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김기덕 감독의 충격적 사생활 폭로 "일상이 성희롱"
  • 1996년 영화 '악어'로 영화계에 데뷔한 김기덕(59) 감독은 충무로에서 파격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여성에 대한 가학적인 장면이 수시로 등장해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반응 속에서도 그가 연출한 영화는 언제나 해외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그는 국내 유수 감독 중에서도 유독 상복이 많은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 본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감독이 바로 김기덕이고, 2012년 베니스영화제에선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소위 '거장'이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은 이 감독이 여배우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남발하고 심지어 성폭행까지 시도한 적이 있었다는 '괴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에 나가면 오히려 페미니스트로 알려졌다"며 "내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내 삶 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왔던 그다. 그의 사회적 지위와 명망으로 볼 때 영화계에 떠도는 소문은 그저그런 낭설처럼 여겨졌다. 그러던 중 '뫼비우스'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중도 하차한 한 여배우가 김기덕에게 대본에 없는 연기를 강요당하고 뺨까지 맞은 적이 있다고 김기덕을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란 것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성폭력사건뉴스기사를 접할 때마다, 저는 당시의 사건이 떠올라 고통을 겪습니다. 심지어 누가 제 앞에서, 손만 올려도 저는, 당시의 폭행 충격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렸습니다."

    여배우 A씨는 자신이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김기덕 감독을 폭행 혐의로 '약식기소'하는 처분을 내리자, 올해 초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A씨 측은 검찰이 강요나 강체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에 반발,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3년 사건 발생 직후, 저는 즉시, 김기덕 감독님의 대리인 역할을 해 온 김기덕 필름 관계자 분께, 사전협의 없이 강제로,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게 한 것과 폭행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당시 김기덕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없는 것을 찍은 거에 대해, 미안하다, 앞으론 절대 즉석에서 임의로 만들어서 찍지 않겠다', 심지어 '대본까지 고쳐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김기덕 필름관계자는 갑자기 말을 바꿔, 감독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 돈을 조금 줄 테니, 이미 찍은 촬영분만 쓰거나 그것도 싫음 촬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 선택하라고 통보했습니다."


    A씨는 김기덕 감독이 '그 배우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은 것'이라며 마치 자신이 스스로 하차한 것처럼 입장을 밝힌 것에 분노를 표시하며 "저는 최종까지 김기덕 감독님과 의견 조율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저와의 촬영 중단을 결정한 건, 김기덕 감독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날 A씨는 김기덕 감독이 자신을 때리고 영화에서 중도 하차시킨 '진짜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때만해도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는 '미투 운동'이 우리나라에선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었다. 김기덕 감독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꺼내는 것도 이처럼 어려운데,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은 차마 입밖에 낼 수조차 없었다.

    그러던 와중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한 여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지도층 인사들의 추악한 사생활을 폭로하는 신드롬이 불어닥친 것. 하루 아침에 성폭력 가해자로 몰린 인사들 중엔 톱스타 조재현도 있었다. 이에 잠자코 있던 A씨도 마음을 고쳐 먹었다. 오랫동한 혼자 끌어 안고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실체'를 폭로하기로 결심한 것.

    MBC 'PD수첩' 제작진과 만난 A씨는 "김기덕 감독이 자신을 폭행하고 영화에서 하차시킨 진짜 이유는 김기덕 감독이 요구한 '성관계'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문제의 사건은 2013년 3월 7일 김기덕 감독의 숙소였던 한 레지던스 건물 식당에서 벌어졌다"고 술회했다.

    "2013년 3월 7일, 한 레지던스 건물 식당에서 저를 비롯해 김기덕 감독, 배우 조재현, 다른 여성 영화 관계자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술자리를 가졌어요. 그 자리에서 정말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이렇게 말했어요. '자X는 권력이다' '보X들이 자X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운다' 너무 기분이 더러웠어요. 그들은 성적인 사생활 자체를 말하고 있었어요."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성희롱성 발언을 내뱉던 김기덕 감독은 새벽 1시가 되자 동석한 여성과 자신의 숙소에 들어가겠다고 일어섰다. 그런데 김 감독은 자기가 여자와 둘이서 올라가면 남들 눈에 띌 수도 있으니, 저보고 동행해달라는 요구를 했었다고 A씨는 밝혔다.

    "그때가 '피에타'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직후였어요. 옷차림도 머리를 올리고 개량 한복을 입은 모습 그대로였고요. 김기덕 감독이 남들 눈에 띌 수 있으니 저보고 동행해달라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조재현씨에게 '차라리 오빠가 같이 가세요'라고 말하자, 조재현씨는 '네가 올라가라'고 덩달아 부추겼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방앞까지 같이 올라가는 역할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A씨는 "그런데 방앞에 도착하니 감독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갑자기 대본에 대해서 얘기하자면서 들어가서 얘기를 더하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제가 거부하자 김기덕 감동은 촬영 이틀 남겨두고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화를 냈고, 그 말을 들은 저는 촬영에서 배제될까 두려워 결국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훗날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숙소)에 가려했지만 여배우 A씨가 동석한 여성과 저를 엘리베이터로 잡아 끌었고, 저희들을 방에 밀어 넣고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A씨의 주장은 달랐다.

    "제가 김기덕과 여성 분을 강제로 끌고와서 방 안에 밀어 넣고 도망갔다니 말이 되나요? 저는 열쇠도 없었고요. 김기덕 감독은 해병대 출신입니다."


    A씨는 "그 방에는 김기덕과 저, 여성 영화 관계자 이렇게 3명만 있었는데, 얘기를 나눈 뒤 '저 갈게요'라고 나가려 하자, 김기덕은 저를 잡고 문 앞에 서서 막았다"며 "그리고 '셋이 자자'고, '같이 자자'고 말했었다"고 주장했다.

    "저에게 성관계를 요구했고, 너무 끔찍했습니다. 심장이 너무 뛰었습니다. 결국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선 전화상으로 김기덕과 언성을 높이며 싸웠습니다. 손이 다 떨릴 정도로 오열하면서. 김기덕은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같이 못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저는 감독님 방에서 같이 자면 그게 감독님을 믿는 거냐고 따졌어요. 정말 비참했습니다."

    A씨는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장에서 김기덕 감독을 처음 만났는데, 만난 첫날부터 '이상한 짓'을 했었다"고 토로했다.

    "아는 언니와 함께 숙소에서 김기덕 감독과 차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이상한 짓을 했어요. 성관계를 요구하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김기덕 감독이… (중략)
    …차 안에서 성추행 같은 걸 당한 적도 있습니다. 김기덕이 저에게 '몸부림 한 번 치시죠'라고 물으면서 불쑥 성적인 행위를 하려하자 저도 모르게 김기덕의 얼굴을 한 번 친 적이 있어요."

    'PD수첩' 제작진이 밝힌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화장실 낙서에나 있을 법한 성적인 발언들을 많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덕 감독은 '성관계'라는 말도 잘 안써요. XXXX 이런 입에도 담지 못할 말로….  저랑 X 한 번 하실래요? 아니면, 몸부림 한 번 치시죠? 이렇게 말하거나, 'XX 맛은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