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로 놀란 가슴, 컬링으로 진정?
  • 매주 토요일 오후 TBN 부산교통방송 <4시의 교차로>에서 방송되는 <연예가 교차로>를 <뉴데일리>에 동시 게재합니다.
    ■ 프로그램명 : TBN 부산교통방송 '4시의 교차로'
    ■ 방송 : 부산 라디오 FM 94.9MHz (16:05~17:52)
    ■ 방송일 : 2018년 2월 24일 오후 5시 20분
    ■ 진행 : MC 한주형
    ■ 연출 : 프로듀서 주상수, 작가 윤예슬
    ■ 출연 : 뉴데일리 연예부 조광형 기자



    △한주형 = 자, 이번엔 한주간에 있었던 핫한 연예가 소식을 들어보는 연예가 교차로 시간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뉴데일리 연예부 조광형 기자와 전화 연결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조기자님?

    ▲조광형 = 네, 안녕하십니까.

    △한주형 = 조기자님과는 함께 방송하는 게 처음인 것 같은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광형 = 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주형 = 그럼 첫 번째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조광형 = 요즘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면 거의 다 이 두 가지를 놓고 얘기하더라고요.

    △한주형 = 그 두 가지가 뭘까요?

    ▲조광형 = 하나는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컬링 얘기고요. 또 하나는 문화·연예계에 불고 있는 미투 열풍입니다.

    △한주형 = 정말 그렇네요. 제 주변에서도 거의 대화 주제가 이 두 가지더라고요.

    ▲조광형 = 두 가지 주제의 느낌이 사뭇 다르죠? 컬링 얘기를 할 때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데요. 미투 얘기는 듣기만 해도 한없이 우울해지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사회 전역에 불고 있는 성추행 파문 때문에 우울해진 기분을 우리 컬링 대표 선수들이 달래주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주형 = 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표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고마운, 그런 마음이 저도 드네요.
  • ▲조광형 = 여자 컬링 결승전이 내일 오전 9시에 열린다고 하는데요. 우리 팀 선수들이 선전해 주시길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자, 이젠 본격적으로 미투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발단은 최영미 시인이 최근 발표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비롯됐습니다. 여기에서 언급된 'En선생'이 사실상 시인 고은을 가리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죠. 극단 연희단거리패 출신으로 현재 연출가로 활동 중인 오동식 청주대 겸임 교수는 최영미가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괴물'을 언급할 때부터 극단 내부에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주형 =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이군요.

    ▲조광형 = 그렇습니다.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까 동요를 하게 된 거죠. 이후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와 한 전직 단원이 '미투 고백'으로 연출가 이윤택의 낯뜨거운 '성추행 전력'을 폭로하기에 이르렀는데요. 놀라운 점은 단원 수뇌부들이 수차례 대책회의를 가지면서 "사태가 잠잠해지면 4개월 뒤 다시 연극을 하자"는 뻔뻔한 대화를 나눴다는 겁니다. 기자회견에 대비하자며 회의를 소집한 극단 수뇌부는 이윤택에게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라는 거짓말을 연습시키고, 심지어 표정 연기까지 지도하는 인면수심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 선배 단원은 후배들에게 마치 조직폭력배들이 부하들에게 '충성맹세'를 강요하듯, 본인의 입장을 밝히라고 다그쳤고요. 이윤택이 안마를 원한다며 후배들의 등을 떠민 것으로 알려진 한 극단 대표는 "우리가 숨어 다녀야 될 정도로 잘못을 했느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등 후안무치의 극치를 달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주형 = 저도 뉴스를 통해 봤는데요. 이 분이 단원들과 기자회견 리허설까지 가졌다는 얘기가 나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조광형 = 저희도 놀랐고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기자들이 이윤택이 연출한 기자회견 쇼의 관객이 됐던 거죠. 그런데 이 자리에는 이윤택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인 배우 김지현은 "이윤택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면 자신이 받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 그가 자청한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윤택은 전혀 변함이 없었고, 특히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에 그만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이윤택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김지현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오래 전 이윤택에게 당했던 피해 사실을 가감 없이 기술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당시 이윤택이 자신에게 원치않는 부적절한 안마를 시켰고 급기야 성폭행까지 하는 바람에 낙태를 하는 아픔을 겪었었다는 내용입니다.
  • △한주형 = 여성으로서 그것도 실명을 밝히고 이런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텐데요.

