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연 측, 입장 밝히기 전날 피해자에게 전화 걸어 '회유' 시도남궁연 법률대리인 "미투 고백은 전혀 사실 무근..고소장 낼 것"피해자 측근 "잘못이라는 걸 아니까 사정을 봐달라고 말하는 것"
  • 한때 고(故) 신해철과 쌍벽을 이루는 '달변가'이자 '만물박사'로 통했던 드러머 남궁연(51)이 성추행 가해자로 몰려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국내 미투(#MeToo) 운동의 본거지가 된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익명의 폭로글이 발단이 됐다. 지난달 28일 자신을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ㄴㄱㅇ'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올렸다. 지난해 9월 'ㄴㄱㅇ'의 전원주택 작업실에 갔더니 'ㄴㄱㅇ'이 죽어 있는 자신의 몸을 고쳐주겠다며 옷을 다 벗어보라고 했다는 등 충격적인 얘기들이 담겨 있었다. 'ㄴㄱㅇ'이라는 초성과, '대중음악가이자 드러머'라는 소개글은 거론된 가해자가 '남궁연'이라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궁연 아내 "A씨 집 찾아가 문 앞에서 울고 왔다"


    이같은 '미투 고백'에도 침묵을 지켜오던 남궁연은 사건 발발 이틀 만에 말문을 열었다. 2일 남궁연의 법률 대리인인 진한수 변호사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모든 의혹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글을 올린 작성자에 대해선 내주경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글을 누가 올렸는지 남궁연씨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기된 모든 의혹을 검토한 결과 사실인 게 전혀 없었어요. 다음주 글쓴이를 상대로 고소장을 낼 계획입니다."


    그런데 남궁연이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 하루 전 날, 남궁연 측에서 피해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A씨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측근 C씨는 다수 언론사에 남궁연의 아내가 A씨와 통화한 녹취록 파일을 건네며 "남궁연 측에서 '니 말 한 마디에 우리들 인생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잘못이라는 걸 아니까 이렇게 대응하고 사정을 봐달라고 말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실제로 남궁연의 아내 B씨는 A씨와의 통화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빌고 싶다" "제발 만나서 얘기하자" "A씨의 말 한마디에 우리 인생이 달려 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달라"는 하소연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의 말처럼 A씨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면 '가해자'로 지목된 남편의 아내로서 응당 화부터 내야할 상황이었지만, B씨는 완전히 엎드린 자세로 "제발 살려달라"는 읍소를 하기 바빴다.

    그러나 B씨는 "어떻게 해야 A씨 마음이 풀어질까, 그 맘 뿐"이라며 "우리 남편도 같은 마음"이라고 말하면서도, "대체 A씨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어느 포인트에서 서운함을 느꼈는지 모르겠다"고 밝혀 여전히 남궁연의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B씨는 "일이 길어지면 서로가 힘들지 않겠느냐"며 "사건 당시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직접 만나서 이 문제를 얘기하고 빌고 싶다"는 얘기를 되뇌었다.

    이에 A씨는 "사모님이 저에게 빌고 사과하실 필요는 없고, 당사자인 남궁연과 방송 작가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밝힌 뒤 "남궁연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B씨는 "내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뭐라 말을 못하겠다"며 "무릎이라도 꿇고 빌고 싶다"는 같은 패턴의 대답만 반복했다.

    다음은 남궁연의 아내 B씨와 피해자 A씨의 전화 통화 내용(3월 1일 오후 11시 25~42분).

    B씨 : 우리가 뭘 실수를 했고, 뭐가 서운한지 내가 알고 싶고, A씨 마음을 풀어주고 싶은데, 사실 어느 포인트에서 A씨가 서운했는지 우리가 잘 몰라요. 진짜 마음을 풀어주고 싶어요. 그래야 이 일이 풀어지지‥. 그쵸? 내가 A씨 얼마나 이뻐했는지 알죠?

