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의 비핵화'로 오해하여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한 게 아닐까?

조갑제 칼럼 | 최종편집 2018.03.10 08:24:13
▲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5일 전용기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청와대
趙甲濟 / 조갑제닷컴 대표    
 
어제 정의용 對北 특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한 뒤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발표한 내용을 영문으로 읽어보면 그가 며칠 전 평양에서 서울로 돌아와 발표한 방북 결과와 다른 곳이 있다. 대조해보자.
 
특사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 全文.
 
1.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하였음.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키로 하였음
 
3.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음.

4.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음
 
어제 백악관에서 정의용 특사는 이 대목을 이렇게 영어로 설명하였다.
 
I told President Trump that, in our meeting,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said he is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비핵화(약속)를 지킬 것이라 말했다고 전하였다.”
 
언론 발표문에선 북측이 ‘한반도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고 했는데 정의용 특사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번역하였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완전히 다르다 .한반도 비핵화(조선반도 비핵화)는 한국과 주한미군의 비핵화 및 한반도 전체의 비핵지대화를 포함한 말이다. 만약 그런 설명 없이 트럼프에게 북한의 비핵화라고 설명하였다면 이는 중대한 왜곡이다. 트럼프는 ‘비핵화’에 두 가지 뜻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비핵화’ 차이를 아는 전문가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언론 발표문에는 ‘한반도의 비핵화’ 조건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되어 있는데 백악관 발표문엔 없다. 김정은이 정의용 특사에게 약속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인데 트럼프가 정 특사의 설명을 듣고 ‘북한의 비핵화’ 다짐이라고 오해하였다면 이는 중대사태이다.
 
언론발표문 4항의 ‘비핵화’도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이다. 즉 김정은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놓고 트럼프와 이야기하자고 한 것이지 ‘북한의 비핵화’를 제의한 게 아닌데 어떻게 북한의 비핵화로 해석되었는지 지켜볼 일이다.

트럼프는 트위트에서 <김정은은 남한 특사와 만나 핵동결뿐 아니라 비핵화를 이야기하였다. 이 시기엔 미사일 시험도 없을 것이라 한다. 큰 진전이 있었지만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는 지속될 것이다. 회담이 계획되고 있다>라고 했다.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로 오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트럼프가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속엔 주한미군 철수도 포함된다는 점을 알았다면 과연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했을까?
 

*트위트 원문

Kim Jong Un talked about denuclearization with the South Korean Representatives, not just a freeze. Also, no missile testing by North Korea during this period of time. Great progress being made but sanctions will remain until an agreement is reached. Meeting being planned!

 
5.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음.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음
 
이 부분에 대하여 정의용 특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하였다.
 
Kim pledged that North Korea will refrain from any further nuclear or missile tests. 번역하면 “김은 북한이 더 이상의 핵 혹은 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임을 다짐하였다.”

언론발표문엔 대화 기간에 한하여 실험을 안 하겠다고 되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는 대목엔 그 부분이 빠졌다.
 
6.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하였음』
 
 
*아래는 정의용 대사의 백악관 발표문.

 
“Good evening.”
 
“Today, I had the privilege of briefing President Trump on my recent visit to Pyongyang, North Korea. I’d like to thank President Trump, the Vice President and his wonderful national security team, including my close friend General McMaster. I explained to President Trump that his leadership and his maximum pressure policy, together with international solidarity, brought us to this juncture. I expressed President Moon Jae-in’s personal gratitude for President Trump’s leadership.”
 
“I told President Trump that, in our meeting,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said he is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 Kim pledged that North Korea will refrain from any further nuclear or missile tests. He understands that the routine joint military exercises betwee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must continue. And he expressed his eagerness to meet President Trump as soon as possible.”
 
“President Trump appreciated the briefing and said he would meet Kim Jong Un by May to achieve permanent denuclearization.”
 
“The Republic of Korea, along with the United States, Japan, and our many partners around the world remain fully and resolutely committed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long with President Trump, we are optimistic about continuing a diplomatic process to test the possibility of a peaceful resolution.”
 
“The Republic of Korea, the United States and our partners stand together in insisting that we not repeat the mistakes of the past, and that the pressure will continue until North Korea matches its words with concrete actions.”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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