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백악관서 "트럼프 5월에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 했지만…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
  •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내용을 브리핑하는 모습.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내용을 브리핑하는 모습.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특사자격으로 미국 워싱턴에 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접견, 남북 간 조율한 내용을 발표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평양에 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오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것에 낙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실장은 "저는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과 면담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말했다"며 "김정은은 북한이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위험도 자제할 것이라 약속했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최대 압박 정책이 국제사회의 연대와 함께 우리로 하여금 현 시점에 이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한민국, 미국, 그리고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단합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은 지난 5일 대북특별사절단 자격으로 북한에 방북해 김정은과 만나 대화한 뒤 관련 내용을 미국 측에 전달한 직후 발표한 것이다. 당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실무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단 방북 후 뒷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 김 위원장의 숙성된 고민이 합쳐져 남북 정상회담 등 6개항 발표문이 나왔다"며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난제들을 말끔히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의용 실장이 방북 후 브리핑한 6가지 합의문에 대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다 이야기 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 모라토리움, 군사회담, 문화교류 등 6개 항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김정은이 곧장 대답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번 방미가 사실상 '남북합작'에 따른 것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정의용 안보실장이 밝힌것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방미를 방북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면담 제안을 수용한다"면서도 "앞으로 정해질 때와 장소에서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 했다. 이는 남·북이 '4월말, 판문점'으로 시각과 정소를 명기한 것은 물론 정의용 안보실장이 브리핑에서 5월로 시기를 못박은 것과도 대조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괄적 동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에 들떠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들은 언제나 궁지에 몰릴 때 그런식으로 안보 쇼를 한다"며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대표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 전 외교적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며 "오늘 발표를 보면서 마지막 선택을 하기 전 외교적인 노력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발표에도 핵 폐기란 단어는 한 마디도 없고 핵 실험 중단이라 했다"며 "핵 동결을 하고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정부의 생각과 똑같다"고 언급했다. 

    한국당은 지난 8일에도 홍지만 대변인이 "우리도 이번 남북 합의가 성공할 경우 담긴 큰 의미를 안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갖는 긍정적인 면만 보고, 현혹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홍 대변인은 "특히 민주당은 마치 사막 건너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들떠있다"며 "오아시스의 물이 썩은 물인지, 독이 풀린 물인지에 유념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