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관계자들 "현직 시장·교육감으로서 처신 부적절...촛불청소년연대 단체 정체성도 의심"
  •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선거 D-100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선거 D-100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2018민주주의, 선거연령 하향으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6·13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회에서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 출마 의지를 드러낸 잠재적 예비후보이자 현직 단체장들이다.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과 전교조·민변 등이 참여한 좌파 성향 단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이하 촛불청소년연대)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선거 D-100일 민주주의 선거연령 하향으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청소년들의 정치적 소양과 참여의식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바른 선택을 할 만큼 충분하다는 것은 4·19 혁명, 5·18 민주항쟁, 지난 겨울 촛불혁명과 같은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청소년에 대한) 참정권 보장과 확대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에 대한 정치권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참석해 이목이 쏠렸다.

    박원순 시장은 "청소년을 중히 여기고 청소년에 투자하는 나라는 늘 흥했고 청소년을 무시하고 가볍게 여기는 나라는 늘 어려움을 겪었다"며 "광화문 광장에서도 가장 당당하고 정의로운 목소리를 낸 것도 청소년이었다. 이제는 청소년도 나라의 주인으로서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가지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우리가 학생이나 청소년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교육청에서도 강조하는 것이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주도적인 판단과 행동·인식·행동을 촉발하는데 있어서도 18세 선거권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학생들의 선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권한이나 권력을 갖고 이뤄지는 의사결정에 그 권력의 대상이 되는 계층이 선출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 16세 이상의 학생들이 교육감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 모든 학생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 결정권자를 선출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변했다.

  •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기자회견 직후 "현직 시장과 교육감이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의 발언자로 나선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선 교육계 관계자 A씨는 "선거에 나올 사람들이 '청소년'을 내세우고 합세해 보완책 없이 무조건적으로 연령을 내리라는 것은 교육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며 엄청나게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연령을 하향했을 때 먼저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교육과정에 선거과정이나 민주주의에 대해 이론적으로 배우고 실제 체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담고 시뮬레이션 한 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는다. 이들이 진정 선거연령 하향을 원한다면, 주장을 해도 코앞인 지방선거가 아닌 다음 선거부터 도입하자고 해야하는데 이런 식의 요구는 표만 계산한 접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교육계 관계자 B씨는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갖게 됐을 때 교내에서 특정후보 지지활동이나 찬반시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나? 그럴 때 교사가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6월 선거부터 도입하자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다. 학생들의 표를 의식한 정책이 쏟아지며 교사와 학생 대립 구도도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촛불청소년연대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과 학생인권법 제정 등을 요구하는 370개 단체가 연합해 지난해 9월 출범한 단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수정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등 상임공동대표 7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인사는 "이 단체가 과연 청소년의 객관적이고 전반적인 의사를 반영하는지도 의문이고, 참여 단체나 인사들의 면면이 한쪽 성향에 치우친 사람들로 이뤄져 특정 이념 내지는 정치 세력을 등에 업고 사실상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