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때 일본군도 사신 입경한 길로 쳐들어와… 적 총정찰국장 출신에게 군사도로 열어준 게 옳은가
  • ▲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당원·당직자들이 25일 철야농성을 통해 경기 파주 문산읍 통일대교를 봉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영철이 이를 피해 전진대교를 통해 입경할 수 있도록 군사작전도로를 열어줬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당원·당직자들이 25일 철야농성을 통해 경기 파주 문산읍 통일대교를 봉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영철이 이를 피해 전진대교를 통해 입경할 수 있도록 군사작전도로를 열어줬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조선 초기 일본의 사신이 내조(來朝)하러 올 때, 3포(부산포·울산 염포·진해 제포)에서 한양 동평관(東平館, 인사동에 있던 일본 사신이 머무르는 관)까지 상경하던 길이 있었다. 이 길을 왜사입경로(倭使入京路)라 했다.

    1586년 통신사를 보내달라며 찾아와 예조판서를 보고 돌아간 유즈야 야스히로(柚谷康広), 그리고 1589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친서를 소지하고 역시 통신사를 보내줄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며 동평관에서 농성하던 소 요시토시(宗義智), 게이테츠 겐소(景轍玄蘇), 야나가와 시게노부(柳川調信)가 모두 이 길을 따라 한양으로 올라왔다.

    세 해 뒤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일본 사신이 올라왔던 길은 그대로 왜군의 진격로가 됐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뽑아보낸 사신들의 면면을 보면 애초부터 우리의 길과 방비를 정탐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걸 모르고 우리 부윤이며 목사들은 일본의 사신이 지나갈 때 "위세를 보인다"며 마을 장정까지 동원해 무기를 쥐어주고 세워놨다.

    유즈야 야스히로가 구미 인동(仁洞)을 지나갈 때, 장정들이 잡고나온 창자루를 힐끗 보더니 "너희 나라의 창은 아주 짧구나"라고 혀를 찬 것이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에도 적혀 있다. 그들은 왜사입경로를 따라지나가면서, 우리의 길 뿐만 아니라 방비와 안보의식까지 염탐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북한의 김영철을 위해 군사작전도로를 열어줬다.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난 북한 김영철은 자유한국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등이 버티고 섰던 통일대교를 피해,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군사작전도로와 전진대교를 지나 단숨에 숙소인 워커힐까지 짓쳐내려왔다.

    북한 김영철은 지금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통일전선부장이라는 직함을 참칭하고 있지만, 본래 총정찰국장을 지내며 대남도발과 공작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만행 때에도 총정찰국장의 지위에 있었다.

    그런 북한의 김영철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천해성 통일부차관을 보내 영접하고, 군사작전도로를 열어서 전진대교를 통해 남하하도록 인도했다. 김영철과 그 일행들은 차량 안에서 군사작전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주변의 지형지물과 우리 군의 방비태세, 군사기물들을 살필 수 있게 됐다. 아마 김영철 본인조차 우리의 허술한 안보의식에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유사시에 북한으로 하여금 전차와 기계화부대를 이끌고 이 길을 따라 남침해서 서울을 함락시키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군이 영토 수복을 결의하며 만들었던 전진대교는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영철을 위해 활짝 열어준 덕분에 남침대교로 전락하고 말았다.

    조선 때 왜사입경로를 따라 일본 사신이 상경하면 15~24일만에 한양 동평관에 이르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부산포와 동래에 상륙했을 때부터 한양을 함락시켰을 때까지 걸렸던 시간과 얼추 비슷하다.

    조정이 파천(播遷)하고 팔도강산이 초토화되며 수많은 백성들이 죽고 잡혀가는 등 고초를 겪으면서, 동맹국의 원군까지 끌어다 7년을 싸운 끝에 겨우 일본군을 몰아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일본 사신이 한양까지 올라오는 것을 엄히 금하고, 대신 두모포와 초량에 왜관을 마련해 그곳에서 사신을 맞이했으나 어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며 만시지탄이 아닐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북한의 김영철을 위해 열어준 길을 따라 유사시에 적이 짓쳐내려온다면, 과연 지난 번 전쟁 때처럼 우리 정부는 파천할 시간적 여유나 있을 것인가. 사이가 벌어질대로 벌어진 동맹국은 원군을 보내주기나 할 것인가.

    또, 과연 전쟁 이후에도 나라는 남아날 것인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시는 북한 대표단이 군사작전도로를 따라 내려올 수 없도록 하는 '만시지탄'의 조치나마 취할 수 있는 정부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날 북한 김영철이 군사작전도로를 따라 전진대교를 넘어 남하하는 걸 지켜보며 "이 모든 것이 두렵다"고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을 향해,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