 개정한다든가 할 수 있겠지만, 교육청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자사고 관계자들과 지망 학생·학부모 등 9명이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선발을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반발하며 헌법소원 빛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사고연합회는 완전추첨제가 도입될 경우에도 단체 차원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조 교육감은 중앙정부에 교육자치 외치면서 정작 학교의 자율을 없애려고 한다"며 "건학이념에 맞는 학생을 학교장이 책임지고 선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사고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교육계 관계자도 "입학전형은 교육감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학교 자율성을 존중하는 정신 아래 교육감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보완하고 협의하는 것인데 학교 의사를 무시하려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으로 폐지하지 않았다 뿐이지, 자사고 죽이기나 다름없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