    ▲조광형 = 그렇습니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가해자의 추행을 고발하려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증언해야하기 때문에 자연히 자신의 신상 내역까지 공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피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결단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같은 피해자 분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오랫동안 숨겨져 왔던 유명 인사들의 성추행 전력이 하나씩 공개되는 모습입니다. 2004년부터 청주대 겸임 교수로 지내다 2010년 조교수로 부임한 탤런트 조민기는 자신이 머무는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러내고 성희롱성 발언들을 수차례 내뱉는 기행으로 학내에선 악명이 높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명 탤런트이자 교수인 조민기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은 침묵을 강요받았고, 연희단거리패 같은 비극이 수년째 반복돼 왔다고 하는데요.

    최근 SNS를 이용한 미투 고백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그동안 말문을 닫아왔던 피해자들이 조민기 교수의 일그러진 일상을 하나씩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민기는 자신의 오피스텔을 포함해 팀 회식 차 갔던 노래방이나 공연 연습 과정에서도 비슷한 행동들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학교 측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자체 진상 조사를 벌인 결과 조민기 교수의 행동이 적절치 못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오는 28일에는 아예 면직 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입니다.

    △한주형 = 현재 조민기씨 측 입장은 어떤가요?

    ▲조광형 = 처음엔 펄쩍 뛰었죠.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구체적인 증언들이 속출하자 지금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소속사 입장에서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는 달라진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 기획사는 지난 2016년 12월 조민기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는데요. 계약 만료까지 10개월 정도 남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도 해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한주형 = 지금 가장 논란이 뜨거운 게 조재현씨와 오달수씨도 과거에 성추행을 한 사실이 있느냐는 건데요.

    ▲조광형 = 그렇습니다. 조민기와 조재현은 '아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 자신들의 딸과 함께 출연한 전력이 있는데요. 참으로 낯뜨거운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고요. 조재현의 경우는 이제 막 불거지기 시작했는데요.

    배우 최율은 23일 자신의 SNS에 조재현의 프로필 사진을 올린 뒤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율은 "생각보다 빨리 올 게 왔군. 이제 겨우 시작. 더 많은 쓰레기들이 남았다. 내가 잃을 게 많아서 많은 말을 못하지만, 변태들 다 없어지는 그날까지 #metoo #withyou"라는 미투 고백문을 게재했습니다.

    최율이 '터졌다'고 말한 것은 전날 보도된 한 매체의 단독 기사를 가리킨 말이었는데요. 해당 기사에 등장한 한 여성은 5년 전 자신이 배우 J씨에게 당했던 성추행 정황을 자세히 기술하며 "상대가 유명 배우인 탓에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었다"는 속사정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한주형 = 그 J씨가 조재현씨라는 얘기죠?

    ▲조광형 = 그렇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유명 배우이자 연극 제작자'인 J씨는 누가봐도 배우 조재현이었는데요. 하지만 실명이 기재되지 않은 관계로 J씨가 조재현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는 게시판 등에서만 은밀히 회자·공유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얼굴이 알려진 여배우가 조재현의 성추행 의혹을 전격 폭로하면서 유명 배우 J씨가 바로 조재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조재현의 실명이 오픈되면서 용기를 얻은 한 피해자는 23일 방송된 한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 자신이 조재현으로부터 겪었던 성추행 피해 경험담을 토로했는데요. 조재현에게 추행을 당한 이후 극단 대표가 봉투를 내밀며 성추행 사실을 발설하지 말 것을 요청한 일도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오달수의 경우엔 댓글 외에는 이렇다 할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요. 아직까지 이번 논란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주형 = 사태가 정말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게요. 얼마 전까지 저희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시던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면서 뭔가 속았다는 기분도 들고 배신감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앞으로 이 분들이 어떤 입장을 밝히는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죠?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뉴데일리 연예부 조광형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