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의원, 프레시안 기자 등 고소...‘미권스 카페지기’ 추가 폭로
  • ▲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 후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높여온 정봉주 전 의원이 ‘미투’(Me too)의 늪에 빠졌다.

    7년 전인 2011년 낙선목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된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29일 특별사면 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여권 내에서 가장 강력한 박원순 시장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정 전 의원의 행보는, 이달 7일 오전 11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불과 두어 시간 남겨두고 제동이 걸렸다. 그의 덜미를 잡은 건, 같은 날 오전 9시30분쯤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이 보도한 정 전 의원 성추행 의혹 폭로 기사다.

    문제의 기사에는 2011년 12월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기자 A씨의 폭로가 담겨 있었다. 수감을 불과 이틀 가량 앞두고, 정 전 의원이 A씨를 호텔로 불러내 갑자기 끌어안고 키스를 시도했다는 것이 폭로의 주요 내용이었다. 서울시장 선거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상황에서 터진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 기사의 인화력은 대단했다. 폭로 기사는 ‘親文 핵심’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선언도 무산시켰다.

    그러나 더 심각한 일은 이 다음부터 일어났다. 7일 첫 폭로기사를 낸 프레시안과 정 전 의원은 6일이 흐른 지금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반박보도자료 배포와 재반박 기사 출고, 재반박 기자회견과 이를 다시 반박하는 후속 기사 게재로 맞서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갈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거짓을 말한 것으로 드러난 쪽이 받을 내상은 치명적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거짓말의 주인공이 정 전 의원이라면 그를 여의도 정치권에서 다시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 반대라면 속칭 진보를 대표한 <프레시안> 역시 존폐를 고민해야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여성 기자 A씨의 폭로로 시작된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은, 12일 정 전 의원의 반박 기자회견 직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날 정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의 기사 내용을 조목조목 부인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팩트도 확인하지 않고 보도를 강행했다며, 최초 기사 출고 전 담당 기자와 폭로자로 추정되는 여성으로부터 각각 전화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그는, 기사를 작성한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와 폭로 여성 A씨가 같은 대학을 나온 친구라며, 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나타냈다. 정 전 의원은 서어리 기자가 추가로 작성한 후속 기사에 대해서도, 기자와 취재원이 친구 사이라는 점에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서 기자와 A씨 등 친구들을 나꼼수 공식 모임에서 두세 번 만났고, 그 이후에도 서 기자가 다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뒤풀이 모임 등에 합석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서 기자와 A씨 등을 직접 만나 것은 이것이 전부라며, 2011년 수감 직전 여의도 렉싱턴 호텔로 A씨를 불러내 성추행을 시도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정 전 의원은, 서 기자와 A씨가 주장한 성추행 시점인 2011년 12월23일 혹은 24일의 시간대별 타임라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당시는 수감을 앞두고 급박한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항상 민변 소속 변호사, 나꼼수 멤버들,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 모임 회원들과 일정을 함께 했다며, 이틀간 렉싱턴 호텔을 간 사실이 없다고 강변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의 관련 기사 내용이 모순된다는 주장도 폈다. 기사에 나오는 성추행 시점이 각각 다르고,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장소 또한 호텔의 룸(객실)인지, 카페인지, 레스토랑 내 룸인지 헛갈린다는 것. 정 전 의원 측은, 실제로 성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도를 했다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문제의 기사는 저를 파렴치범으로 몰고 갈 목적으로 작성됐다”며 프레시안에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프레시안의 무책임한 허위보도로 인해 정치적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정정보도 및 사과를 거부한다면 ‘낙선목적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 측은, 잘못한 일이 없는 만큼 서울시장 선거 출마의사를 유지한다는 뜻도 나타냈다.

    정 전 의원 측 반박의 핵심은, A씨가 말한 2011년 12월23일 혹은 24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을 간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의 반박 기자회견이 있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프레시안은 12일과 13일 3편의 재반박 후속 기사를 잇따라 내면서, 정 전 의원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웠다.

    프레시안은 후속 기사에서, 한때 정 전 의원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미권스 카페지기 ‘민국파’(본명 정OO)를 등장시켜, 사건 당일 정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간 사실이 있다는 증언을 담아냈다

    ‘민국파’는 1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2011년 12월22일부터 (정 전 의원이 수감된) 26일까지 잠자는 시간만 빼고 정 전 의원을 밀착 수행했다”며, “정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을 들린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국파’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을 방문한 시점은 2011년 12월 23일 오후 1~2시쯤이었으며, 약 30분간 호텔에 머물렀다. 그의 주장은 정 전 의원의 반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건 당일 렉싱턴 호텔을 간 적도 없다”는 해명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민국파’는 당시 정 전 의원의 일정이 모두 합정동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30분 정도 머물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국파’는, 정 전 의원이 12월 23일 오전부터 민변 변호사들을 만난 건 사실이지만, 그 장소가 서초동 민변 사무실이 아닌 합정동 카페였다고 증언했다. 

    ‘민국파’는 증언에 나선 경위를 이렇게 말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호텔에서 누굴 만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호텔에 간 것까지는 알고 있는데 그걸 부인하니 곤혹스러웠다.
    나와 지지자들에게 정봉주는 소중한 사람이었고, 지켜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지지하고 아꼈던 사람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로 고통을 받고, 용기 있게 폭로를 한 후에도 피해자가 마녀사냥식 2차, 3차 피해 입는 상태가 된 데 대해 제가 사과할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과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프레시안은 ‘민국파’의 추가 폭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정 전 의원은 모친이 입원한 을지병원을 잠시 들른 뒤 이동하는 차안에서 ‘렉싱턴 호텔에 약속이 있으니까 가야한다’고 말해 방향을 여의도로 틀었다”고 보도했다. 프레시안은 이런 사정을 종합할 때, 당시 차로 함께 이동한 사람들만 정 전 의원의 호텔 행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은 “여의도와 합정동은 차로 이동 시 10~15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여서 정 전 의원이 ‘알리바이’에 의도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민국파의 증언은 정 전 의원이 성추행 사실을 감추려고 감당할 수 없는 가짓말을 부풀리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했다.

    ‘민국파’의 등장에 정봉주 전 의원 측은 다시 한 번 반박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은 12일 밤  늦게 해명자료를 내고, “민국파라는 사람은 2011년 12월 23일 오후 저와 함께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 측은 “민국파라는 사람은 미권스 카페지기 중 한명으로 본인의 직업이 있는 사람으로 저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 무렵 저와 계속 같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라고 곁들였다.

    정 전 의원의 해명에 ‘민국파’는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25일은 주일이자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인 크리스마스 당일인데도, 교회 전도사인 내가 소속 교회 출석을 포기하고 정 전 의원을 수행했다”며, “이런 내가 평일인 23일에 (정 전 의원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2일 대법원, 24일 마석 모란공원, 25일 공릉교회, 26일 서울지검 환송식까지 내가 함께 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건데, 내가 유독 23일만 없었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추가 폭로와 반박 및 해명이 이어지면서, 이 사건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13일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와 이 매체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인용한 다른 매체 기자들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소하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민국파’의 증언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의심되는 인물”이라며, “주장이 객관적 증거와 명백하게 배치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