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 때는 “조선에는 장애인 없다” 선전…장애인 불임 시술까지 자행
  • 지난 7일 경기 파주 남북출입경사무소(CIQ)를 통과하는 북한 동계 패럴림픽 선수단. ⓒ뉴데일리 DB
    ▲ 지난 7일 경기 파주 남북출입경사무소(CIQ)를 통과하는 북한 동계 패럴림픽 선수단. ⓒ뉴데일리 DB
    지난 9일부터 평창에서는 동계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다. 이번 동계 패럴림픽에는 북한 장애인 선수단도 참가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이 장애인 운동선수를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보냈다는 말을 거의 믿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에서 장애인이 받는 처우를 알기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0일 “북한이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참가한 것을 두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기초 복지도 시행 못하면서 언제부터 장애인 운동선수를 양성했느냐’며 의아해 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금까지 북한에 장애인 체육선수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평창 동계 패릴럼픽에 어떤 선수들이 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올림픽을 정치적 선전에 이용하기 위해 급조된 선수단일 것”이라고 추측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군복무와 대학 시절을 합쳐 10년 넘게 평양에 살았는데 시내에서 장애인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다른 사람들도 평양에 장애인 체육선수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소식통의 말은 북한의 국가대표급 운동선수들은 모두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데 올림픽에 출전할 정도 수준의 장애인 선수들은커녕 일반 장애인조차 평양에서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소식통은 “장애인이 국가대표 체육선수가 됐다면 ‘월미도 체육단’이나 ‘압록강 체육단’과 같은 국가체육단 선수로 활약하다가 사고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 가운데서 선발했을 수도 있다”면서 “이외의 선천적인 장애인이 본인의 의지로 국가대표급 체육선수가 되는 것은 북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또한 “김정은 집권 이후 체육을 대중적으로 장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이나 체육활동을 하는 것을 본 적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017년 한국에 온 탈북자의 주장도 전했다. 이 탈북자는 “북한에 장애인 체육선수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장애인은 평양 시내에 발도 들이지 못하는데 이들을 국가대표 체육선수로 육성한다는 것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탈북자는 “요즘 평창 동계 패럴림픽을 계기로 북한 장애인 선수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의심스럽다”면서 “탁구 선수로 활동하다 장애가 생겨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가 되었다는데 탁구와 스키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종목을 어떻게 같은 사람이 국가대표가 될 만큼 잘 할 수 있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탈북자는 “북한에 농아학교나 맹인학교는 있지만 그런 곳에서는 체육선수를 육성하지 않는다”며 “이번에 출전한 2명의 북한 선수는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내보내기 위해 북한 당국이 대외 선전용으로 급조한 선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 2017년 5월 영국에서 공연하는 북한 장애인 예술단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5월 영국에서 공연하는 북한 장애인 예술단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의 지적처럼 북한에서 장애인은 호칭부터 ‘불구자’로 불리는 등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김정일 때까지는 “우리나라에는 에이즈 환자도, 장애인도 없다”는 황당한 자랑을 해 왔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곳에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물론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장애인의 존재를 인정했다.

    북한 당국은 그보다 훨씬 전인 1988년 7월에 “불구자에 대한 봉사와 지원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명목으로 ‘조선불구자지원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전국에 3,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北선전매체들은 ‘조선불구자지원협회’가 노동당과 북한 내각의 도움을 얻어 각지의 장애인들을 지원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2003년 6월에는 ‘장애인 보호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거듭 지적하자 장애인 복지 실태를 선전했다. 2015년 2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첫 ‘장애인 예술단’이 공연을 갖기도 했다. 이후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장애인 예술단’ 공연을 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장애인은 평양에 거주할 수도 없고 출입도 할 수 없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평양에 거주하던 사람이 장애를 가진 자녀를 낳게 되면 가족들 모두가 지방으로 쫓겨나는 것이 북한의 법률이다. 이유는 “외국인들이 왔을 때 국가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부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선천적 장애인을 따로 모아 집단 수용소로 보낸다고 한다. 함경남도 정평에 있는 ‘난쟁이 수용소’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저신장 장애인을 수용소로 보내기 전에 ‘불임 시술’을 한다고. “열성 유전자의 번식을 막는 조치”라는 것이 북한 당국의 주장이라고 한다.

    이런 북한이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국가대표 장애인 선수’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을 비롯한 외부 언론들은 북한의 장애인 처우에 대한 보도를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