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중진의원들 "대표가 선봉에서 보수 부활 이끌어야"... 홍준표 나서나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서울 동대문을 국회의원 선거의 TV토론회를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10일 오후 미투 폭로와 관련해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해, 이 지역구에서는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서울 동대문을 국회의원 선거의 TV토론회를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10일 오후 미투 폭로와 관련해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해, 이 지역구에서는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시스 사진DB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미투 폭로'와 관련해 국회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직접 등판할 가능성이 급속히 대두하고 있다.

    민병두 의원이 내려놓은 서울 동대문을은 원래 홍준표 대표의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보궐선거에 홍준표 대표가 직접 출마해 보수의 재건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10일 오후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입장문에서 "문제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면서도 "내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 인터넷매체는 이날 민병두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사업가 A씨의 주장을 보도했다.

    민병두 의원과 같은 58년생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 2007년 1월 히말라야 트래킹 여행에서 민병두 의원을 알게 됐고, 이듬해 총선에서 민병두 의원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서울 동대문을에서 낙선하자 3~4차례 정도 만남을 가지다가 노래방에서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시를 2008년 5월 무렵으로 기억하면서 "민병두 의원이 저녁을 먹은 뒤 평소와 다르게 술이 나오는 노래주점에 가자고 했고, 테이블을 밀어 룸 입구를 막은 뒤 부르스를 추자고 해서 추던 중 갑자기 키스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병두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문제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면서도 "그분이 상처를 받았다면 경우가 어찌됐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A씨와는 11년 전, 히말라야 트래킹에서 우연히 만난 일이 있다"며 "1년여가 지난 뒤 낙선 의원 시절에 여의도의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A씨에 따르면 내가 노래방에 가자는 제안을 해서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내가 당시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노래방 계산을 했을 리가 없는데, 누가 냈는지 확인했더니 A씨가 (계산을) 했다고 한다"며 "그 후로 더 이상의 교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인터넷매체의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온지 불과 1시간 30분도 경과하지 않은 오후 3시 27분 무렵 의원직 사퇴 의사를 담은 입장문을 발송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10년 전에 노래주점에서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것이 이처럼 빠르게 의원직 사퇴로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사태 전개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민병두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서울 동대문을은 오는 6·13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가 열리게 됐다. 이 지역구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6대부터 18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기록한 곳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56.8%를 득표, 41.1%에 그친 민병두 의원을 압도했으나, 4년 뒤인 2012년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44.5%의 득표에 머물면서 민병두 의원(52.9%)에게 지역구를 빼앗겼던 바 있다. 이후 홍준표 대표는 그해 말 고향인 경남으로 낙향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복귀했다.

    민병두 의원의 의원직 전격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6·13 서울 동대문을 보궐선거에 홍준표 대표가 직접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홍준표 대표는 원외(院外) 신분이다.

    한국당 중진 A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당대표가 하늘이 주신 이런 기회를 살려서 지방선거 주자들과 함께 최전선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또다른 한국당 중진 B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 동대문을은 홍준표 대표 이후에 우리 당에 어려워진 지역구로, 어떻게 보면 보수 세력의 위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던 선거구"라며 "이번 기회에 당대표가 선봉에 서서 탈환을 해온다면 당과 보수 전체의 부활을 이룬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으니,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중진 C의원도 통화에서 "그 지역구는 홍준표 대표의 지역구가 아니었느냐"라고 반문하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는데 있어서, 당대표가 직접 나가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