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을 ‘북한의 홍콩’으로 부려먹자”…北 연방제 통일 ‘1국 2제’ 내세우기 시작

RFA 평양 소식통 “北당국 ‘1국 양제의 김정은 식 연방제 통일 전략’ 선전 지시”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3.09 09:33:45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혼자 일어서서 김정은에게 보고하듯 뭔가를 말하는 모습. ⓒYTN 대북특사 관련보도 화면캡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가 지난 6일 브리핑한 내용 가운데는 “김정은이 자신들의 체제가 위협받지 않는다면 핵무기를 철폐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는 대목도 있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들은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북한 평양에서 들려온 소식은 전혀 결이 다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에서 노동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김정은 식 통일전략’을 교육 중이라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노동당 간부 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김정은의 결단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었으며, 김정은이 구상하는 한반도 통일전략도 곧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 소식통은 “최근 노동당 중앙에서 간부 강연회를 통해 한반도 통일은 연방제 통일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며 “고려 연방제는 과거의 통일방안이고 김정은式 새로운 통일방안은 중국과 홍콩 같은 ‘한 나라 두 체제(일국양제)’ 방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남한과 중국-홍콩식 통일을 할 때 북한이 중국 입장이 되고 남한이 홍콩이 되어 한 나라 두 체제의 통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강연 내용을 들으면 사실상 북한이 남한을 ‘흡수통일’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김정은 덕분이라고 선전하는 한편 노동당, 사법·행정기관 간부들로 구성된 강연 참석자들에게 긍지를 갖고 새로운 통일방안을 널리 선전하라고 주문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전후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던 사람들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정은 정권이 ‘일국양제 연방제 통일 방안’을 추진한다는 선전은 내부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정황도 있다고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 인사하며 활짝 웃는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에 어떤 내용이 있었길래 저녁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걸까.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中조선족 소식통은 “최근 북한에서 온 간부급 무역일꾼을 만났는데 그는 최근 평양 분위기를 전하면서 ‘김정은의 새로운 통일방안에 의해 한반도가 머지않아 통일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면서 북한이 새로운 적화통일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 조선족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무역일꾼은 “남북한이 일정기간 동안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경제적 균등을 이루게 될 것이며, 이후 남북 간의 정치·경제·문화적 격차를 줄이면서 중국과 홍콩의 통합 방식을 따라 연방제 통일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中조선족 소식통은 “김정은이 내놓은, 중국과 홍콩 방식의 한반도 통일방안에서 어디가 중국이고 어디가 홍콩이냐고 물었더니 무역일꾼은 ‘당연히 남한이 홍콩이고 북한이 중국 본토에 해당한다’고 답했다”면서 “평소 말수가 적은 무역일꾼이 갑자기 연방제 통일방안을 지나치게 열성적으로 선전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이라고 하면 보통 남북한 간의 1:1 연방제 통일 또는 북한의 무력침공에 따른 적화통일, 북한 체제 붕괴 이후 한국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통일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중국과 홍콩처럼 북한이 한국의 ‘단물’만 빨아먹는다는 적화통일 계획도 있다.

북한이 한국을 ‘홍콩’처럼 단물만 빨아먹고 나중에 껍데기만 남으면 적화통일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북한에서 나온 지는 10년도 더 넘었다.

1997년 7월 1일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뒤 中공산당은 “2047년까지는 ‘일국양제’를 유지하며 홍콩 시민들이 영국 치하에서와 같은 자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中공산당이 이 같은 약속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고 산업생산능력이 매우 뒤처진 상태여서 홍콩의 제조업 기술과 유통망, 금융망이 필요했다. 홍콩이 지닌 역량을 따라잡는데 넉넉하게 5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 2017년 8월 '우산혁명' 주모자에게 중형이 내리진 뒤 거리로 나온 홍콩 시민들. 홍콩은 '우산'을 들었다. 한국은 과연 김정은과의 연방제 이후 '촛불'을 들 수 있을까.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덩샤오핑 사후 권력을 잡은 장쩌민과 그의 뒤를 이은 후진타오는 집권 기간 동안 홍콩과 가까운 광둥성, 그 인근의 푸젠성에 대규모 공단시설을 짓고 외자 유치에 나섰다. 1999년 12월 미국의 도움으로 중국이 WTO에 가입한 뒤부터는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엄청난 생산 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국의 발전을 논할 때면 국제금융망에서 동남아시아와 다른 나라를 잇는 축인 홍콩의 역할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中공산당은 홍콩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고 외국 자산을 취득했으며 심지어 中공산당 간부들의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기도 했다. 中공산당의 홍콩 금융망 지배의 대미는 2014년 10월 ‘후강퉁’이었다. 中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계, 해외 자본들이 中본토 증시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홍콩은 독립적으로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의 주요 축에서 ‘중국 본토의 해외 진출입 허브’로 전락하게 됐다.

김정일은 생전에 이런 중국의 발전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김정은에게 후계자 수업을 할 때도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서도 남한의 경제적 역량을 빼앗을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집권 이후 中공산당이 홍콩을 어떻게 다루는지 김정은도 유심히 봤을 것이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홍콩의 ‘일국양제’를 명목상으로만 인정할 뿐 시민들에게 어떤 자유도 주지 않고 있다. 언론통제와 같이 당장 시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문제는 막대한 자금으로 반중 언론을 사들여 통제하고, 홍콩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를 핑계로 대며 억압했다. 심지어는 中본토의 공안과 정보기관원들이 홍콩 언론인과 출판사 관계자들을 납치·감금하고 고문하는 일도 저질렀다.

이런 문제는 2014년 9월 ‘우산 혁명’을 불러왔다. 이후 지금까지 홍콩 시민들은 中공산당에게 “일국양제를 지키라”고 요구하며 매년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년에는 고교생까지 반중 시위에 가담했다. 그러나 시진핑 中국가주석은 “도전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홍콩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런 홍콩의 모습을 연구하지 않았을 리 없다. 김정은과 측근들은 홍콩 시민들이 막강한 무력 앞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았을 것이고, 한 번 뚫린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얼마나 허약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됐을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정은 집단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을 경우 홍콩은 한국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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