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를 하고 위드 유(# With you)를 외치는 용기 있는 연극인들, 오랜 세월 어둠 저편 가슴 속 깊이 묻어뒀던 그 상처를 이제라도 드러내주셔서 고맙다."

    류근혜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장은 8일 오후 12시 대학로 좋은공연안내센터 앞에서 연극계 성폭력 사태를 규탄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낭독하며 성폭력 철폐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연극계 성폭력 사태를 규탄하고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혜화동 로터리, 성균관대입구 사거리 등 일대를 행진했다.

    이날 류근혜 회장은 "10년, 20년 전까지의 성적 훼손, 언어적물리적 폭력, 그로 인해 입은 상처가 발화되는 것을 보며 경악과 참담한 속에 할 말을 잃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국연극을 대표한다던 몇몇 연극인들이 괴물 혹은 일그러진 영웅이 돼버린 지금, 연극 현장에서 누군가는 가해자였고, 누군가는 침묵의 카르텔 속에 방관함으로써 잠재적 가해자가 됐다. 이제 연극인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투 폭로자들에 대해 "한국 연극의 감춰져 있던 환부를 당신의 발화를 통해 깨닫게 됐다. 당신의 상처를 더 일찍 알지 못했고 더 일찍 보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인권을 유린하며 만든 가해자들의 공연은 예술이 아님 △성폭력 가해자의 예술기금 수혜 철회 △연극의 본질을 기만한 성폭력 가해자들의 수상 철회 △성폭력이 존재하지 않는 공연제작 환경 조성 등을 촉구했다.

    3월 8일은 UN이 공식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1만 5천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했다. 한국에서도 1985년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은 "최근 미투 운동은 우리사회 만연한 가장 오랜 적폐인 성별 권력구조와 성차별 문제에 마침내 뜨거운 분노가 터져 나온 것으로, 사회구조적 변화를 위한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가족부는 지금의 아픔이 보다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전환점이 되도록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오태석 연출가의 신작 '모래시계' 공연을 취소하고 지원금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극단 목화의 '모래시계'는 15∼25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 예정이었다.

    앞서 문예위는 창작신작 지원사업인 '공연예술 창작산실' 연극부문에 '모래시계'를 선정해 1억원을 지원했다.

    문예위 관계자는 "오태석 연출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사실상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극단 측도 동의했다"면서 "전액 회수는 아니다. 작년에 집행됐던 비용에서 인건비 등 이미 지출된 비용 외에 영수증 정산 등을 거쳐 환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