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의 폭행과 고문은 물론 가혹한 봉사에 동원되면서 나날이 허약해져"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범죄도 심각
  • ▲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이 28일 서울지 중구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에서 '군복 입은 수감자-북한군 인권 실태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규빈 기자
    ▲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이 28일 서울지 중구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에서 '군복 입은 수감자-북한군 인권 실태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규빈 기자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두고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미미했던 북한 군인들의 참담한 실태를 자세히 조사한 보고서가 발간돼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28일 서울시 중구 북한인권정보센터 남북사회통합교육원에서 '군복 입은 수감자-북한군 인권 실태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재춘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북한 인권 실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북한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라고 할 수 있다"며 "120만이 넘는 북한 군인들은 10년이라는 장기복무기간 동안 수감자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재춘 이사장은 "북한 군인들은 상관의 욕설·구타는 물론 가혹한 훈련과 국가적 봉사에 동원되면서 나날이 몸이 허약해져 질병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군 지도부나 김정은 정권이 아닌 남한과 미국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북한 당국이 이 모든 원인을 내부(북한 체제)가 아닌 외부(남한·미국)의 위협에 기인한다고 믿도록 하고 있기 때문"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북한군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구체적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당국의 군대 운용 방식에 국민적 비판을 유도하는 것이 북한군의 인권개선은 물론 궁극적으로 통일 이후의 사회 통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향후 북한 정권이 붕괴되고 군대가 해체되더라도, 이들이 대한민국에 강한 적개심을 유지하고 있다면 남북 사회통합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북한인권정보센터 산하 북한군인권감시기구의 김인성·안현민·송한나 연구원 등은 북한군 인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탈북자 수기·북한 내부 문건 및 연구 보고서 등 문헌 조사를 실시했고, '북한인권정보센터 통합인권DB'에 축적된 북한 군대 내 발생 사건 599건을 분석했다.

    세 연구원은 북한군 출신 70명을 대상으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4개월에 걸쳐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사병 51명(72.9%), 군관 19명(27.1%)으로 구성된 이들의 복무 시기로는 △1994년 이전 입대 37명(52.9%), △2000년대 19명(27.1%), 1994년에서 1994년 사이 12명(17.1%) △2010년대 2명(2.9%) 순이다.

    각종 문헌 자료와 북한 군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종합한 보고서는 북한군의 참담한 실상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편지 검열부터 구타·고문·공개처형까지 북한 군인들의 인권은 군 지도부 및 김정은 정권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편지 검열·만연한 구타…北군인 인권은 어디에

    북한 군대에서 편지는 그나마 보편적으로 가족 및 지인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는 10~13년의 군복무를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으나, 센터 연구에 따르면 북한 군인들은 군복무 기간 편지를 보내고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들 70명 중 67명(95.7%)이 편지 가능 여부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고, 이 중 32명(47.8%)은 매일 발송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사회 상황(종이부족·군사우편발송체계)과 내용 검열이 치밀하게 이뤄지면서 답장을 받는 데 최소 1개월부터 최대 1년 이상까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 군대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사전 검열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부대 내 생활 등 부대와 관련된 내용은 일체 쓸 수 없는 등 편지에 적을 수 있는 문구는 매우 제한돼 있었고, 자신의 안부 및 좋은 내용만 편지에 쓸 수 있었다.

    아무리 규정에 맞춰 쓰더라도 북한 군대는 편지 발송 전 편지를 열어본 뒤 이상이 없는 편지만 발송했다. 이러한 검열은 보내는 편지 뿐만 아니라 받는 편지에도 적용됐다. 북한 군인들은 이러한 까다로운 규정 및 사생활 침해의 부담을 느끼며 군대 생활을 견디고 있는 실정이다.

    편지 이외에 전화는 60명(85.7%)이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여단급 이상의 부대에는 사회로 연결 가능한 전화가 있었지만, 중소규모 부대에는 전화가 없거나 규정상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전화사용 시 상급자에게 뇌물을 제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애로사항이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 ▲ 김인성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이 '북한군 인권 일반 실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규빈 기자
    ▲ 김인성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이 '북한군 인권 일반 실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박규빈 기자

    ◇구타·고문·성폭력도 모자라 공개사형까지

    북한 군인들은 내부 기강 확립 및 통제 유지를 명목으로 이뤄지는 상관의 구타·고문·성폭행 같은 가혹행위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70명 중 53명(75.7%)는 실제 구타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11명(15.7%)는 다른 군인이 동료 군인에 대한 구타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단 8명(8.6%)만이 복무 중 구타 관련 사건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총탁에 맞아서 절반의 치아가 나간 적이 있다", "보편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유 없이 동료 병사 15명에게 얻어맞았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담겨 있었다.

    고문의 경우 40명(57.1%)이 "경험했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매일 고문이 발생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8명(18.2%)에 이르렀다. 고문유형으로는 추위노출·수면불허·체력학대 등이었다. 성폭력의 경우 24명(34.3%)이 경험·목격·득문(得聞)했다고 밝혔다.

    북한 군인들의 생명권 실태는 실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센터가 심층 면접을 진행한 북한 군인 70명 중 44명(62.8%)이 "군대 내 공개처형 사건을 본 적이 있거나 들은 적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개 또는 비공개 처형'은 북한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북한 형법도 사형 선고 범죄를 명시하고 있다.

    현행 북한 형법에 따라 공개총살형을 부과할 수 있는 범죄는 △제59조 국가전복음모죄 △제60조 테러죄 △제62조 조국반역죄 △제64조 파괴암해죄 △제67조 민족반역죄 △제278조 고의적중살인죄 등이다.

    안현민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공개처형은 북한 정권이 사회 구성원들을 위협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반적인 수단"이라며 "군에 대한 두려움과 충성의 효과를 위해 형 집행 전 기소된 군인의 죄목을 집합한 군인들 앞에서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범죄도 심각…"雪上加霜"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살해·폭행·약탈·여성 성폭행 등도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북한 군인에 대한 배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며, 사병의 영양실조 문제가 심각해지자 군부대가 인근 마을의 곡식과 개인 재산을 절도하는 현상이 만연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북한군에 의한 민간 범죄가 증가했다고 서술했다.

    센터 조사에 응한 북한 군인 70명 중 22명(31.4%)이 "군대에 의한 민간인 살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밝혔고, 민간인 폭행 역시 48명(68.6%)이 직접 가담했거나 목격·득문했다고 증언했다. 민간인 약탈은 59명(84.3%)이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 중 무려 45명(64.3%)이 상부 지시에 의해 직접 약탈에 가담했다고 털어놨다.

    민간 여성 성폭행의 경우는 △'매우 심각' 7명(10%) △'심각' 9명(12.9%) △'약간 심각' 9명(12.9%)으로 25명(35.8%)이 북한군에 의한 민간 여성 성폭행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김인성 북한군인권감시기구 연구원은 "북한 청년들이 17세에 군대에 가서 10년 간 복무하며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조국을 보위한다는 사명감으로 가서 범죄행위에 가담하게 되며 여러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면서 "문제는 그런 모든 원인을 북한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적개심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목표"라며 "문제 발생 원인에 대해 구체적 자료를 통해 알리는 과정이 북한군 인권 개선과 통일 전후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연구원은 "북한군에 의한 자체 피해나 범죄행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다음에는 북한 여군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북한의 인권개선과 인권침해 청산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북한인권침해 실태조사,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운영을 통한 북한인권침해 구제 및 예방과 피해자 보호 및 정착지원을 위해 지난 2003년 설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