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우(육사39기), 전투력을 강화를 위해 워리어 플랫폼 장비 개혁 나선다.- 전투 목적에 맞는 장구류 도입과 운영을 통한 개혁 中
  • ■ 육군, 위로부터 개혁 시작되었다!

    요즘 육군이 이상하리만큼 바빠졌다. 그것도 최고지휘부인 육군본부에서 말이다. 이러한 징후는 김용우 장군(육사39)이 육군참모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부터이다. 
    그동안 선후배나 언론을 통해서 이러한 징후에 대해 전해 들었지만 뉴데일리나 군사전문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언론사가 아닌 일반 언론에 기사화되는 내용들은 늘 그래왔듯이 기대하기 힘든 것들 뿐 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특전사 개혁을 위해 앞장섰던 현역, 예비역들은 많이 지쳐있었다. 이번에도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에 다들 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필자 또한 전인범 장군 이후 반쯤 포기 상태로 모부대인 특전사 지휘부에 대해 맹비난을 하던 상황이었다.

  • 이런 상황에서 육군참모총장 주관의 워리어 플랫폼 장비전시회 및 토의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 
    군과 함께한 1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실망의 연속이었던 필자의 마음은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과 가서 다시는 이 자리에 서지 않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독하게 먹고 육군본부에 들어갔다.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고 대회의실에 들어가니 후배들이 완전무장 상태로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반갑게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미 전날 회의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상기된 얼굴로 상황을 이야기해 주는데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라도 너무 다른 상황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것인가?"라고 생각하며, 필자는 그때까지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이었다. 같은 자리에 있던 특전사 출신 영관급, 장성급 장교들과도 이야기를 하는데 그들 또한 후배들과 같은 상황이었다. 

    "무슨 상황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라는 질문만 머리속을 복잡하게 했다.
  • ■ 육군 스스로를 돌아보다

    시간이 되어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입장하고 모두들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있는 상태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특수부대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본적 있는 영상하나를 시청하고 간단한 사업진행 내용이 브리핑 되었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생각없이 역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놀라기 시작한 것은 그 다음부터이다. 대회의실 옆에는 다섯 명이 완전무장 상태로 서있었다. 3명은 특전사 두명은 백룡부대 기동대 소속 간부들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식의 전시형태는 "우리가 이런 장비가 있고 아주 우수하며 이런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라는 식의 뜬구름 잡는 식의 행태가 계속되었기에 설마 또 그럴까하는 생각도 잠시 혹독하리만큼 냉철한 비판이 시작되었다.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이것이 왜 문제인가 지금 상태에서는 이것이 최선 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너무나 잘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 그러한 보고는 특전여단장 출신인 군참부장이 담당했는데 너무나도 신랄한 자기비판에 필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러한 문제들은 지금까지 일선 부대에서 계속 문제제기 했지만 지휘부에서 눈과 귀를 틀어막고 들은 척도 안하던 문제들이었다. 그랬던 문제를 특전여단장과 보병사단장을 했던 분이 그러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참모총장과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사실대로 보고하고 있던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 특전사 장비로 넘어와서 현재 보급되거나 보급중인 장비로 무장한 특임여단 대원과 특전여단 대원의 장비를 설명하며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 문제의 신형특전대검이 등장했으나 문제에 대해 모두들 인식하고 있던 상황이라 그냥 넘어가는 상황이었는데 누군가 또 로크웰 경도를 언급하며 장점을 부각하려 했다.(하지만 조용히 다음으로) 아직도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는 생각에 잠깐의 씁쓸함을 느꼈다. 
  • ■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지휘부에겐 익숙하지 않은 무장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된 특전사 대원이 있다. 필자의 후배이면서(무장한 특전사 대원 모두 후배) 필자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된 인원이었다. 
    이날 개인 사비로 약 2천만 원을 들여 장만한 장비들로 무장하고 자리에 섰는데 말이 2천만 원이지 쉽게 말해 연봉을 쏟아 부어 장만한 장비들이다. "봉급을 다 털어서 사면 생활은 어떻게 하나?"라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질문에 "술을 안마시면 됩니다."라고 짧게 답해 모두가 웃음으로 수긍하게 만들었다. 
    필자도 특전사에서는 처음으로 K계열 소총 전면레일을 장착해서 사용하고 이런 장구류에 대해서 후배들에게 전파 하기도 했는데, 현역시절 개인구매한 전투장비가 약 2백만원 정도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구매할 수 있는 장비가 그것뿐이기 때문에 지금 후배 대원과 달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다시 현역으로 돌아간다면 2천만원을 투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되었다.

