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25년간 양국 정부 노력 성공하지 못 해"이방카 "北 비핵화 최대한 압박"… 양국 깊어진 간극 확인
  •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관을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관을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관과 만났지만 북핵 문제의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미국이 주장하는 대북 압박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면서, 양국 간의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관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대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이 문재인 대통령과 비공개 접견을 요청, 백악실에서 접견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안보실장, 미국 측에서는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가 배석했다"며 "처음에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으나, 대화의 시간이 길어지고 만찬이 늦어지면서 굳이 비공개로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전 접견 결과를 브리핑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가장 강한 나라는 한국"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25년간 양국 정부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국이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하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남북 대화가 별도로 갈 수는 없고 두 대화 과정은 나란히 함께 진전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11월 초 미국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와 비교할 때 결이 달라졌다. 당시 양국 정상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완성 추구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 및 경제적 어려움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특히 양국은 대한민국의 자체 방위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2017년 11월 7일부로 대한민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17년 개정 미사일 지침도 채택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미국 측이 주장하는 '대북 압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이전 정부에서 해온 북한 핵과 미사일을 막기 위한 노력이 결과적으로 보면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공개 발언 장소인 상춘재에서도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에 활발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데 큰 기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통한 한반도의 긴장감 조성보다는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대표해 방한한 이방카 보좌관은 최대한의 압박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 한·미 간 인식차가 드러난 대목이다.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새로운 대북 제재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제재안에 선박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상 차단의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상춘재에서 "양국 간의 우정과 협력 그리고 파트너쉽을 재확인함은 물론이거니와 한반도의 비핵화와 최대한의 압박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비공개 접견에서도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의 공동 노력이 효과를 거뒀고, 한국의 대북 제재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이번 미국 대표단 방한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양국 국민 간 우정·연대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 차에 대해 야당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에 대해 "가장 중요한 본질은 북한이 핵에 대한 헛된 꿈을 갖지 못하도록 한·미 간 확고하게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결코, 문재인 정권이 북한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이방카의 방한을 통해 친북보다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외교 기조를 분명히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동시에 강력한 한미동맹을 복원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