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권에 누가 되는 이슈는 축소 보도하거나 외면""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소식은 10개 아이템으로 대서특필"
  • 방송사에서 다루는 뉴스들은 상대적으로 기획성 보도보다는 '오늘 어떠한 일이 발생했다'는 식의 현상(現狀)을 다루는 뉴스들이 많다. 종이가 아닌 영상 매체이다보니 현장감 있는 영상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방송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뉴스 현장'은 보통 몇 시간만 지나도 소멸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날 발생한 이슈는 반드시 당일 리포트한다는 원칙이 가장 잘 지켜지는 곳이 바로 방송사 보도국이다.

    그런데 최근 경영진이 전면 교체된 한 방송사에서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쟁사들이 대서특필한 초미의 사안을 아예 다루지 않거나 하루 늦게 '지각 보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 게다가 다른 방송사들이 2~3꼭지만 내보냈던 사안을 10개 아이템으로 집중 보도하는 등 명백히 '차별화' 된 길을 걷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 체제가 들어선 '문화방송 MBC'에 대한 이야기다.

    뉴스데스크만 봐서는 도통 알 수 없는 소식들


    MBC노동조합(3노조) 산하 기구인 공정방송감시센터(이하 공감터)는 6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뉴스데스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소식들이 부지기수"라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피니시 구역에 들어간 사건이라든지 ▲북한이 가상화폐를 해킹, 일본에서 6천억원 한국에서 250억원을 훔쳐간 사건, ▲청와대 장차관 워크숍에서 비싼 호텔 도시락을 먹은 이른바 '황제 도시락 사건' 등은 뉴스데스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이슈들"이라고 지적했다.

    공감터는 "이외에도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이 현지 경호원들에게 집단폭행 당했을 때 이를 사건 당일에 단신 처리했고,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비롯한 12개 나라 철강 제품에 53% 이상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입 규제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에도 이틀 내내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대통령이 입을 열자 <문 대통령 "불합리한 美 통상 압박에 결연히 대응">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내는 등, 공정보도는 고사하고 스스로 기사 가치를 판단할 능력조차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터는 "대신 뉴스데스크는 다른 방송사들이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대서특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 1월 10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소식을 내리 '10개 아이템'으로 나눠보도한 점을 지적했다.

    "대신 어떤 기사들을 보도했을까? 지난 1월 10일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소식을 내리 10개 아이템으로 나누어 보도했다. 사내에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가운데, 외부의 기자협회보가 <MBC 뉴스데스크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보도 “과했다” vs “할 만했다”>라는 논란의 형식으로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당초 MBC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15개 정도 리포트를 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하니 그만하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참고로 KBS 9시뉴스는 3꼭지, SBS 8뉴스는 2꼭지를 보도했다."


    또한 공감터는 "정형일 보도본부장은 취임 직후 사내 인터뷰에서 '권력과 자본을 감시·견제하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우리 뉴스를 보면 정 본부장이 말하는 '감시·견제해야 할 권력'이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 죽은 '옛 권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지난 1월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기자회견 리포트를 무려 13꼭지나 보도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뉴스데스크는 또 지난 1월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기자회견 리포트를 무려 13꼭지나 보도했다. 그 뒤로도 거의 매일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수사속보와 고발성보도를 이어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 전인 2월 8일까지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리포트를 방송했다. 특히 이동형 다스 부사장의 전화녹음 파일을 입수한 1월 24일에 8개,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가 발행한 날에도 이 전 대통령 관련 리포트 8개를 방송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주춤했던 이 전 대통령 관련 리포트는 폐막식 다음날 3개를 기록하며 다시 이어졌다."


    공감터는 "지난 3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과 대한문 서울역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친북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음에도 불구, 뉴스데스크에는 기사 한 줄, 화면 한 컷도 나오지 않았다"며 "전전임 정권에 추상같은 MBC뉴스의 '비판 정신'을 서슬 퍼런 현 정권 앞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고 일침을 가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서울역까지 구름 인파를 이룬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정치적 요구를 외쳤다면 보수와 진보를 떠나 그 자체로 중요한 사건이며 기사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에는 태극기 집회가 기사 한 자 화면 한 컷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 리포트 두 개와 행사종합으로 중학생들의 만세 행진 등을 보도했다."

    공감터는 "MBC 방송강령은 전문에서 '불편 부당한 공정방송에 힘쓴다'고 강조하고 있고, 프로그램 일반 기준에서 '정치 문제는 특정 정파나 정당에 편향되지 않도록 공평하게 다룬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최승호 사장도 정형일 보도본부장도 한정우 보도국장도 박성제 취재센터장도 MBC의 경영과 뉴스를 책임진 이상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MBC노동조합 미디어 비평센터 '공감터(공정방송감시센터)'가 배포한 보도자료 전문.

    MBC뉴스, 이대로 가도 되나?

    뉴스데스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소식들

    최근 MBC 뉴스데스크만 보고 있어서는 알 수 없었던 세상 소식들이 많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피니시 구역에 들어갔다 특혜 논란으로 며칠 동안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도 KBS SBS와는 달리 우리 메인 뉴스는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이 가상화폐를 해킹해 일본에서 6천억 원 한국에서 250억 원을 훔쳐간 혐의도 보도하지 않았고, 청와대 장차관 워크숍에서 비싼 호텔 도시락을 먹은 이른바 ‘황제 도시락 사건’도 뉴스데스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때 여론을 들끓게 했던 청와대의 탄저병 백신 구입 사건은 수많은 매체들이 보도한 뒤 이틀이 지나서야 ‘접종한 것은 아니라’는 수사 의뢰 내용으로 인터넷에 기사를 올렸다.

