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살인마' 김영철 訪南 앞두고 광화문 집결한 우파 시민들 文정부 규탄"우리 아이들이 공산주의 세상에서 살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 ▲ 자유민주애국단체총연맹이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3·1절 예비 범국민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주최측이 추산한 참여 시민 수는 2천여 명이다. ⓒ뉴데일리 이기륭 사진기자
    ▲ 자유민주애국단체총연맹이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3·1절 예비 범국민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주최측이 추산한 참여 시민 수는 2천여 명이다. ⓒ뉴데일리 이기륭 사진기자

    3·1절을 앞두고 우파 시민들이 태극기를 손에 쥐고 광화문 거리에 모여 자유대한민국을 외쳤다. 친북(親北) 정책으로 나라를 혼돈으로 몰아 넣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였다. 이날 주최 측이 집계한 집회 참여 시민은 2,000여명에 달했다.

    자유민주애국단체총연맹(자민총·총재대행 김영택)은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3·1절 예비 범국민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식 개헌과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북한 김영철 초청 문제를 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영택 자민총 총재대행은 개회사에서 "현 정권이 사회주의 헌법으로 개헌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궁극적으로 김정은 주도의 고려연방제 통일을 꾀하는 것임을 간파하고 이를 결사 반대한다"며 "우리 자유대한민국 애국단체들은 결연한 의지로 연합해 애국시민들과 함께 저항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주범 김영철 訪南, 용납할 수 없어

    집회는 방남을 하루 앞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그를 초청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날 천안함 유족은 자민총 집회보다 한발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김영철 방한 철회를 요구했으며, 자유한국당도 청계광장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김영철은 지난 2009년 2월 대남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북한 정찰총국장에 취임한 이듬해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그를 대북 제재대상자에 올렸다. 이밖에도 황장엽 암살조 남파, 비무장 지대 목함지뢰도발 등으로 한국 안보를 위협한 혐의를 받아 국재형사재판소에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연단에 선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대표는 "올해 천안함 폭침 8주년을 맞는다. 46용사 중 8명은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데, 그 장본인을 정부가 귀빈으로 모시는 걸 볼 때 제정신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3·1 당일 우리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워, 문재인 정부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시민들의 집회 참여를 촉구했다.

    최병국 태극기행동본부 대표는 "천안함 46용사를 수장시킨 북한 김영철을 초대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은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3·1절을 앞두고 온 국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청와대로 가서 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평세 고려대 트루스포럼 대표도 "김정은의 동생을 접대한 것도 모자라 연평도와 천안함 등을 일으킨 김영철을 데려온다니 몹시 치욕적이다. 미국이 9·11 테러 일으킨 빈라덴을 국빈으로 모신다고 생각해보라, 어이가 없지 않느냐"며 "정부는 가짜 평화를 위해 국민을 능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정훈 자유수호연합 대표는 "김영철에 의해 수장된 천안함 용사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갑갑하겠나? 김영철의 방문이 무엇이 미래지향적이고 국민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왜 우리가 김정은에게 평화를 구걸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최 대표는 이날 연사 중 유일한 탈북자였다.

  • ▲ 이날 집회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던 '평창유감'이 울려퍼졌고, 2030세대 젊은이들도 현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사진기자
    ▲ 이날 집회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던 '평창유감'이 울려퍼졌고, 2030세대 젊은이들도 현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뉴데일리 이기륭 사진기자

    ◇광화문 거리의 '평창유감'…젊어진 집회 분위기

    이날 집회에서는 애국가, 국민의례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됐던 래퍼 벌레소년의 '평창유감'이 울려퍼졌다. 집회 중간에는 연단 앞에 인공기와 김정은 등 사진을 놓고 참여 시민들이 밟도록 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한데 모인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연사의 구호에 맞춰 '자유대한민국'과 '종북세력 척결' 등을 큰 소리로 외쳤다. 교회에서 단체로 오거나 가족 단위로 참석한 시민들도 많았다.

    예전 태극기 집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2030세대 젊은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여중생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한웅큼 쥐고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그동안 태극기 집회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최근 사회주의 개헌 문제나 북한 권력자들이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에 와 귀빈대접을 받는 것을 보면서 사태가 정말 심각해졌다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며 집회 참여 배경을 밝혔다.

    마스크를 쓰고 홀로 집회에 참여한 30대 여성은 "현재 남북이 휴전 중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남성들이 군대에 가고 있는데, 주적인 북한을 감싸기만 하려는 정부의 행태가 이해가 안 된다"며 "한국은 앞선 세대들이 목숨을 바쳐 일군 나라인데, 지금 모습을 보면 무덤에서 일어나실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가족을 데리고 수원에서 올라온 직장인도 있었다. 다섯 자녀 중에 학원에 간 1명을 제외하고 네 명을 모두 데려온 그는 "지금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 너무 좌편향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한 것 같다. 아이들을 데려 온 이유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데리고 왔다.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 광화문 집회를 마친 우파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주한미국대사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사진기자
    ▲ 광화문 집회를 마친 우파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주한미국대사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사진기자

    ◇ "용기 있는 젊은이들이 더 많이 참여해줬으면"

    태극기를 든 우파 집회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주축은 장년·노년층이었다. 이들은 "우리는 살 만큼 살았지만, 후손들이 걱정돼서 나왔다"며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50대 주부 서모씨는 "지금 한국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적화된) 공산주의 세상에서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태극기 집회 나오면 어르신들밖에 없는데 청년들도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이모(84)씨는 기자에게 국가유공자증을 보여주며 "한국전쟁 때 북한과 목숨 바쳐 싸운 우리들은 나라에서 월 30만원을 주는데 지금 이 정부가 북한에 우리 세금 퍼주는 것을 보면 울분이 터진다"며 "우리 세대보다도 젊은이들이 힘을 써줘야 정부가 두려워한다"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 60대 남성은 "한국이 공산주의 사회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우리는 살 만큼 살았지만 앞으로 살날이 많이 남은 젊은이들과 후손들을 위해 나온 것"이라며 "우리가 아무리도 노력해도 젊은이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미래가 어둡다"고 개탄했다.

    이날 자민총은 오후 3시쯤 광화문 집회를 정리하고 주한미국대사관·인사동으로 향하는 태극기 행진을 끝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집회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딱딱한 이미지로 굳어진 태극기 집회에 젊은이들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해와 접근이 쉽도록 이전보다 유연하고 특색 있는 집회를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회를 지켜보던 한 30대 청년은 "반대쪽에서 집회 하는 것을 보면 사회자로 아나운서도 초청하고 동영상도 멋들어지게 만든다. 그들의 네이밍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보도자료, 현수막 폰트까지도 신경써서 만들어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우파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좌파단체의 그런 노력과 행동력은 시급히 배울 필요가 있다"는 충고의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