  •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각양각색의 표정이었지만 확실하게 나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하지만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핵심 지휘부는 심각했다. 어째서 우리 육군은 특전사에 이런 장비를 보급해주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계속된 전시 품목 보고를 받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필자는 그 표정에서 "지금까지의 육군의 어떤 지휘관들 보다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 장비 전시 및 보고가 끝나고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의견제시로 시작하는데 하고 싶은 말 솔직하게 하라는 훈시와 함께 우리 육군이 얼마나 나태 했었는가와 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필자에게 마이크가 돌아오고 군참부장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하고 싶은 말 다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솔직히 앞에서 언급했듯이 다시는 이 자리에 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신랄한 비판과 현실을 알리겠다고 왔는데 그럴 마음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잠시 당황했지만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들을 시작했다. 
  • 필자가 그 자리에서 발표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0년 전에 내가 저기 서있는 후배 부사관들의 자리에 있었다. 장소는 KCTC였고 주관은 특수전사령부와 교육사령부였다.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지휘관 교체시기가 금방 다가왔고 모든 것이 원점이 되었다

    지휘관의 방침에 따라 정책과 지휘방침이 달라지는데 지금처럼 개인장비 다 장만해놨는데 지휘관 다르다고 못쓰게 하면 우리는 뭐가 되는가? 여기 있는 후배 부사관들 지금 부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많은 인원들이 방출 후보에 올라있다. 좋은 지휘관 만났을 때는 앞세워 우리도 열심히 지휘방침 따르고 있습니다 라고 써먹다가 지휘관 바뀌면 적폐로 찍혀 죄인 취급받고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왕 추진 하는거 이번 기회에 김용우 육군참모총장님 임기 내에 못을 박아 완성하시고 장비 때문에 죄인 취급받고 있는 우리 후배들 보호해 주십시오말이 끝나고 잠깐의 적막이 흐르기도 전에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물론 위의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요제기부터 전력획득 과정에서의 문제 등도 언급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후배들에 대한 정책적 보호였다.

  • ■ 특수전사령부의 역할

    회의 시작 전 실무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중 소요제기 권한과 COTS(민수용품 직구매 체계)에 대한 건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소요제기에 관련된 업무 프로세스 체계의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필자 또한 현역시절 매년 3~4개씩 전투발전제안서를 올렸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런 업무 프로세스 체계 때문에, 전투발전제언 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 다들 필자에게 일임해버리고 아무런 기대 없이 반복적이고 형식적인 소요제기 업무로 변질이 되버렸던 것이다. 
    나중에 전역 후 육군본부 관계자들과의 자리에서 그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그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나도 특전사에 있었지만 너넨 소요제안 하나도 안 올라와 올라와도 적용 할 수가 없어." 그때는 몰랐다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실무자 중 한명이 마이크를 잡고 특수전사령부의 실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이어갔다.
  • 그 실무자는 일선 부대에서는 전력획득 과정에서 많은 요구를 하는데 정작 사령부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개발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령부에 그러한 요구들을 수용하고 전달해줄 수 있는 담당부서가 필요하고 충분한 인력확보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였고 이어 육군본부 관계자들의 답변도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러한 자유로운 토론이 어색한지 대부분 참관하는 분위기였다. 
  • ■ 현역 특전사 대원의 가슴 속 이야기 그리고 눈물

    필자는 첫 발표 후 계속 후배들과 너희들이 말을 해야 한다고 아이컨택 중이었는데 할 말은 있지만 해도 되는가에 대한 내적 갈등에 모두들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육본 관계자들의 답변을 듣다 못한 후배가(자비로 2천만원 투자한 부사관) 손을 들었다. 순간 특수전사령부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고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완전무장 상태의 그는 총을 들어 보이며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시작했다.