    中 기자 폭행 · 美 수입 규제 뒤늦게 보도

    지난해 1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이 현지 경호원들에게 집단폭행 당했을 때 MBC 뉴스데스크는 이를 단신 처리했다. 중국 사람이 한국 사람 때리는 게 별 일 아니라고 여겼는지, 아니면 문재인 정권에 누가 되는 것을 걱정했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당연히 SBS는 리포트와 기자 대담으로 사건을 자세히 전했고, KBS도 리포트에서 “중국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다른 매체들이 대서특필한 다음날에야 ‘중국 경호원 기자 폭행 수사 착수…정부 처벌 요구’라는 리포트를 방송해 MBC 시청자들에게 하루 늦게 정보를 전달했다.

    지난 2월 17일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비롯한 12개 나라 철강 제품에 53% 이상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입 규제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날 SBS는 <美, 철강 제품 관세 높이거나 수입 제한>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방송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던 KBS도 하루 늦게 <美, 철강 고관세국에 한국 포함…대미 수출길 ‘적신호’>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틀 내내 관심을 안 보이던 뉴스데스크는 2월 19일 갑자기 <문 대통령 "불합리한 美 통상 압박에 결연히 대응"> <美·中 싸움에 한국이 '새우등'…무역제재 현실화?>라는 두 개의 리포트를 방송했다. 대통령이 입을 열기 전에는 ‘미국의 불합리한 통상 압박’도 ‘새우등이 된 한국의 현실’도 깨닫지 못했는가? 현MBC 보도국 간부들은 공정보도는 고사하고 스스로 기사 가치를 판단할 능력조차 없다는 비판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권력을 감시한다더니 전전임 대통령만?

    대신 어떤 기사들을 보도했을까? 지난 1월 10일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소식을 내리 10개 아이템으로 나누어 보도했다. 사내에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가운데, 외부의 기자협회보가 <MBC 뉴스데스크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보도 “과했다” vs “할 만했다”>라는 논란의 형식으로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당초 MBC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15개 정도 리포트를 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하니 그만하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참고로 KBS 9시뉴스는 3꼭지, SBS 8뉴스는 2꼭지를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또 지난 1월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기자회견 리포트를 무려 13꼭지나 보도했다. 그 뒤로도 거의 매일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수사속보와 고발성보도를 이어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 전인 2월 8일까지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리포트를 방송했다. 특히 이동형 다스 부사장의 전화녹음 파일을 입수한 1월 24일에 8개,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가 발행한 날에도 이 전 대통령 관련 리포트 8개를 방송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주춤했던 이 전 대통령 관련 리포트는 폐막식 다음날 3개를 기록하며 다시 이어졌다.

    바로 지난 3월 1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친북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대한문 서울역 등에서 열린 이 집회에 경찰은 3만5천 명, 주최 측인 보수단체들은 150만 명이 동참했다고 추산했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현장에 다녀온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엄청난 수의 시민들이 모여 현 정권의 정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대규모 집회는 침묵하다 다음날 ‘조형물 파손’ 리포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서울역까지 구름 인파를 이룬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정치적 요구를 외쳤다면 보수와 진보를 떠나 그 자체로 중요한 사건이며 기사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에는 태극기 집회가 기사 한 자 화면 한 컷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 리포트 두 개와 행사종합으로 중학생들의 만세 행진 등을 보도했다.

    한 신문 칼럼리스트는 언론들의 태극기 집회 축소 보도가 ‘정부의 통제 때문이라면 새로운 독재 정부이고 언론인들의 자발적인 부역행위라면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며 통탄했다. MBC의 현 경영진이 가장 깊게 새겨들어야할 비판이다. 같은 지상파 가운데 SBS는 행사종합 리포트에 태극기 집회 중 촛불 조형물 파손 소식을 넣었고, KBS는 행사종합 단신 중 한 문장이나마 집회 개최 소식을 전했다.

    침묵했던 MBC 뉴스데스크는 다음날 <폭행··· 조형물 훼손 수사>라는 제목으로 태극기 집회 중 촛불 조형물 파손 행위를 맹비난하는 리포트를 방송했다. 태극기 집회는 아무리 참가자가 많아도 기사 가치가 없는데 폭력 사건이 발생했으면 크게 보도해야 한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단독 리포트를 할 정도로 중요한 기사를 왜 당일에 보도하지 않고 하루 묵혔다 방송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SBS 보도를 보고 따라했다고 손가락질당해도 할 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부끄러운 사례들을 처음 본 게 아니다.

    MBC뉴스, 이대로 가도 되나?

    정형일 보도본부장은 취임 직후 사내 인터뷰에서 ‘권력과 자본을 감시·견제하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뉴스를 보면 정 본부장이 말하는 ‘감시·견제해야 할 권력’이 ‘살아있는 권력은 아니고 죽은 옛 권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 전전임 정권에 추상같은 MBC뉴스의 비판 정신을 서슬 퍼런 현 정권 앞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MBC 방송강령은 전문에서 “불편 부당한 공정방송에 힘쓴다”고 강조했고, 프로그램 일반 기준에서 “정치 문제는 특정 정파나 정당에 편향되지 않도록 공평하게 다룬다”라고 규정했다. 최승호 사장도 정형일 보도본부장도 한정우 보도국장도 박성제 취재센터장도 MBC의 경영과 뉴스를 책임진 이상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공영방송 MBC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