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소식 직후 “지켜보자”…백악관 기자회견서는 “北, 제재와 중국 덕분에 대화”
  •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특사 소식을 처음 접한 뒤 올린 트윗.
    ▲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특사 소식을 처음 접한 뒤 올린 트윗. "모든 방향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혀 기존의 제재를 풀거나 군사옵션을 포기하는 것은 아님을 내비쳤다. ⓒ트럼프 美대통령 트위터 캡쳐.
    국내 언론들은 지난 6일 대북특사단이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브리핑한 뒤 세계 각국의 반응을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남북 대화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美대통령의 발언 전체를 보면 그렇게 해석할 내용은 아니어 보인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7일 대북특사단의 브리핑 이후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반응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남북 대화에 대한 트럼프 美대통령의 반응은 “두고보자”를 시작으로 “일단 열심히 해보자”, 이어 “남북한 소식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지켜보자”, 마지막에는 “대북제재와 중국 덕분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처음 접한 뒤 “어떤 일이 생길지 지켜보자”는 짧은 트윗을 올렸다가 대북특사단의 브리핑 내용이 모두 보도된 뒤에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밝혔다”면서 “수년 만에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 당사자들이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평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세계가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잘못된 희망일지 몰라도 미국은 어느 방향으로든 열심히 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어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내 생각에 그들(남북한)이 내놓은 성명 내용이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세계적으로 대단한 일이 될 것이며, 우리는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이 참가하게 된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美대통령의 덕분”이라고 말했던 사실을 언급한 뒤 “(남북 대화를 추진 중인) 현재 상황이 이어질지 끊어질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 “어떤 일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스테판 뢰벨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남북 대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 ▲ 스테판 뢰벨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트럼프 美대통령. 그는 이 자리에서도 남북 문제를 언급했다.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 스테판 뢰벨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트럼프 美대통령. 그는 이 자리에서도 남북 문제를 언급했다. ⓒ美백악관 유튜브 채널 캡쳐.
    그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하겠다)는 북한의 뜻이 진심이기는 하겠지만 나는 그들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게 된 데에는 대북제재와 함께 중국의 큰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여기서도 ‘북한 비핵화에서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그들(중국)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는 중국이 미국을 위해 과거에 했던 일보다 더 많은 것을 해줬다”며 중국 정부에게 사의를 표시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美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진심일 것”이라고 거듭 말하면서도 대북제재를 풀거나 중국을 통한 압박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美대통령뿐만 아니라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 백악관 고위 관계자, 美국무부 등도 “북한이 완전히, 검증가능하게 되돌릴 수 없는 방식(CVID)으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없애기 전까지는 대북압박 전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문재인 정부가 4월 말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하고,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를 ‘주선’하기로 한 것과 대북압박은 별개라는 의미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가리켜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한 것 또한 “북한이 실제로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자”는 의미다.

    국내 언론 가운데 일부는 이를 두고 마치 트럼프 美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히거나 대북압박의 수위를 낮출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이는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