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3일 “北함경북도 나진·선봉 정유시설 화재” 보도
  • ▲ 구글 맵에서 찾은 북한 나진선봉 지구의 초대형 정유단지 '승리화학연합기업소'의 위치. ⓒ구글 맵 캡쳐
    ▲ 구글 맵에서 찾은 북한 나진선봉 지구의 초대형 정유단지 '승리화학연합기업소'의 위치. ⓒ구글 맵 캡쳐
    북한의 경제특구지역인 ‘나진·선봉’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 일주일 째 진화가 되지 않고 있다는 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부가 “아직 그런 사실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언론들 또한 이날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나진·선봉에서의 화재 소식은 확인된 바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 “북한 최대 규모의 정유시설이 위치한 함경북도 나진ㆍ선봉에서 일주일째 큰 불이 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가뜩이나 원유 수급이 여의치 않은 북한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북한은 소방헬기 같은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나선 지역에는 러시아가 공급한 원유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설이 밀집한 곳으로, 연간 정제능력 200만 톤 규모의 승리화학연합기업소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화재로 인해 나선지역 상공의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사실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면서 ‘어스 윈드 맵(Earth Wind Map)’ 사이트의 데이터를 인용했다.

    ‘한국일보’는 “해당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2일 북한 나선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2,000㎍/m³를 넘었다”면서 “통상 풀이나 나무를 태우면 일산화탄소(CO), 일산화질소(NO), 이산화질소(NO2), 아황산가스(SO2) 같은 오염물질이 고르게 발생하는데, 이와 달리 나선 지역에서는 유독 CO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돼 원유가 불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의 보도대로라면 북한 나진·선봉에서는 23일도 화재가 계속되고 미세먼지 농도 또한 수백 ㎍/m³를 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형 정유시설에서의 화재는 일반 화재와는 달리 하루 이틀 만에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 ▲ '어스 윈드 맵'에서 23일 오후 5시에 살펴본 북한 나진선봉 지구의 미세먼지 농도. ⓒ어스 윈드 맵 화면캡쳐.
    ▲ '어스 윈드 맵'에서 23일 오후 5시에 살펴본 북한 나진선봉 지구의 미세먼지 농도. ⓒ어스 윈드 맵 화면캡쳐.
    23일 오후 5시 현재 ‘어스 윈드 맵’을 확인한 결과 나선 지역 가운데 ‘승리화학연합기업소(북위 42도 32분, 동경 130도 33분)’ 인근 지역(북위 42도 31분, 동경 130도 30분) 일대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220㎍/m³ 내외로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헤럴드경제’와 ‘KBS’ 등은 이날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나선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보도했다. 통일부와 외교부 관계자 또한 “북한 나선지역에서 대규모 화재가 일어났다는 정보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실 해당 정보는 지난 21일 ‘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처음 제기된 주장이다. 북한 나선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당시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어스 윈드 맵’ 사이트 링크를 걸어놓고 “현재 나선 인근의 미세먼지 농도가 1,200㎍/m³을 넘어섰다”면서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특수부대가 침투한다던데….”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며칠 동안 이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외신에서 관련 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자 흐지부지 됐다.

    아무튼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으로 볼 때는 북한 나선지역에 있는 정유단지 ‘승리화학연합기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고 볼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 다만 이곳에서 지난 일주일 사이에 미세먼지를 대량으로 일으키는 ‘이벤트’가 있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