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지영, JTBC뉴스룸 출연..오달수 상대 '미투' 고백"오달수가 사과는 커녕,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말해 분노"
  •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극단 내 (오달수에게 당한)또 다른 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던 '제보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27일 오후 'JTBC 뉴스룸'은 과거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연극 배우 엄지영(사진)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 15년 전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활동하던 오달수에게 연기 조언을 구하려다 피해를 입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기사화했다. JTBC는 "엄지원씨는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모임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던 분으로, 전날 오달수의 성폭행 전력을 폭로한 보도를 보고 용기를 내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기 조언해달랬더니, 느닷없이 모텔로 데려가‥"


    취재진과 만난 엄지영은 "2000년 초반 무렵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과 합동 공연을 할 때 오달수를 알게 됐다"며 "몇년 뒤 서울에서 오디션이 열리자 선배인 오달수에게 연기 조언을 구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을 만난 오달수는 태도를 바꿔 다른 장소에서 얘기를 나누자는 제안을 했다고 엄지영은 주장했다.

    "자기가 얼굴이 팔려 있으니까 부끄럽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신경쓰인다고 하더라고요. 어딜 가자는 식으로…."

    실제로 오랫동안 연극 배우로만 활동해온 오달수는 2003년 개봉한 '올드보이'가 대히트를 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엄지영은 "당시 오달수가 자신을 다그치며 데리고 간 곳은 서울의 한 모텔이었다"며 "이혼해서 그냥 여기에서 숙소를 잡은 거라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었다"고 전했다.

    "'야, 너가 자꾸 이러고 있으니까 내가 좀 그렇게 느껴지잖아'라고 말했어요. 편하게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하면서, 야 더운데 좀 씻고 이렇게 하자고 하면서 옷을 벗겨주려고 이렇게 손을, 제 몸에 손을 댔어요."

    엄지영은 "이후 오달수가 화장실까지 따라와, '몸이 안좋다'고 거부하면서 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취재기자의 리포트를 통해 엄지영의 피해 진술을 타전한 'JTBC 뉴스룸'은 곧바로 엄지영과 '화상 인터뷰'를 시도, 얼굴과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피해 경험을 알리기로 결심하게 된 연유를 물었다.

    엄지영은 "처음엔 댓글 올리신 분의 글을 보고 나도 이젠 얘기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다렸는데, 오달수가 사과는 커녕, 그 사람이 실명을 공개 안했다는 이유로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말하는 게 용서가 안됐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 아이들이 나중에 현장에서 연극을 하면서 저와 같은 일을 당하게 될까봐, 그게 너무 싫었다"며 "저 역시 제 이름을 공개 안하면 나도 없었던 일이 될 것 같아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엄지영은 '지금까지 피해 사실을 고백한 이들이 당시엔 가해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공통된 말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연습 과정 중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 왜 이러세요?'라고 하면, 연습 분위기 자체가 흐려질 뿐만 아니라, '내가 후배로서 귀여워서 하는 말이었는데, 니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잖아'라는 핀잔을 듣게 돼 그런 말들을 쉽게 꺼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 거부를 하면 조금만 실수해도 연습 중에 쌍욕을 하고…. 그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 때는 설 수 있는 무대라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연출이 '쟤 쓰지 마라, 싸가지 없다'는 얘기들을 하는 게 너무 무섭고. '나는 연극을 계속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밝힐 수가 없었어요."

    끝으로 엄지영은 "연희단거리패에 있던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오달수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달수 측에서 무고죄로 고소를 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증거가 없을지는 몰라도 저한테는 있었던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연희단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도 엄청 많아요. 분명히 (피해자가)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안하고 힘든 일이지만, 더 나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 기억에는 없고, 증거도 없고, 그래서 그건 없었던 일이야 하고 말하는 건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고죄? 걱정되죠. 처음엔 제 말을 믿을까, 저 사람 말을 믿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어요. '엄마 뻘 되는 사람으로서 안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신 분도 계십니다. 무고죄로 걸라면 걸라고 하세요. 증거는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저한테는 있었던 분명한 사실이에요. (오달수가)사과하지 않고, 미안한 마음 안가진다 하더라도. 이걸 보고 있는 사람들은 알 거예요. 제가 뭐하려고 얼굴 대고, 남자도 아니고 여자 배우가 얼굴 대고 이런 얘기를 하겠어요."


    [사진 = JTBC 뉴스룸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