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BBC “美-北 회담, 세기의 도박” 기사서 “文대통령, 김정은-트럼프 사이 줄타기”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지난 10일 다수의 국내 언론들은 “英공영방송 BBC가 ‘문재인 대통령 북핵 해결되면 노벨상감’이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들을 살펴보면 英BBC가 “문재인 대통령, 잘 되면 노벨상 감이겠지만 잘못되면 다시 벼랑 끝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는 내용이다.

    英BBC의 기사를 찾아보니 실제 내용은 한국의 좌파·우파 학자들의 주장과 평가, 분석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양측의 대화를 이끌어 낸다는 정책이 세기의 도박에 가까우며, 김정은 정권과의 협상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잘 되면 노벨상 감, 잘못 되면 벼랑 끝 국면”이라는 말은 맨 마지막의 단 두 문장이었다.

    英BBC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외교적 천재이거나 그의 나라를 파괴하려는 공산주의자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오며,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벼랑 끝 외교의 달인이거나 교활한 게임의 졸(卒)일 수도 있다”는 좌파와 우파 진영의 주장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英BBC는 “그러나 이 무용담의 다른 주역으로, 관련 문제에 대해 직접 발언을 하지 않은 김정은은 이번 외교적 도박에서 가장 특별한 주연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英BBC는 김정은이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 의사를 밝히며 ‘올리브 가지(평화의 제스처)’를 남한에 보낸 이후 최근까지 매우 현란한 선전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를 통해 트럼프 美대통령에게 ‘핵실험 동결’을 위해 대화하자는 제안을 전달한 것이 지난 1년 사이 미국과 북한이 유례가 없는 노골적인 설전을 벌인 것이 무색할 만큼 대단한 외교적 조치라고 평가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英BBC는 한국 학자들을 인용해 “그러나 확실한 출구 전략도 없이 수사(修辭)의 범람 속에서 정책을 추진 중이고, (대북전략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며 “문재인과 도널드 트럼프의 위험은 여기에 딸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신년사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계속되는 한국 정부와 언론들의 말잔치, 정치적 의견에 따라 대북전략의 성공과 실패가 전혀 다르게 평가받는 점, 이것이 한국과 미국의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 지난 5일 평양으로 향하는 대북특사단. ⓒ뉴데일리 DB.
    ▲ 지난 5일 평양으로 향하는 대북특사단. ⓒ뉴데일리 DB.
    英BBC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를 ‘협상 책임자’이자 '외교 천재'라로 보고 있고, 김정은에게 핵무기 제거(북한 비핵화) 문제를 말하도록 만든 것으로 본다는 한국의 상황도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신년사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대북특사를 보낸 것을 두고 “어지러운 수준의 외교와 남북 간의 열광적인 방문”이라고 표현했다.

    英BBC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보낸 것, 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 훈 국정원장을 다시 미국으로 보낸 덕분에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위험한 만큼 가치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美대통령이 대북제재를 지금처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도 덧붙였다.

    英BBC는 이어 남북 간의 대화와 대북특사 파견,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주선에 대한 한국과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과 트럼프 美대통령이 처한 미국 내 정치적 상황, 그가 김정은과 만날 경우 직면할 정치적 위험, 트럼프 美대통령의 협상기술이 김정은에게는 먹히지 않을 가능성 등도 설명했다.

    英BBC는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 당시 흥남 철수를 통해 한국으로 온 부모에게서 태어났으며,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 정권과 접촉하고 ‘햇볕정책’을 계승해 45억 달러(한화 약 4조 8,000억 원)의 대북지원을 해주고 이것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사용됐다는 비판을 받는 ‘실패’를 겪었던 일 등도 설명했다.

    英BBC는 “이번 협장이 끝나면 참가자 모두가 실패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북한은 계속 핵무기 개발을 할 것”이라는 김두연 한반도 포럼 선임연구원의 주장도 덧붙였다.

    英BBC는 “이 대화들의 결과는 공산주의 국가와의 거대한 도박으로 분석이 어렵다”면서 “하지만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핵전쟁의 위협을 크게 줄이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그는 노벨상 감이 될 것이며, 그의 시도가 모두 실패할 경우에는 다시 벼랑 끝 대치 상황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英BBC의 보도는 현재 미국과 북한, 그 사이에 ‘중재’를 맡은 듯 움직이는 한국(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어떤 상황에 처할 수 있는지 분석한 뒤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할 수 없는 공산국가를 비핵화하기 위해 커다란 도박을 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북한 비핵화에 성공한다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핵심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