    A씨 : 저도 사모님에게는 그런 감정 없고요. 사모님한테는 정말.

    B씨 : 그럼요. A씨를 지금도 이뻐하고, 그때도 엄청 좋아했어요.

    A씨 : 저도 사모님을 좋아했고요.

    B씨 : 지금 A씨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나 있는데, 이를 풀지 않으면 이게 길어져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내가 지금 A씨에게 물어보고, 빌고, 필요하면‥.

    A씨 : 사모님은 저한테 그러실 필요가 없어요.

    B씨 : 우리 남편도 같은 마음이에요. 아까 연락이 안돼서 애가 탔는데, 하다하다 이렇게 연락을 한 거예요. 나 한테만이라도 마음이 나쁘지 않다고 하니 내가 감사하고…. 어떻게 해야 A씨 마음이 풀어질까, 나는 그 맘 뿐이에요. 우리 솔직히 얘기하고.

    A씨 : 저는 사모님에게 감정 없고, 그러실 필요 없고요.

    B씨 : 아니, 우리 남편 마음도 똑같아요.

    A씨 : 저는 남궁연씨와 김OO 작가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고, 저는 그거 이외에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사실 없어요.

    B씨 : 그러겠죠.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무 어려운 문제다. 근데 우리가 지금 내가 정말 정직하게 얘기해서. A씨 말 한 마디에 우리 인생이 달려있어요. 우리가 치명적이라는 것은 A씨가 아마 상상도 못할 거예요. 이 일이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우리 두 사람이 죽고 살고가 달려 있어요. 나를 불쌍하게 여겨야지. 내가 아까 정말 빌고 울려고 했어요. 나를 살려달라고.

    A씨 : 사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하지만 사모님한테는 전혀 일의 감정도 없어요.

    B씨 :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도 모르고요. 나를 봐서라도, 어떻게 해야 A씨 마음이 풀어질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정말 뭐를, 어디에서 오해를 했는지 말 좀 해줄래요?

    A씨 : 제가 쓴 그대로가 다예요. 제가 쓴 그대로, 실제 있었던 일이니까. 정확히.

    B씨 : 내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이를 어떡하면 좋을까. A씨 한 마디에 우리 남은 인생이 달렸는데 봐주면 안될까요? 내가 정말 빌게요. A씨가 우리를 불쌍히 여겨야지.

    A씨 : 그럼 남궁연 선생님은 인정하고 있는 건가요?

    B씨 : 내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뭐라 말을 못하겠고‥.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무릎이라도 꿇고 싶어요.

    A씨 : 사모님이 진짜 안 그러셨으면 좋겠고. 사모님이 풀어주실 문제는 사실 아닌 것 같아요.

    B씨 : 내가 서운한 포인트가 뭔지를 잘 몰라요. 일이 길어지고, A씨 마음이 안풀리면 서로가 뭐가 좋겠어요. 내가 정말 빌게요.

    A씨 : 저는 사모님이 이렇게 저한테 하시는 게…. 저는 만약에 남궁연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으면 안 받았을 수도 있어요. 일단 전화를 받긴 했는데‥. 사모님의 사과는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저도 마음만 더 아프네요. 그래도 있었던 일은 없어지지 않으니까. 제가 정말, 저도 많이 힘들어서‥.

    B씨 : 뭔가 오해가 있고, 어느 시점에서 오해가 생겼는지…. 내가 정말 빌게요. 우리가 만나서 얘기하면 안될까요? 제가 솔직히 아까 집에 갔었어요. 그 앞에서 얼마나 울고 왔는지 알아요? 내가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을게요.

    A씨 : 오해는 전혀 없고요. 제가 오해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요. 저도 사모님이 안 아프셨으면 좋겠어요. 사모님 마음 충분히 다 알았고요. 일단 제가 다시 말씀드릴게요. 지금 제가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장담은 못드리겠네요.


    [사진 제공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