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꼰대'들을 좌시할 수 없는 '꼰꼰대'의 辯
  • 나는 지난 2월 20일자 조선일보에 '류근일 칼럼‘을 실었다. 거기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하는 건 여기서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거기서 한 말 가운데 “2030 세대는 586 꼰대들을 밀쳐내야 한다”고 한 대목이 있는데, 이에 대해 한 마디 부연할 게 있다. 나의 이 말에 대해 586 또래들은 이렇게 역공(逆攻)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더 꼰대인 너부터 나가라”고.

    하긴 충분히 할 수 있는 역공이다. 내 나이가 그들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조선일보에 4주에 한 번 칼럼을 싣고 있다. 그 밖에 내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몇몇 인터넷 매체가 그걸 전재하기도 한다. 이게 나의 현재의 공적 활동이라면 활동의 전부다. 정말 별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걸 두고 “저 꼰대 아닌 꼰꼰대는 왜 여태 안 죽고 뻑하면 386-586을 향해 곱지 않은 말질-글질을 하고 있나?” 하고 아니꼽게 볼 586이 얼마든지 있을 법하다.

    그래. 586더러 ‘밀려나야 할 꼰대’라 한다면 나 같은 ‘꼰꼰대’는 밀려나는 정도가 아니라 관속에 들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 세대 ‘꼰꼰대’들은 586 권력 꼰대들에겐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스러진 세대이자 몇 년 내로 거의 모두가 염라대왕을 만날 세대다. 저승사자가 창문 밖에서 기웃거리기도 한다. 2030 세대는 그래서 이 꼰꼰대들을 적(敵)으로 삼을 이유가 0.1%도 없다. 2030 세대의 당면의 적은 단연 586 꼰대들이다.

    여기다 한 마디 더. 왕년의 386, 그리고 오늘의 586들은 권좌(權座)에 있건, 시민사화의 문화권력에 있건, 일반직장에 있건, 그리고 생각이 달라졌건, 달라지지 않았건, 스스로 ‘도전받아선 안 될 나와 우리 세대“라는-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우월감 같은 걸 가지고 있어 보인다.

    나로선 이걸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가 없다. 남들도 그런 그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미움 살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나는 관속에 발을 반쯤 넣고 있어도 386-586 식 자만(自慢)-독선-무례만은 그냥 방임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 수양이 안 돼서. 그러나 586 패거리 권세는 도전받아야 할 꼴통 기득권-독과점 세대다. 2030 세대여, 세게 치받아라.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2/2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