  • 그 특전사 대원의 말을 요약한다.

    "제 몸에 두르고 있는 장비들 저의 사비 2천 만원 들였습니다.(전인범 사령관 재임당시) 파병지에서도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파병 다녀오니 보급품을 쓰라고 주는데 헬멧 턱끈도 제대로 안되서 청테이프 감긴 헬멧을 줍니다. 특전조끼는 단추가 떨어져 있고 정말 이게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부대에 지급되는 장비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번은 이런 장비 들고 사격장에 가는데 사령관님 오신다고 그곳을 지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사령관님께 보여서는 안된다고 말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현장에서 요구해도 위에서는 눈과 귀를 닫아버립니다. 그런데 무슨 발전이 있단 말입니까? 위에서 안해주니까 저희가 스스로 자기 발전과 군을 위해 노력하는데 왜 그걸 막는 겁니까? 이 총에 달린 스코프는 저의 전우의 생명이고 표적지시기는 내 가족의 생명이고 이 소음기는 임무완수를 위한 필수품입니다. 저희는 죄인이 아닙니다."
  • 가슴 속에 담아뒀던 현역 대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동안 전투력 증강을 위해서 전투원 개인무장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던 여러 간부와 대원들, 그리고 많은 분들이 회의에 공감하고 그동안 노력에 작은 보상을 받은 듯 했다. 
    이 발언을 한 후배대원의 앞에, 후배대원을 지휘했고 그 후배대원의 전역을 막고 이 자리까지 끌어 준 여단장이 서 있어 더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마지막 발언을 요약해본다.

    "우리 군은 특히 우리 육군... 도대체 왜 이지경까지 되었는가? 4차 산업이 시작된지 오래인데.... 그중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적응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육군이다. 여기 있는 예비역, 현역들이 현장에서 이렇게 노력하는 동안 우리 육군이 해준 것은 무엇이 있는가?"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그동안의 육군에 대해 반성하면서 다함께 우리 육군의 발전, 개혁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 ■ 특전사의 짧았던 르네상스, 육군의 개혁으로 르네상스 부활하나?

    전인범 장군의 특수전사령관 재임 시절을 특전사의 짧았던 르네상스라고 한다

    그 이후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연상케 하는 탄압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는데 필자는 물론 언론까지 들고 일어날 정도였으나 전혀 힘을 미치지 못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수한 인력들이 전역 하거나 자의든 타의든 야전부대로 방출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비판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던 필자의 마음이 그리고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현역 후배들의 마음에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육군의 강력한 개혁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응원하며 한시라도 빨리 육군 예하의 모든 부대, 지휘관들이 개혁에 동참하길 바란다. 그리고 군은 각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부 전문가나 외국군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전투에 적합한 개혁을 해야만 한다.

    또한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제도적 장치들을 육군 혼자서 처리할 수는 없다. 정치권과 정부차원에서 우리 육군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국가안보의 최선봉은 국방을 책임지는 군이다. 이러한 군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지원을 충분히 해주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군 스스로도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권한에 앞서 책임이 더했고 그러한 문제는 소극적 대응과 부대관리로 이어졌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과연 우리 군이 전쟁 수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정도까지 약해져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육군의 개혁의지는 반드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임기 내에 최대한 많은 개혁을 이루어 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 - 다음편에서 계속

    ※ 외부컬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부컬럼에 사용되는 미디어(사진,영상)는 컬럼리스트에게서 제공 받았습니다.

    ※ 외부컬럼 접수 : 오세진 기자 sejin@newdaily.co.kr


  • 정진만

    특전사 예비역 상사

    아세아항공보안연구소·아세아항공보안교육원 교수

    한국재난정보학회 부설 재난기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